최신기사

남극 이상 고온, 펭귄 터전 위협

오누리 기자

2020.02.17 16:22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남극에 찾아온 무서운 봄
"더 이상 친구들 잃기 싫어요!"
턱끈펭귄 50년 새 7만 쌍 감소
먹거리 줄고 서식지 사라져

사상 처음으로 남극 기온이 영상 20도를 넘어섰다. 완연한 봄날씨에 '믿을 수 없는 비(非)정상 사태'라는 학계 진단이 쏟아졌다. 지금도 쉴 새 없이 빙하가 바다 위로 무너져 내린다.

기사 이미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는 지구는 남극을 녹였다. 남극 대표 동물인 펭귄도 서식지를 잃고 개체 수가 현저히 줄고 있다. 사진 속 남극 코끼리섬에 서식하는 턱끈펭귄 무리 중 번식 가능한 쌍은 1971년 12만여 쌍에서 현재 5만여 쌍으로 감소했다. / EPA 연합뉴스
눈과 얼음의 땅, 남극에 무시무시한 봄이 찾아왔다. 최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남극 대륙 북단에 있는 시모어섬 마람비오 연구 기지에서 지난 9일 최고 기온이 20.75도로 관측됐다. 앞서 6일 시모어섬 근처 에스페란사 연구 기지에서는 관측 사상 처음으로 기온이 18.3도까지 올라갔다. 남극은 역대 최고 기온을 3일 만에 경신하며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남극의 연평균 기온은 내륙 영하 60도, 해안가 영하 10도 정도지만, 지난 50년간 평균 기온이 약 3도나 상승했다. 지구 전체 평균 기온이 지난 150년간 1도 올랐다는 점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빙하 위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남극 동물들은 지금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이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기사 이미지
지난 11일(현지 시각) 남극 대륙 북동부의 코끼리섬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턱끈펭귄. / EPA 연합뉴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11일(현지 시각) 남극 대륙의 기온 상승으로 지난 50년 동안 남극 코끼리섬에 서식하는 '턱끈펭귄' 7만 쌍이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턱끈펭귄은 턱에 띠 모양의 검은색 무늬가 있어 붙은 이름이다. 황제펭귄·아델리펭귄 등과 함께 남극을 대표하는 펭귄이다.

그린피스는 미국 스노티브룩 대학교의 헤더 린치 연구팀과 함께 지난달부터 코끼리섬에서 턱끈펭귄 수를 조사했다. 코끼리섬은 턱끈펭귄의 주요 서식지다. 연구팀은 드론 등 첨단 장비를 동원해 개체 수를 꼼꼼히 확인했다. 연구를 이끈 헤더 린치 교수는 "섬에 서식하는 모든 턱끈펭귄 무리에서 개체 수가 현저히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며 "가장 많이 줄어든 무리는 1971년 마지막 조사 때보다 77%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번식이 가능한 쌍은 1971년 12만2550쌍에서 현재 5만2786쌍으로, 약 7만 쌍 줄었다. 연구팀은 "남극 생태계가 50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며 "기후 변화로 인해 먹이사슬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다.

턱끈펭귄은 주로 크릴(새우를 닮은 동물플랑크톤)을 먹고 산다. 크릴은 얼음 표면에 사는 규조류를 섭취한다. 규조류는 단단한 얼음에서 잘 자란다. 해빙이 녹아 없어지면서 규조류와 크릴, 턱끈펭귄이 차례로 감소한 것이다. 김정훈 극지연구소 박사는 "얼음이 녹으면서 규조류가 줄자 크릴이 감소하고, 이어 크릴을 먹고 사는 턱끈펭귄도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극의 신사'로 불리는 황제펭귄도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황제펭귄은 가장 덩치가 큰 펭귄종이다. 평균 키 1.2m, 몸무게 35㎏에 달한다. 귀와 목덜미에 난 선명한 노란색 털이 특징이다. 노란색 턱시도를 입은 것처럼 보여 '신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황제펭귄 집단은 2016년 멸종 위기에 처했다. 당시 이상기후가 동반한 폭풍으로 새끼 펭귄만 1만 마리가 사라졌다. 여기에 기후 변화로 황제펭귄의 서식지인 '해빙(얇게 언 얼음)'이 녹아 떠내려가는 등 서식 환경이 파괴됐다. 해빙이 너무 일찍 무너지면서 깃털이 다 자라지 않은 새끼 펭귄 수천 마리가 바닷물에 빠져 죽은 것이다. 펭귄은 깃털이 충분히 자라야 바다에서 헤엄칠 수 있다.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로 2100년까지 황제펭귄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경고를 내놓고 있다. 우즈홀해양연구소(WHOI)의 생태학자 스테파니 제누비에 박사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면 해빙이 3배 감소하고, 황제펭귄 집단의 3분의 1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구온난화를 내버려둘 경우 황제펭귄의 86%가 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이 상태에 도달하면 회복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황제펭귄은 다음 세기 멸종을 향한 행진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