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모의선거 금지’에 서울교육청 ‘좌고우면’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2.07 11:56

-선관위 직접 대립 부담 vs 모의선거 교육 효과 입증
-선거법 108조 두고 선관위와 교원단체 해석 달라

  • /조선일보 DB
    ▲ /조선일보 DB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연이어 서울시교육청의 모의선거 교육에 제동을 걸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혹감을 드러내면서 향후 대응을 고심하고 있다. 선관위의 결정을 받아들여 모의선거 교육을 전면 중단하거나, 구체적인 선거방법을 공식 질의하는 방법을 저울질하고 있다. 

    7일 서울시교육청 측은 선관위 결정에 대해 정해진 입장이 없다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선관위는 6일 18세 이하 청소년에 대한 모의선거 교육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선거권이 없는 학생이라도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교사가 교육청 계획에 따라 모의선거를 실시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앞서 지난달 28일에도 선거권이 있는 18세 이상 학생에 대한 교육청과 교사의 모의선거 교육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다는 결정도 내렸다.

    서울시교육청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달 28일 중선관위 결정에 대해 즉각 입장문을 냈던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내부에선 정치적 부담과 모의선거 교육 필요성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 한 관계자는 “선관위와 직접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면서도 “모의선거 교육의 효과가 해외에서도 입증된 만큼 선거권 확대에 따라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이 고심하는 이유는 선관위의 이번 결정이 모의선거 교육을 전면 금지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선관위 관계자는 “모의선거 등 교육 방식에 앞서 교사와 교육청 등 교육기관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꿔 말하면 실제 후보나 정당, 공약 등을 포함하지 않은 모의선거 교육까지 금지하진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서울시교육청이 구체적인 모의선거 교육 방법을 선관위에 공식 질의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거권을 확대한 만큼 교육기관으로서 책임지고 효과적인 선거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선 선관위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크다. 기존의 선거교육이 교과서와 이론 중심으로 이뤄져 교육 효과가 떨어지고, 해외에서도 실제 후보와 정당과 공약에 대한 모의선거 교육이 이뤄지는 만큼 앞으로 선거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서라도 모의선거 교육 실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되면 서울시교육청이 당초 계획했던 모의선거 교육과는 동떨어진 모양이 될 우려도 있다. 선관위와의 대립을 감수하면서 질의를 하고도 모의선거 교육을 실시할 수 없다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선관위의 입장이 갈팡질팡해 논란을 키운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측은 “공직선거법 108조에 따르면 선거를 60일 앞둔 시점에는 누구든지 여론조사나 투표용지와 모의선거 등을 금한다”며 “이 조항을 적용해 무리한 모의선거 교육 시도를 방지할 수 있음에도 이를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 혼란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선관위 측은 “해당 조항은 여론조사와 모의선거 등을 할 수 없는 조건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이라며 “이에 저촉되지 않는 방식까지 금지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에서 열거하는 방법을 제외한 모의선거까지 금지할 수 있는 규정은 아니라는 해석이다. 또 “서울시교육청과 교사들은 이 조항 적용에 앞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적용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에서도 이를 인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