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부총리 대학에 정책 협조 독려 … “지역 혁신 위해 총장들 나서야”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20.01.22 16:53

-22일 서울 더케이호텔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
-대학 총장, 재정 어려움·지역대학 지원·평가 개선 요구
-유 부총리, 고등교육재정위·교육부-대교협 TF 운영 당부

  •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2020년 정기총회를 열었다. /이재 기자
    ▲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2020년 정기총회를 열었다. /이재 기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대학 총장들에게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협업체계 구축을 위해 적극 협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최근 잇단 등록금 인상 규제 해소 요구에 대해서는 대학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있지만, 가계의 부담이 크다며 우회적으로 거절했다. 

    유 부총리는 22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날 총회는 전국 200개 4년제 대학 가운데 149개교 총장이 참여했다. 이날 총장들은 대학발전 방향을 토론하는 좌담회를 진행하고, 유 부총리를 초청해 고등교육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유 부총리는 “저출산 고령화와 인구의 수도권 집중에 따라 지역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플랫폼 구축 사업을 신설했으므로 대학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대학 총장들은 이날 유 부총리에게 ▲대학평가 개선 ▲등록금 등 재정문제 해소 ▲지방대 지원 ▲국내 대학 간 공동 학위제도 활성화 등을 요청했다. 

    최일 동신대 총장은 “지역대학도 광역시도와 중소도시에 있는 대학 간 격차가 크다”며 “중소도시의 지역대학은 지역의 싱크탱크이자 고용기관으로서 경제적 사회적 역할이 큼에도 교육부가 대학을 감축하려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펴 생존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조동성 인천대 총장은 “지난 2017년 국내 대학 간 복수학위를 허용하는 제도가 도입됐지만 활용하는 대학이 거의 없는 형편”이라며 “국내 대학 간 복수학위를 활성화하면 대학의 중도탈락률을 낮추고, 학생이 원하는 진로를 학습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과 다른 공간과 문화에서 다른 전공을 학습하면서 융합인재로 발돋움할 기회가 될 수 있으므로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제도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지역대학 혁신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플랫폼 구축 사업의 선발 범위를 넓혀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또 지역거점국립대학을 연구기술중심대학으로 육성해 지역의 거점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은 지역대학의 대학원생을 우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덕희 총장은 “우수한 지역인재인 대학원생이 취업 등을 이유로 수도권으로 떠나는 현상을 방지해야 한다”며 “지역의 대학원생이 지역기업에 취업할 때 지원할 수 있는 지자체 조례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해 대학 총장들에게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플랫폼 구축 사업 참여와 고등교육재정위원회 구축 협력 등을 독려했다. /이재 기자
    ▲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대교협 정기총회에 참석해 대학 총장들에게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플랫폼 구축 사업 참여와 고등교육재정위원회 구축 협력 등을 독려했다. /이재 기자
    유 부총리는 현장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위원회를 구성하고 대교협-교육부 공동 TF 지속하자고 총장들에게 요청했다. 유 부총리는 “지난해 1월 대교협 총회에서 합의해 출범한 대교협-교육부 공동 TF 결과 다양한 현장 의견을 실제 정책에 반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올해도 지속 운영하길 바란다”고 했다. 또 “지역대학을 위한 지원과 향후 대학 재정의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위해 고등교육재정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대학 재정 문제에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총장들은 ‘2020년대 우리 대학이 나아갈 길’을 주제로 좌담회도 진행했다. 대학 총장이 직접 발제를 하고 현장의 총장들과 해법을 논의했다. 김헌영 대교협 회장(강원대 총장)은 ‘AI 교육, 청년들에게 기회의 시간이다’를 주제로 발제에 나서 AI-X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AI-X는 AI 기술을 다른 분야에 적용해 AI 기술 활용을 확산하는 개념이다. AI 핵심기술 연구와 함께 해외에서도 주목받는 연구주제다. 

    김 회장은 “AI 기술개발과 더불어 현재 개발한 기능을 다양한 학문 분야에 응용ㆍ적용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시급하다”고 했다.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대학 내의 장벽으로 인해 혁신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국내 대학의 혁신은 흉내내기식에 그치고 있다”며 “대학의 위기를 학령인구 급감과 재정위기로 꼽고 있으나 실제론 대학 내 교육의 방향성 위기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도 국가교육회의 등을 구성했으나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입시문제 등에만 활동할 뿐 교육의 방향에 대한 논의에선 실종됐다”며 “앞으로 한국고등교육혁신위원회(가칭) 등을 구성해 대학과 교육 전문가, 기업의 관계자들이 참여해 고등교육의 발전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수갑 충북대 총장은 공유대학체제를 구축하고 공동 교육혁신 추진을 촉구했다. 김 총장은 “앞선 2010년대 생존을 위해 많은 대학이 교육과정을 개편하고 창의융합하는 노력을 했다”며 “그러나 2020년대엔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대학구조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거세지고 AI 발전에 대한 대응도 필요해 대학 간 자원을 개방하고 공유할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연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유플랫폼 구축을 강조한 양보경 성신여대 총장은 “저개발국가나 중진국의 인력을 국내대학으로 초청해 연수하는 방식으로 미래 파트너로 양성하고 글로벌 인재양성 네트워킹의 고리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다양성에 기반을 둔 혁신교육을 강조했다. 정 총장은 “교과과정이 아닌 대학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성에 대한 인식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며 “성소수자와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와 교류하면서 다양한 덕목을 습득하도록 하는 게 대학본부가 혁신할 수 있는 분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상호 대구대 총장은 소규모 지방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대학의 혁신이 어려운 것은 대학을 이끄는 본부와 대학을 담당하는 교육부가 무능력했기 때문”이라며 “고등교육 발전의 총량을 늘리기 위해선 수도권 사립대 중심의 지원을 멈추고 지방 소규모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은 “고등교육 주무부처가 교육부이나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주관하는 수준이고, 상당수 관심사항은 기재부 등 예산당국과 협의 없이 불가능하다”며 “기재부를 비롯해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국회 관련 상임위 등 다각적 협의채널을 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좌담회에서는 교수노조에 관한 지적도 나왔다. 박맹수 원광대 총장은 “교수노조가 설립돼 앞으로 비정년트랙이나 강사 등 다양한 교수직군의 학내 요구가 늘어날 것”이라며 “4월 총선과 맞물려 더 강한 요구가 분출될 수 있으므로 대교협이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 한편 대교협은 이날 총회에서 신임회장으로 김인철 한국외대 총장을 선출하고, 새로운 임원진을 구성했다. 이날 오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이사회에서 사총협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장제국 동서대 총장과 곽병선 군산대 총장, 정병석 전남대 총장이 부회장으로, 송석언 제주대 총장과 이강웅 한국항공대 총장을 감사로 선출했다. 김 신임회장 임기는 오는 4월 8일부터 2022년 4월 7일까지 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