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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가요? 여러분만의 색깔로 그려보세요

김소엽 객원기자

2020.01.0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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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 1주기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버닝햄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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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DB

일거리 찾는 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 10번도 넘게 학교를 옮겨 다닌 아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숲에서 동물과 노는 것을 사랑한 아이, 1년 중 하루는 '부모에게 묻는 날'이라는 국경일을 만들어 어린이들이 질문을 실컷 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 아이. 바로 영국의 세계적 그림책 작가 존 버닝햄(1936~2019)의 어린 시절이다.

그는 주거용 트레일러를 타고 영국을 누비며 어린 시절을 보냈고 대안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세계 각국을 돌며 봉사활동을 했다. 일흔 나이에도 "내 정신 연령은 15세"라며 세상과 이별할 때까지 창작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신념을 솔직하면서도 따뜻하게 표현한 그림책에는 이러한 그의 경험이 녹아 있다. 4일 버닝햄 타계 1주년을 맞아 그가 어린이들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1.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체는 소중해


버닝햄은 동물을 사랑한 작가다. 사람과 동물이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에 대한 믿음과 사랑도 각별했다. 어린이들이 지금만큼 존중받지 못하던 시절에 "아이들도 스스로 어떤 인간으로 살아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같은 생각을 담은 작품이 '검피 아저씨 시리즈'로 불리는 '검피 아저씨의 뱃놀이' '검피 아저씨의 드라이브'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다. 모두 동물과 어린이가 등장하며, 그들을 따스한 태도로 대한다. 인간에 의해 부모를 잃은 코뿔소 이야기를 다룬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는 작가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작업한 유작으로 한국에서는 지난달 출간됐다. 책에서 검피 아저씨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아이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어린이의 잠재력을 신뢰하는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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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지난달 출간된 존 버닝햄의 유작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 밀렵꾼에게 부모를 잃은 새끼 코뿔소를 데려다 키우는 검피 아저씨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시공주니어 제공

2. 세상에 정해진 색은 없어


버닝햄의 작품에는 색이 없는 그림이 자주 나온다. 어린이가 색깔을 마음껏 상상하면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기를 바란 작가의 의도로 보인다. '우리 할아버지'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손녀의 모습을 스케치로만 표현해 무채색이 깊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책에는 어두운 색채나 검은 테두리를 활용해 전체적으로 어둡게 표현한 그림도 많다. 일반적으로 동화책에 따뜻한 원색을 주로 쓰는 것과 다르다.

'알도'는 어둠으로 가득 찬 실제와 겨자색 봄 벌판으로 대표되는 상상 속 세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색감을 써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구름 나라'에서는 구름을 그리는 대신 두꺼운 구름 사진을 넣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표현했다.


3. 내가 나일 때 가장 행복해


그는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에 희망이 있다고 봤다. 배려라는 가치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버닝햄의 첫 작품인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는 깃털 없는 기러기를 통해 장애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보르카는 가족에게조차 따뜻한 관심을 받지 못하다가 다양한 새가 모여 사는 곳에서 비로소 행복을 찾는다. 장애는 가족을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라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최근 '검피 아저씨의 코뿔소'를 편집한 서영옥 시공주니어 영유아팀장은 "그의 마지막 유작을 편집하면서 작품 속에 녹아 있는 따뜻한 배려심을 느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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