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AI가 바꾸는 미래의 직업시장
기사입력 2019.12.17 16:20
  • AI 교육에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교육계와 과학계는 AI 기본교육이 필요하다는 'AI 융합 교육 공동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AI 시대를 준비하는 AI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AI는 데이터고, 대량의 서버와 인프라가 필요한 일입니다. 하나만 써야 하는, 공존할 수 없는 사업이기도 하지요. 초거대 기업 몇 개가 독점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AI 산업에 직접적으로 종사하는 종사자는 전 세계적으로 많지 않을 겁니다.

    AI의 핵심은 AI 산업만 바꾸는 게 아니기도 합니다. AI는 모든 산업을 바꿀 겁니다. AI에 관심 있는, 프로그래머 지망생이 집중하는 과목이 바뀌는 정도의 변화가 아닙니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부터 비서까지, 모든 직종이 바뀔 수 있는 일인 셈이지요.

    AI는 직업시장을 어떻게 바꿀까요? 우선 '단순 업무'를 대신 합니다.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요. 단순 CS 업무는 챗봇으로 대신할 수 있습니다. 반복되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블로그에 올리거나, 텍스트 메시지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으니까요. 단순 계산 업무 등을 엑셀이 대신해주면서 많은 회계 인력이 사라졌듯, 수많은 분야에 단순 반복 노동이 대체될 겁니다

    '시스템화된' 전문분야도 대체될 수 있습니다. 모든 분야가 대체되지는 않되, 일부 시스템화된 부분이 줄어든다는 거지요. 예를 들어볼까요. 의사는 대표적인 고급 인력입니다. 부모님이 가장 바라는 직업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 부분도 AI에 아주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우선 진단이 있습니다. 빅데이터는 오진을 잘 잡습니다. 빅데이터와 인간 의사가 함께하면 더욱 효율적이고 빠르게, 더 많은 환자를 정확히 진단할 수 있지요. 의사가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대신, 더 적은 숫자의 의사가 더 많은 환자를 진단할 수 있게 됩니다.
  • /WebMD 홈페이지 캡처
    ▲ /WebMD 홈페이지 캡처
  • 의료적인 조언 또한 대체될 수 있는 분야입니다. 의사에게 물어보기보다, 의사들이 잘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에 검색하는 게 더 좋은 조언을 구하게 될 수 있는 거지요. 의학 정보 웹사이트 웹엠디(WebMD)에서는 이미 미주 전역의 진료 건수보다 많은 방문자가 방문해 의학 지식을 물어봅니다. 의료가 저렴한 한국에서는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언제든 위기가 올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면 AI가 대체할 수 없는 분야는 대체 무엇일까요? 아직 창의적인 업무를 AI가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AI는 필연적으로 어떤 사람이 만든 규칙에 의해서 움직입니다. 전혀 의외의 무언가를 만드는 창의력은 AI가 대신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생각보다 이런 창의력을 요구하는 일이 적다는 겁니다. 전문가의 영역도, 의사의 일에서 보다시피, 의외로 반복적인 업무가 있습니다. 시스템화되면 반드시 AI가 대체할 수 있습니다. 모든 업무를 AI가 대신할 수는 없지만, 일부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극단적인 예로, 인공지능이 이제 영어로는 '글쓰기'를 대체하기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는 창의력이 필요한 대표적인 분야로 여겨지는데요. 이 부분을 자동화하기 시작한 겁니다. 영국 통신사 PA는 매달 단순 정보전달 기사 3만 건을 인공지능으로 씁니다. 독일 코메르츠은행은 투자 보고서를 써주는 인공지능이 있습니다. 단순 정보전달, 혹은 문서 요약이라는 글쓰기의 한 분야는 서서히 인공지능이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다른 창의적인 분야도 최소한 일부분은 정복당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어떤 아이가 AI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AI가 하지 못하는 창의력, 기획력, 그리고 맥락 분석 능력이 있는 인재는 AI 시대에도 살아남을 겁니다. 누군가 해주는 일이 아닌, 스스로 일을 만들어서 하는 종류의 일 말이죠.

    모든 사람이 AI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는 없습니다. 개인의 대책으로는 한계가 많다는 뜻이지요. 라이스 대학교 전산학과 교수 모셰 바르디는 CEO의 업무 중 20%, 사무원의 일 중 80%가 지금의 기술만으로 자동화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지금 있는 기술만으로도 전체 직업의 45%는 대체가 가능하다고 했지요. 2013년의 옥스포드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직장인 중 전화 마케터, 법률비서, 요리사 등 47%가 AI, 자동화에 이해 직업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다수가 직업을 잃어버리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AI와 함께 일하고, AI가 하지 못 하는 일을 찾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는 개인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습니다. AI 융합 교육 공동선언문이 나온 지금, AI 시대에 본질적으로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에듀포스트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