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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학교 석면제거 공사의 양상은 양적인 목표를 쫓다가 질을 놓치는 꼴입니다. 조급한 공사는 지양해야 합니다.”(이윤근 노동환경연구소장)
석면제거 공사가 급하게 이뤄지면서, 오히려 학생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주장은 서울특별시와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11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주최한 ‘서울시 학교 석면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나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7년 학교의 석면제거를 국정과제로 정했다. 2027년까지 10년간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석면을 제거하기로 했다. 내년도에 석면제거에 편성한 예산은 11억원이다.
그러나 실제 학교현장에선 오히려 석면제거 공사 때문에 학생이 석면에 노출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 지난해 여름방학 기간 석면제거 공사를 진행한 서울시교육청 관내 학교 중 석면 잔재율은 56.3%에 달했다.
이처럼 공사가 졸속으로 진행되는 이유는 빠듯한 공사일정 때문이다. 지난 9월 나이스(NEIS) 자료 기준, 석면을 보유한 학교는 1106곳으로 전체 학교수(2161곳)의 절반이 넘는다.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선 매년 4000교실의 석면을 제거해야 한다. 학교 구성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사는 방학기간에만 가능한 탓에, 공사는 조급하게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시공 업체나 감리 업체의 질이 확보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한정희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운영위원은 “석면공사 입찰에서 안정성 등급을 반영하는 점수가 미미해, 낮은 안정성 등급의 업체도 낙찰받는 경우가 많다”며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여름방학에 석면공사를 진행한 학교 중 83.3%는 D등급(최하위 등급) 또는 미평가 등급의 업체에서 시공을 받았다”고 했다. 또한 “안정성 등급에서 S등급을 획득한 업체를 입찰하더라도, 공사의 질을 확보할 수 없다”며 “석면공사는 하도급이 가능해, 업체가 하도급을 맡겨버리면 S등급을 낙찰한 게 유명무실해진다”고 했다.
‘공사 쪼개기’도 원인으로 꼽힌다. 상당수 학교들은 전체 철거보다 반복된 부분 철거로 석면을 제거한다. 부분 철거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5181개 학교에서 7805건이 실시됐다. 석면 제거 비용을 학교가 운영비 내에서 지출하기 때문에, 전체 공사를 진행하기엔 예산이 충분치 않은 까닭이다. 냉난방시설이나 조명을 설치하며 같이 석면 제거를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
부분 철거가 반복되면 석면 노출 위험이 덩달아 증가한다. 또한 공사나 검사 과정이 꼼꼼히 관리되지 않는다. 부분 철거에선 공사를 진행할 때 음압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음압기는 석면가루를 흡입하고 외부로서 신선한 공기를 유입해, 석면이 날리지 않도록 하는 기기다. 또한 공사 후 석면 농도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 같은 방침은 전체 철거 공사에서는 의무화한 사항이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석면공사를 위해선, 조급한 공사를 지양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우종명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안전과 사무관은 “안전한 석면해체와 제거를 위해서 목표를 2022년까지 약 2000실로 절반가량 낮추려 한다”며 “안전하게 석면을 제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경우에 목표를 높일 것”이라고 했다.
공사 업체 관리도 강화해야 한다. 윤예성 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운영위원은 “교육부 석면공사에 한해 하도급을 금지해야 한다”며 “또한 노동부 안정성 미평가 업체나 D등급 업체,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권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분 철거를 지양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한 운영위원은 “부분 철거는 냉난방시설이나 LED등 설치 등을 진행하면서 시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경우 편의를 쫓다가 안전을 위협할 수 있으므로 각 교육당국이나 학교 관계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재 교육부의 석면공사 안내서에 담긴 ‘석면학교에서는 부분 철거를 지양하라’는 권장사항을 강제사항으로 바꿔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참석한 환경부 관계자는 석면공사 조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석면비산정도(석면이 날리는 정도)를 석면공사업체가 측정해 검사가 부실하게 이뤄졌지만, 앞으로는 발주자인 교육청이나 학교에 책임이 있다. 이 같은 방침은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다만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운영위원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는 수억 단위의 공사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크게 영향력을 미치기 어려운 금액”이라고 말했다.
“안전하게 석면 제거하려면 ‘조급한 공사’ 지양해야”
- “학교 석면공사업체 기준 강화, 하도급 금지해야”
- 11일 ‘서울시 학교 석면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