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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키운 고교기여대학사업, 정시로 급선회?

이재 조선에듀 기자

2019.12.0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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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3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소재 주요 대학 16곳의 정시모집 비중이 40%로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부가 정시에 해당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전형 비율을 확대하는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기로 밝혔다. 교육부가 적용 대상을 16개 대학으로 한정했지만, 교육계에서는 다른 대학도 정시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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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지난달 28일 브리핑을 열고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활용해 대입의 정시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학가에선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교육부가 스스로 훼손했다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양수열 기자

교육부는 정시 비중을 확대한 대학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고교기여대학사업)'을 통해 재정지원을 하겠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이 사업은 당초 대학의 입학사정관 인건비를 지원해 수시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졸지에 사업 취지가 정시 지원으로 뒤집힌 셈이다.

실제 이 사업은 대학 현장에서 수시 중 학생부종합전형(학종) 확대를 견인했다. 사업을 도입한 2007년 전국 4년제 대학의 수시모집 비율은 51.5%였는데, 이후 가파르게 올라 2018학년도엔 73.7%가 됐다. 2022학년도 수시 비율은 77.3%로 역대 최대 규모다. 강기수 동아대 교육학과 교수는 "고교기여대학사업을 시작한 뒤 학종을 포함한 수시를 확대하는 데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에 사업 규모도 확대됐다. 2007년 대학 10곳을 지원하는 18억9000만원 규모의 작은 사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68곳을 지원하는 559억4000만원 규모의 대형 사업으로 확대됐다.

이처럼 정시 확대의 첨병 역할을 했던 고교기여대학사업이 방향을 180도 선회하자 대학가에선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시 확대 권고 대상으로 지목된 서울 소재 사립대 입학사정관은 "학종 비율을 확대하라며 뭉칫돈을 풀던 교육부가 돌연 정시 비중을 확대하고 학종을 줄이라고 나선 것"이라며 "입장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부 정책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문제는 또 있다. 교육부의 계획대로라면, 그간 고교기여대학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시 비중을 늘리면서 몰래 고교 서열을 나눠 일반고를 차별했던 대학이 이번엔 정시 비중을 확대한다며 다시 정부 지원을 받는 모순이 생긴다. 실제 교육부가 정시 확대를 권고한 서울 소재 16개 대학 중 9곳은 지난달 발표한 학종 실태조사 결과 고교 서열화를 적용한 것으로 드러난 대학이다. 사실상 그간의 고교기여대학사업 성과와 취지를 모두 무너뜨리는 셈이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고교기여대학사업이 학종 확대 사업은 아니었다며 선을 그었다. 교육부 대입정책과 관계자는 "고교기여대학사업을 학종 확대를 위한 사업으로 국한할 수는 없다"며 "2014년 사업 명칭을 바꾸면서 대입 제도의 전반적인 개선과 질적 제고를 위한 사업으로 확대했기 때문에 정시 확대도 정책 목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고교 서열을 적용해온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뾰족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여러 논란에도 교육부는 내년 2월쯤 정시 확대를 포함한 대입 공공성에 중점을 둔 내용의 고교기여대학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모집정원의 10% 이상을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하고 자기소개서를 폐지해 지원자 출신고교 정보를 대학 입학사정관이 알 수 없도록 하는 등 공공성 강화 요소를 사업 선정의 핵심 요소로 강조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과 정시 확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 대입 공공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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