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남성 육아휴직 ‘양적 팽창’의 그늘… 질과 내용 아쉬워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2019.12.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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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만명 전망에도… 여전히 5명 중 1명 불과
-기업문화·고정관념 극복 과제… “급여 인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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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돌봄의 시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육아휴직을 택한 ‘아빠’의 수는 지난 10월 기준 1만8577명이다.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2만명을 넘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실제 육아휴직을 경험한 남성들은 “갈 길이 멀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육아휴직 후 뒤따르는 고용불안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러 걸림돌을 딛고 육아휴직을 신청해도, 복귀하고 나서 계속 일을 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귀하고 나서 1년 이상 근로를 이어간 ‘고용유지율’은 76.8%(남녀 통합)에 그쳤다. 육아휴직자 4명 중 1명은 육아휴직 후 자리를 잡지 못해 퇴사한다는 얘기다.

4년 전 중소 IT기업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한 김진성(44) 작가(‘아빠, 잘 좀 키워줘 봐!’ 저자)는 “(육아휴직 당시) 팀 내에서 회사를 때려치우라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김 작가는 육아휴직 도중 강제 부서이동 지시를 받았고, 부랴부랴 이직을 택했지만 근무여건이 맞지 않아 퇴사했다.

육아휴직 기간도 1년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17년 11월 전국 만20~49세 성인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육아휴직 사용실태에 따르면 남성의 육아휴직 기간은 평균 6.7개월에 그쳤다. 짧게 육아휴직을 사용한 이유로 응답자들은 ‘퇴사 및 인사고과에 대한 불안감’(46.9%)을 꼽았다.

◇기업문화 개선 시급해… 줄어드는 수입도 걸림돌

남성 육아휴직자가 늘고 있어도 여전히 5명 중 1명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지난 10월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회원 1141명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장인 비율은 20.8%에 그쳤다. 육아휴직에 부정적인 기업문화 탓이다. 같은 조사에서 남성 직장인 대다수는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이유로 ‘회사 사람들 대다수가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 분위기’(27.2%)를 꼽았다. 지난 3월 국내 한 건설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했던 ‘봄봄이아빠’(33)(‘내가 한다! You가 한 육아’ 저자)는 “남은 팀원들에게 주어지는 업무부담이 가장 미안했다”며 “’앞으로의 경력을 생각해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 게 좋겠다’며 만류하는 선배들을 떨쳐내기도 어려웠다”고 했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육아휴직에 부정적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남성 육아휴직자 가운데 절반 이상(56.7%)이 300인 이상 기업에 재직했다. 100인 이상 13%, 10인 미만 11.5%, 30인 이상 10.6%, 10인 이상 8.2% 순이다. 대기업 쏠림이 뚜렷한 셈이다.

육아휴직 뒤 줄어드는 수입을 보조할 정부 정책도 미흡하다는 평가다. 육아휴직 급여는 첫 3개월 동안은 실제 급여의 80%를, 3개월 이후엔 50%를 받는다. 그러나 실제 수입은 더 많이 깎인다. 첫 3개월 급여는 월 150만원을, 이후엔 120만원을 넘을 수 없도록 상한선을 뒀기 때문이다. 다만, 아빠육아휴직보너스제를 적용하면 첫 3개월은 월 최대 25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4월 초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한 임석재(40) 한국연구재단 선임연구원은 “전체 육아휴직 급여를 늘리거나,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만이라도 대폭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육아는 여성’ 고정관념에 남성 육아정보 태부족

남성 육아휴직자들은 실제 육아휴직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 5월 20~40대 남성 1000명에게 육아참여 활성화 지원 방법 물은 결과, 출산과 동시에 1개월 육아휴직을 의무화(91.4%)하고 육아 지원기관 서비스(90.4%)를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다.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고정관념 탓에 육아정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연구원은 “육아정보를 나눌 수 있는 또래 남성이 주변에 많지 않았다”며 “남성을 위한 자녀 양육법 관련 교육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 관건이다. 2017년 육아휴직을 경험한 손정환(40) 공군 제231탐색구조비행대대 비행대장은 “아빠들이 미리 육아휴직을 고민하고 결심할 수 있도록 자녀 양육에 대한 아빠의 역할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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