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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강력해진 얼음마법… 꼬마 엘사·안나 신났네

글·사진=이슬기 기자

2019.11.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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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 극장가 점령

드레스 벗어 던지고 편견과 맞선 공주… 새 꿈 심어
여기도, 저기도 '겨울왕국'만… 다른 영화 보고 싶은 사람은 어쩌죠?

똑똑! "나랑 눈사람 만들래?"

5년 만에 돌아온 엘사와 안나 자매가 어린이들 마음을 '똑똑' 두드린다. 익살꾸러기 눈사람 올라프와 안나의 연인이 된 크리스토프, 순록 스벤도 여전히 함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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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가 개봉하고 맞은 첫 주말인 23일, 영화관은 어린이 관객으로 붐볐다. 영화 주인공 엘사·안나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박시연(8·오른쪽)·시율(5) 자매는 "오늘만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입을 모았다.

2013년, 애니메이션 최초로 1000만 국내 관객을 동원하며 전국에 '엘사 열풍'을 일으킨 영화 '겨울왕국'의 후속작 '겨울왕국 2'가 지난 21일 막을 올렸다. 이번에도 기세가 심상치 않다. 개봉 후 첫 주말인 23일 하루에만 관객 166만1965명을 영화관으로 불러들여 역대 일일 관객 수 2위에 올랐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기록(166만2469명)에는 500여 명 차이로 못 미치지만, 애니메이션 영화로서는 놀라운 수치다. 주제가인 '숨겨진 세상' 뮤직비디오는 공개 하루 만에 누적 조회 수 519만 건을 기록하는 등 개봉 전부터 온라인도 후끈 달궜다. 냉랭한 날씨 속에서도 나날이 뜨거워지는 겨울왕국 2의 열기를 확인하러 지난 23일 서울의 한 극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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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엘사처럼 멋진 '왕' 될래요!"

영화관에서 만난 유민서(5) 양에게 겨울왕국 2를 관람한 소감을 묻자 "나도 엘사처럼 말을 타고, 왕이 돼 세상을 구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은 여자 어린이에게 '예쁜 공주님이 돼 왕자님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식의 꿈을 심는 경우가 많았다. 겨울왕국 2는 이러한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유 양의 어머니인 윤진희(34)씨는 "평소 여성이 집안일을 도맡는 등 보조적 역할로만 그려지는 애니메이션은 아이에게 잘 보여주지 않는다"며 "겨울왕국 2에서는 여자 주인공이 자기 일을 스스로 해결하는 인물로 그려져 어린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 같다"고 했다.

1편에서 엘사는 아렌델 왕국의 왕좌에 오른다. 그로부터 3년 후, 엘사는 의문의 목소리에 이끌리고, 그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에 자신이 가진 힘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감춰진 진실을 찾아 떠난 엘사 일행은 "아무리 어둡고 험한 먼 길이어도 가겠다"고 외치며 시련을 이겨낸다. 엘사는 길게 늘어진 드레스를 벗어 던지고 바지를 입은 채 맨발로 거센 파도에 맞선다. 안나 역시 옳은 일을 위해서라면 소중하게 여기는 것도 기꺼이 포기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는다. 겨울왕국 2의 연출을 맡은 제니퍼 리 감독은 "여자 둘이 등장하면 싸울 것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고 싶었다"며 "자매가 힘을 합쳐 모험을 펼치는 이야기가 사람들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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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엘사 드레스' 불티… 경제적 부담 걱정도

극장 안은 인산인해(人山人海·사람이 산과 바다를 이룰 만큼 많음)였다. 주말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평소보다 많은 관객이 몰린 듯했다. 극장 곳곳에서 '엘사'를 마주친 것도 특이한 경험이었다. 1~2분에 한 명꼴로 겨울왕국 주인공 복장을 갖춘 어린이를 만났다. 박시연(8) 양은 "나는 엘사를, 동생은 안나를 좋아해서 각자 캐릭터에 맞는 옷을 입고 왔다"고 했다. 영화관 안에서 캐릭터 상품을 파는 가게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10분째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는 한 어린이는 "기다리느라 다리가 아프지만 올라프 인형을 꼭 갖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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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겨울왕국 1은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면서 관련 상품이 인기몰이를 했다. 이번에도 이러한 유행이 다시 일어날 조짐이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겨울왕국 2 개봉에 맞춰 총 70여 개 브랜드에서 1000여 종의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는 역시 '엘사 드레스'다. 61종의 겨울왕국 2 상품을 출시한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엘사 드레스는 온라인에 출시한 지 하루 만에 매진됐고, 추가 물량도 3일 만에 다 팔렸다"며 "이랜드리테일은 겨울왕국 관련 상품 물량을 전편 때보다 15배가량 많이 준비했다"고 했다.

캐릭터 상품의 유행이 학부모에게 경제적 부담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러 인터넷 맘카페(학부모 커뮤니티)에 '엘사 드레스가 또 바뀌고 말았네요. 새로 사야겠어요' '영화 보고 와서 겨울왕국 2 이불 사 달라며 난리가 났네요ㅠ.ㅠ' 같은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엘사가 전국의 부모를 떨게 한다'는 우스개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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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겨울왕국 2 관련 상품을 파는 가게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

"다른 영화 볼 권리는 없나요?"

전국 영화관은 온통 겨울왕국 2가 점령하고 있다. 겨울왕국 2를 기다린 어린이 관객에게는 즐거운 일이겠지만, 이런 현상에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를 보러 왔다는 한 관객은 "겨울왕국 2의 기세에 밀려 영화가 곧 막을 내린다기에 서둘러 왔다"고 했다.

23일 전국 극장에서 상영한 영화는 약 130편이고, 전체 상영 횟수는 약 2만2000회다. 그중 겨울왕국 2의 상영 횟수는 약 1만6000회였다. 상영 횟수가 두 번째로 많은 '블랙머니'는 약 2300회에 불과했다. 겨울왕국 2는 이날 전체 영화가 벌어들인 금액의 87.2%를 차지했다. 이렇게 영화 한 편이 전국 대부분 영화관을 장악하는 비정상적인 상태를 '스크린(상영관) 독과점'이라 한다<어린이조선일보 2019년 5월 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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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겨울왕국 2 상영관 점유율이 73.4%를 기록하며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2일 영화계 종사자들이 "겨울왕국 2가 개봉하고 나서 다른 독립 예술 영화들의 상영관이 30~90% 줄었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블랙머니를 제작한 정지영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관객이 찾는 영화를 많이 상영하는 게 당연하다며 지금 현상이 불공정하다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이 다수"라고 했다. 정 감독은 "겨울왕국 2는 좋은 영화지만, 다른 영화에 피해를 주면서 짧은 기간에 지나치게 많은 상영관을 차지하기보다는 다른 영화와 공존하면서 오랜 기간 상영하는 쪽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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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더하기+]

극장을 찾는 어린이가 늘면서 이들의 관람 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영화를 볼 때는 앞좌석을 발로 차거나 큰 소리를 내면 안 됩니다. 또 다른 영화 관람 예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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