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학원 교수 인력 확보 어려운 배경엔… ‘인프라 부족’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11.29 06:00

-대학 자체적으로 GPU 서버 통합·공유 나서
-“국가 차원의 인프라 협력 구축·공유 필요”

  • “해외 유수 대학이나 기업에서 일하다가 국내 대학으로 들어오려는 인공지능(AI) 전문가들은 ‘연구 환경’을 중요하게 따집니다.” (정송 KAIST AI 대학원장)

    “국내 AI 연구 생태계를 확장해야 해외 AI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해볼 만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가 곧 AI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화분 역할을 하는 셈이죠.” (김종원 GIST AI 대학원장)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AI 대학원이 8곳으로 늘어날 전망이지만, 각 대학원은 교수 인력을 확보하는 데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에 AI 전문가가 많지 않아 교수로 임용할 인력도 마땅치 않은 탓이다. 이 때문에 각 대학원의 교수 인력 확보 현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내 AI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려면 이들이 매력적이라고 느낄만한 인프라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국내 AI 인력 부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지난해 발간한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의 AI 현황’에 따르면, 대다수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종사자들은 AI 연구의 핵심인 연구 인력이 부족하다(71.1%)고 인식했다. 이 때문에 국내 AI 대학원의 교수 임용 손길은 해외에 있는 AI 전문가까지 뻗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다.

    3~5억에 달하는 연봉 등 처우 문제도 있지만, 국내 AI 연구 인프라가 해외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탓도 크다. AI 연구에 필요한 그래픽 처리장치(Graphic Processing Unit·GPU)가 대표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 있는 GPU는 개별 연구실 단위로 흩어져 있다. GPU가 많을수록 고도화된 AI 연구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지만, 개별 연구실에서 장비를 구축하기엔 한계가 있다. GPU 1개당 가격이 비싼데다 이를 설치할 물리적 공간도 모자라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AI 기본 훈련 단계에선 GPU 4개로도 가능하지만, 알파고 수준의 AI 연구는 GPU 200개를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의 고도화 정도에 따라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장비가 필요한 셈이다.

    이 때문에 대학들은 AI 연구인력을 잡기 위해 우선 학교별로 GPU 통합과 공유에 나서고 있다. 연세대는 대학 내 각 교수의 GPU를 한데 모아 공유하기로 했다. 홍대식 연세대 공학대학원장은 “학교 차원에서 AI 대학원에 1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인데, 절반 이상을 새로 구축하는 서버실에 투입할 계획”이라며 “각 연구실에 흩어져 있던 GPU를 모아 교수들끼리 함께 사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텍도 교내 공동 장비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GPU 개수를 늘려가며 마음껏 연구하는 컴퓨팅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서영주 포스텍 AI 대학원장은 “현재 대규모 서버실이 들어설 공간을 확보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는 서버 구축에 1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이후에도 꾸준히 서버를 사들여 채워넣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해외 유수 대학이나 기업의 AI 연구 환경에 비하면 갈 길이 멀다. 정 원장은 “세계 최고 AI 인재들이 모인 구글 브레인에서는 인턴 연구원도 최대 GPU 1000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며 “현재 카이스트 AI 대학원에서 한 교수가 최대 GPU 250개로 AI 연구를 진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연구의 규모 자체가 다른 셈”이고 말했다.

    이에 AI 전문가들은 개별 대학을 넘어 AI 연구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 협력과 공유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홍 원장은 “국가에서 하나의 대규모 센터를 만들어 여러 연구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 원장 역시 “AI 인재 양성과 연구 측면에서 국가 차원의 컴퓨팅 시설을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현재 이들의 기대를 모으는 건 광주광역시가 1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대규모 AI 연구기반 시설을 추진하는 사례는 처음이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김 원장은 “GPU를 중심으로 하는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와 연계한 테스트베드(Test Bed)를 운영하며 다른 대학원이나 연구기관들이 센터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하면 좋을지 하나의 모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I 대학원 내의 교수진과 학생의 수준도 유능한 인력을 끌어들이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AI 연구는 ‘협업’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실제로 AI 대학원 교수진을 꾸리고 나니 ‘같이 연구하고 싶다’며 또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드는 ‘클러스터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전했다. 서 원장은 “연구자들은 AI 연구를 함께할 학생들의 수준도 중요하게 여긴다”며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일수록 외부의 AI 전문가 초빙이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