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지 대표이사와 이진오 강사의 미래영재 스토리] 영재들에게 스스로 학습할 시간을 許하라!
기사입력 2019.11.27 08:50
  • 대치동 강의가 20년이 넘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뀔 수 있는 긴 시간 간극이다. 상대하는 학부모들도 거의 한 세대가 지난 엄마들을 상대하고 있음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한다. 그런데 이런 세대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치동 학부모로서 학원가에서 굳건하게 지켜오는 묘한 전통이 몇 가지 있다.

    소위 학원 과소비 현상도 그중의 하나다. 아이들 교육을 위한 학원 강좌의 선택도 일종의 경제적 소비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시간 배분과 소비 배분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교육 투자에는 아까운 것도 없고, 능력이 닿는 한 多多益善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맹신이 안타깝게도 사교육 시장에는 팽배해 있다. 그리고 이런 맹신은 시간을 초월하여 사라지지 않고 영원불멸인 듯 보인다.

    최근에도 영재학교 입학한 학생들을 위해서 영재학교 입학 준비를 위한 물리 강의를 개설하여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학생들과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물리 한 과목을 위해서 우리 학원의 이 강의만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다는 사실들을 쉽게 발견한다. 합격생들을 위한 물리 과목 강좌는 대부분이 일반물리 선행 강의뿐일 텐데도 강사에 따라서 교습 방법이나 응용하는 문제 스타일이 다르다는 나름의 판단하에 대부분의 학생은 2개 학원 이상을 수강하고 있다. 물리 한 과목만 그럴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화학 과목도 1~2개 학원은 당연히 수강할 테고, 수학은 그 중요도가 객관적으로 과학보다 앞선다고 생각들을 대부분 하는 상황이니, 아마 2~3개 학원은 족히 수강하지 않을까 추정된다. 물론 학생들의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다. 무리한 어머님들의 선택을 학생들은 무리해서 따라가고 있을 뿐이고, 또 그 어머님들은 학부모들의 대세를 역시 따라가고 있는 것뿐이다. 대세의 무리에서 뒤처지게 되면, 아이 성적도 뒤처질까를 염려하는 마음에!

    이런 과잉 중복 학원 순례 행위는 단지 시간과 비용의 낭비에 불과하다. 거의 비슷한 과정을 욕심으로 반복하여 강의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이 학습의 중요한 방법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물론 초기에는 성취도를 비교해 볼 때, 여러 번 반복의 경험이 좀 더 앞서가는 결과를 주는 동인이 되고 있다는 착시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 착시는 아이들을 학원으로 더 몰아붙이는 악순환을 결과한다.

    하지만 이런 중복된 학원 돌리기가 그저 낭비뿐만이 아닌, 그것을 넘어서 학생들의 학습과 실력 향상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은 흔히들 간과되곤 한다. 학생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정하지 않다. 그렇기에 제한된 기간과 시간 안에서 필요한 학습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야 한다. 상위 2% 안에 드는 학습 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선발된 영재로서도 이런 효과적인 학습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학습하고 이를 자기 것으로 소화해 낼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불가피하게 필요하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리한 학원 일정으로 인해 학원 순례를 하는 영재 학생들에게는 스스로 학습할 시간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필자는 강의할 때, 학생들에게 내어주는 과제를 첨삭하면서 일일이 점검하곤 한다. 과제야말로 학생 스스로 시간을 내어서 자기 학습을 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기 학습 과정을 통해서 학습한 내용이 내면화되고 자기 것으로 소화가 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학원 순례에 시간을 뺏기는 학생들 대부분은 과제 수행 성적이 매우 저조하게 나타난다. 능력 탓이 아니다. 혼자 스스로 학습하고 돌아보고 복습해 보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 낼 절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학습 초기에는 선행을 하고 반복한 결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과 평가를 같이 해 보면, 조금 앞서는 듯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과정이 끝나고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고, 실제 학교에 입학하고 평가를 받는 학기들이 지나갈수록 스스로 학습하지 않아서 얇게 겉면에만 한 층 칠해 놓은 듯이 입혀져 있는 지식은 그 한계를 손쉽게 드러내 보이곤 한다. 스스로 하는 학습으로 이루어 놓은 깊이와 두께가 형성되지 않은 학습은 학생을 지치게 하고 시간이 갈수록 공부하는 학생을 오히려 더 조급하게도 만든다.

    장기적으로 이런 학습의 결과가 독으로 학생에게 되돌아올 것은 너무 분명해 보인다. 스스로 학습할 능력이 있는 우수한 학생들이기에 안타까움은 배가 된다. 過猶不及이라 했던가? 지나치는 것은 어찌 보면 오히려 모자람만도 못한 법이다. 학원은 학생의 학습을 위해서 잘 활용해야 할 수단이지, 학원이 목적이 되어 이에 짓눌리고 지배당할 대상은 결코 아니다. 스스로 자기 학습을 조절하고 통제해 나가면서 필요한 강좌들을 주체적으로 선택해야 한다. 학원의 영업적인 상담에 이끌리면서 대세에서 이탈되지 않으려는 엄마들의 어리석은 안간힘이 학생 스스로 학습할 효율적인 학습 시간을 앗아가 버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공부는 학생의 몫이다. 학교와 선생님 그리고 학원과 강사는 이를 도와줄 뿐이다. 여기에 시간을 빼앗겨 스스로 학습할 시간이 없다는 일은 냉정하게 그리고 상식에 입각에서 생각해 보면 참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아닌가? 실제로 영재뿐만이 아닌 우리나라 학생들 대부분은 어린 초등학생 시절부터 뛰어놀 시간만큼 자기 스스로 학습할 시간도 거의 없다. 학습을 학원의 의지에 맡겨 놓는다. 공부를 자신의 의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의에 의탁해 놓는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학습할 시간을 허락해 주어야 학습의 성취도에 있어서 더 좋은 성과를 얻는다는 것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선발된 영재들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학생들이 좀 더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더 많은 시간을 향유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길이 영재의 영재성이 더 꽃피울 수 있는 바른길이기 때문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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