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초등

“육아에 힘을 빼는 순간, 자녀도 성장합니다”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2019.11.1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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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 100가지를 잘해줘도 못해준 한 가지에 가슴 아파하는 게 엄마다. 그러나 뭐든 완벽하게 해주려는 욕심이 앞서면 엄마도, 아이도 지치기 마련이다. 엄마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법을 잃어버리고 아이는 엄마라는 세상에 갇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나는 적당히 부족한 엄마로 살기로 했다’를 쓴 송미선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외래교수와 ‘하마터면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노력할 뻔했다’의 저자 윤옥희 윤교육생태연구소장이 매년 수많은 엄마들을 만나고 상담하며 얻은 깨달음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오히려 육아에 힘을 뺄 때 엄마와 자녀 모두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엄마에게 치우친 육아, 부담감 키워

많은 이들이 세상이 정한 좋은 엄마,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부단히 애를 쓴다. 온오프라인을 통해 접하는 양육 정보들은 이러한 심리를 부채질한다. 실제로 온라인에 떠도는 ‘좋은 엄마 체크리스트’에는 ▲하루에 한 번 이상 칭찬했는가 ▲아침밥을 먹였는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게 했는가 ▲시험 결과에 대해 야단치지 않았는가 등의 문항이 담겨 있다. 모든 항목을 만족해야 세상이 말하는 좋은 엄마로 인정받는 셈이다.

“모성(母性)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사회적 인식도 영향을 미칩니다. 애가 아프거나 공부를 못해도 엄마 책임으로 떠밀 때가 잦고 워킹맘에게는 ‘엄마가 일을 하니 애가 고생한다’며 상처 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죠. 주변의 시선이 엄마들의 불안감과 모범적인 엄마가 돼야 한다는 부담감을 더욱 키웁니다.”(윤 소장)

불안함, 부담감이 쌓여 아이를 키우는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자녀를 자신의 분신, 즉 확장적 자아로 여기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자녀의 성공과 실패가 곧 자신의 성공과 실패이며 엄마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삼게 된다. 결국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데 급급하고 아이와 소통하며 일상에서 누리는 작은 즐거움에는 소홀해질 수 있다.

덩달아 자녀는 부모의 평가를 삶의 목표로 여기고 도전과 성취의 기쁨을 잊어버릴 수 있다. 본인의 관심사, 재능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엄마가 좋아하고 마음에 들어 하는 행동을 우선시하며 허상의 거짓 자아를 가질 가능성도 크다.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나의 삶 찾기

두 사람은 아이보다 엄마 자신의 삶을 우선순위에 둘 것을 권했다. 무조건 아이에게 희생하다 보면 엄마 삶에 정작 자신은 없게 되고 아이가 이를 권리로 받아들여 허탈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엄마라는 역할에만 몰두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의 욕구를 인지하는 일에 둔해진다”며 “2년 뒤, 5년 뒤 원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찾아나가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또 자신이 부족한 부분에는 자책감과 미안함을 갖기보다 아이와 함께 성장한다는 믿음을 갖는다. 특히나 엄마의 빈틈은 아이에게 오히려 성장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윤 소장은 자신의 경험담을 예로 들었다. 워킹맘이었던 그는 가족 여행을 떠날 때 제대로 짐을 챙기지 못하는 일이 많았다. 하루는 6살 된 딸이 직접 짐을 챙기겠다고 나섰다.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지만 직접 맡겨보기로 했다.

시간이 갈수록 딸은 능숙하게 짐을 챙겼다. 초등학생이 돼서는 스스로 준비물도 빠뜨리지 않고 챙길 수준이 됐다. 이러한 과정은 아이에게 뿌듯함과 자기효능감도 선물했다. 자기효능감이란 자신이 어떤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 기대와 신념이다.

윤 소장은 “본인이 육아를 다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필요도 있다”며 “남편이나 가족, 베이비시터에게 맡기고 쉬거나 부족한 휴식을 확보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너무 짐이 무거울 땐 잠시 내려놓아도 됩니다. 누구나 인정하는 좋은 엄마가 아니라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여유로운 마음과 자신감이 엄마뿐 아니라 아이도 행복하게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삶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찾아나가며 자신을 사랑하는 연습도 해나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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