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책읽기·글쓰기 병행 '생각하는 힘' 키워라
권민지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치교육센터 부원장
기사입력 2019.11.18 08:38
  • 권민지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치교육센터 부원장
    ▲ 권민지 책읽기와 글쓰기 리딩엠 대치교육센터 부원장

    1996년 노벨상 시상식, 기자들은 노벨 의학상을 받은 피터 C. 도허티(Peter C. Doherty) 교수에게 수상 비결을 물었다. 대답은 의외였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입니다. 과학을 연구하려면 글을 잘 써야 합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생각도 명확해 연구를 더 잘할 수 있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었더라도 직접 글로 표현하기 전까지는 온전한 내 것이 될 수 없다. 책 내용을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덧붙여 글로 적어내야 진정으로 내 것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아이가 획일화된 교육에 길들다 보니 다양한 사고를 하기가 어렵다. S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정답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학생이었다. 그가 가장 어려워했던 것은 자기 생각을 적는 일이었다. "선생님, 이 워크북도 답지가 있어요? 답지에는 뭐라고 적혀 있어요?" S가 이렇게 물을 때마다 "정답은 없어, 네가 생각하는 게 정답이야. 다만,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쓰는 것이 중요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S는 자기 의견을 쓸 때면 한참을 고민하다 겨우 적어내곤 했는데, 대부분 엉뚱한 내용이 많았다. 이런 대답을 할 때 어떻게 반응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오, 넌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하면서 아이가 생각을 표현하는 데 자신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한동안 S가 여러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지도했다. S는 조금씩 자기 생각을 쓰기 시작했다. "좋다고 생각한다" "나쁘다고 생각한다"에 그치지 않고 이유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K는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머릿속 생각을 주제에 맞게 정리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독서량이 많아서 글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았는데, 글이 논리적이지 않았다. 리딩엠 교육 중엔 글쓰기를 하기 전에 글의 주제와 개요를 적고 이에 맞춰 글을 작성하는 훈련이 있다. K가 가장 어려워했던 부분이다. 초반에 써낸 K의 글은 문단별 분량이 고르지 않았고, 특정 문단이 지나치게 길었다. "첫 번째 문단의 주제만 많이 쓰고 싶어요." 고집을 부리기도 했지만, 문단별 주제와 분량을 정하고 지도하니 글이 점점 논리성을 갖췄다. 이 결과, K는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선생님이 말한 대로 쓰고 싶은 것만 쓰지 않고, 리딩엠에서 800자 원고지 글쓰기 하듯이 개요에 맞게 쓰려고 노력했어요."

    책읽기와 글쓰기를 병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많이 읽어도 논리 정연하게 글로 풀어내지 못하면, 좋은 지식도 의미가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얼마 전 중학생 자녀를 둔 어머님께서 상담 차 방문했다. 그는 어릴 때 영어와 수학만 공부한 자녀가 고학년이 되니 문제 뜻을 이해하지 못 하더라며 후회했다. 아는 것도 문제 뜻을 이해하지 못해 틀리니 너무 속상하다고 했다. 그는 이제라도 책읽기와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 고쳐나가고 싶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책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생각하는 힘과 독해력을 키우는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떠올렸다.

    리딩엠이 수업에 활용하는 책 중 '겨자씨의 꿈'이 있다. 겨자씨는 티끌보다 작다며 놀림을 받았다. 그러나 겨자씨는 마음의 눈으로 자신의 큰 모습을 볼 수 있었으므로 괜찮았다. 겨자씨는 새가 날아드는 큰 나무가 되리라는 꿈을 품고 있었다. 작은 손으로 흙을 뚫고 새싹을 틔우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겨자씨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났고, 다른 식물과는 비교도 안 되는 튼튼한 가지도   내었다. 잎이 무성해지면서 시원한 그늘도 만들었다. 겨자씨는 새들이 쉬어가고 다른 꽃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안식처가 됐다. 작고 작던 겨자씨가 이렇게 크고 무성한 나무가 돼 다른 이들을 보살필 줄은 아무도 몰랐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작은 씨앗과 같은 아이들이 큰 나무로 성장하도록, 책읽기와 글쓰기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키우도록 돕는 것이 리딩엠의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