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학생 코 훌쩍여요” 112 신고 … 2020 수능 이모저모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11.15 10:50

- 준비물 두고 가고 잘못된 시험장 찾기도
- “새 샤프, 심 잘 부러지고 딸깍거려요”
- 올해 결시율 11.6% … 역대 가장 높다

  •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입실마감 시간을 앞두고 수험생이 서둘러 시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 김종연 기자
    ▲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4일 입실마감 시간을 앞두고 수험생이 서둘러 시험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 김종연 기자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4일은 최저기온이 영하 3도로 떨어진 추운 날이었다. ‘입시한파’에 시험장에는 감기 증상을 보이는 수험생들이 속출했다. 시험이 시작하기 전, 경기 남부지역에서는 ‘옆 수험생이 코를 훌쩍여 시끄럽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수험생은 입실 완료 시간 이전에 교실에서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치가 불가능하니 감독관에 도움을 청해 달라’고 안내했다.

    중요한 날이기에 유난히 긴장한 탓이었을까. 올해 수능에서도 다양한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경남 김해에서는 입실마감을 30여분 앞둔 7시 40분쯤 수험생이 빌라 엘리베이터에 갇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소방당국의 노력으로 수험생은 신고 10여분 만에 구조돼, 고사장에 제때 도착할 수 있었다. 이날 소방당국은 응급상황에 대비해 전국 1185개 시험장 인근에 소방관 391명과 구급차량 77대를 배치했다.

    대구에서는 한 수험생이 수험표, 신분증, 도시락을 챙겨둔 가방을 집에 두고, 애먼 다른 가방을 챙겨 시험장에 갔다. 수험생의 학부모는 오전 8시 7분 파출소에 도움을 요청했고, 경찰은 학부모를 순찰차에 태워 약 30km 떨어진 시험장까지 태워줬다. 33분경 학부모는 교문 앞에서 기다린 교사에게 가방을 무사히 전해줄 수 있었다.

    정해진 시험장이 아닌 다른 시험장으로 왔다는 신고도 잇따랐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오전 8시 2분께 전주대 사대부고에서 시험을 봐야할 수험생이 전북대 사대부고를 찾았다. 시험장의 이름이 비슷해 착각한 것이다. 경찰은 수험생을 전주대 사대부고로 급히 수송했다. 광주에서도 수험생 네 명이 배정된 곳과 다른 시험장을 찾았다. 이들은 1, 2교시 국어영역과 수학영역을 도착한 시험장에서 치르고, 점심시간에 배정된 시험장으로 이동해 나머지 시험을 치렀다.

    시험이 시작되고도 돌발 상황은 계속됐다. 오전 9시 15분에는 경기 부천 한 고등학교에서 수능감독을 하던 교사가 갑자기 실신했다. 소방당국은 교사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해당 고사장에는 만일을 위해 대기 중이던 대체 감독관이 투입됐다.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3교시 영어영역을 치르던 도중 한 학생이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현장에 배치된 응급구조사는 수험생을 인근 하남성심병원 응급실로 즉시 이송했다. 수험생은 치료를 받은 뒤 정상 컨디션을 회복해, 병원에서 특별히 설치한 시험장에서 시험을 마무리했다.

    올해 수능에서는 수험생들에게 새로운 샤프가 제공됐다. 수능 샤프는 8년만에 유미상사의 ‘e미래 샤프’에서 동아연필의 ‘동아XQ세라믹II’를 모델로 한 샤프로 바뀌었다. 이전 샤프로 수능을 준비해왔던 수험생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수능 샤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심이 잘 부러진다’, ‘딸깍거리는 소리가 지나치다’는 평 등이 올라왔다.

    결시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3교시 영어영역 결시율은 11.16%로 나타났다. 지원자 54만2926명 중 6만578명이 시험을 치르지 않았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2020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전형이 많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전형에 이미 합격한 경우에는 굳이 수능을 응시하지 않아도 대학을 입학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 경희대, 중앙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 등이 일부 수시전형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두지 않는다.

    한편,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달 14일부터 18일까지 문제와 정답 이의신청 기간을 거쳐, 25일 정답을 확정한다. 성적은 다음달 4일 수험생에게 통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