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수능] 지난해 ‘불수능’보다 쉽지만 변별력 충분해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11.14 19:16

- 국어 작년보다 쉬워도 … ‘BIS 비율’ 지문 어려웠다
- 수학, 초고난도보다 중간 난도 문제 까다롭게 출제
- 다소 쉬운 영어영역, 중하위권 체감 난도 높을 듯

  • 2020학년도 수능이 치러진 14일 서울의 한 고사장에서 학생들이 시험이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 김종연 기자
    ▲ 2020학년도 수능이 치러진 14일 서울의 한 고사장에서 학생들이 시험이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 김종연 기자

    14일 전국에서 일제히 진행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불수능’이었던 지난해보다는 쉽지만, 변별력을 충분히 갖춘 수준으로 출제된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학입시 상담교사단을 비롯해 메가스터디교육, 비상교육, 유웨이, 이투스, 종로학원하늘교육, 진학사 등 여섯 곳의 입시전문가와 함께 이번 수능을 분석해봤다.

    ◇ 국어, EBS 연계 안 된 지문은 두 개

    지난해 ‘불수능’ 논란의 중심에 있던 언어영역은 다소 쉽게 나왔다는 평가다. 현장교사와 입시전문가들은 올해 국어영역은 2019학년도 수능보다는 쉽고, 올해 9월 치러진 모의평가(모평)와 비슷하거나 약간 쉽다고 밝혔다.

    상담교사단 오수석 경기 소명여고 교사는 “지난해 수능과 6월, 9월 모평에서 1등급 예상 표준점수가 130점대였는데, 이번 수능에서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면서 “1교시 시험이 전년도보다 평이하게 출제됐기 때문에 수험생이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갖고 다음 시험에 임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수능에서 어려웠던 지문은 ‘BIS 비율(위험자산 대비 자기자본비율)’을 다룬 사회 지문으로 여겨진다. 국제법과 경제 이론을 연계한데다 정보량이 많아, 까다롭게 여기는 수험생이 많았을 것이라는 평이다.

    수험생의 등급을 가를 ‘킬러문항’도 이 지문에서 나왔다. 입시전문가들은 킬러문항으로 40번과 42번 문항을 꼽았다. 40번 문항을 풀려면 ‘보기’의 정보 자료를 분석해 도출한 비율로 계산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연철 진학사 평가팀장은 “‘보기’를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42번 문항은 어휘문항으로 ‘신유형’이다. 기존 어휘문항은 단어의 의미에 국한해 출제됐지만, 해당 문항에서는 어구의 의미를 묻고 있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소장은 “전체적인 문맥에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만 풀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12번, 14번, 19번 문항도 까다로웠을 것으로 보인다. 문법문항인 12번과 14번 문항은 각각 다의어의 특징, 동사·형용사의 구분에 따른 관형사형 어미의 시제에 관해 묻고 있다. 19번 문항은 인문 지문을 심화해 이해해야 풀 수 있다.

    EBS 교재 연계 비율은 71.1%다. EBS에서 연계되지 않은 지문은 현대시 김기택의 ‘새’, 고전수필 권근의 ‘어촌기’다. 고전시가 ‘월선헌십육경가’는 연계된 지문이긴 하지만 지문문 후반부는 EBS 교재에서 빠졌던 내용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EBS와 연계가 안 된 지문이라 하더라도 어렵진 않았다”고 했다.

    지문의 길이는 짧은 편이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문과 선지가 상당히 짧게 구성되면서 수험생의 심리적 부담감이 줄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수학, 킬러문항은 난도 낮추는 경향 나타나 

    수학영역 가형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게 출제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나형의 난도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소 갈렸다. 다섯 명이 ‘비슷하다’ 또는 ‘다소 쉽다’고 봤고, 두 명은 ‘약간 어렵다’ 또는 ‘어렵다’고 답했다.

    두 유형 모두 중간 난도의 문항이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는 평이다. 임 대표는 “가, 나형 모두 중간 난도 문항에서 체감 난도가 높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 평가팀장 또한 “작년 수능에 비해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많아 중위권 학생들이 당황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점수 배점이 가장 높은 4점 문항의 경우, 최고난도를 지양하는 경향이 생겼다는 해석이다. 상담교사단 조만기 경기 판곡고 교사는 “4점 문항 14개 가운데 가장 어려운 문항과 쉬운 문항 간의 난도 편차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전했다.

    가형의 킬러문항은 21번과 30번 문항이 꼽혔다. 21번 문항은 미분과 적분을 모두 활용해야 하는 문제로 미분가능한 조건과 정적분의 기하학적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 30번 문항은 여러 가지 함수의 미분법과 함수의 극점이 그래프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다만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기출문제를 꾸준히 공부하고, 새로운 함수의 정의와 관련된 문항을 연습한 학생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항”이라고 말했다.

    나형에서 등급을 가를 문항은 21번, 29번, 30번 문항이다. 21번 문항은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수열을 찾으면 풀 수 있다. 29번 문항은 중복조합 개념을 이용해 경우의 수를 구하는 문제다. 조건을 이용해 식을 알맞게 세우지 못했다면 문제풀이에 시간을 많이 소모했을 수 있다. 30번 문항은 주어진 조건을 통해 삼차함수의 그래프 개형을 추론해, 조건을 만족하는 삼차함수식을 찾는 문항이다. 

    ◇ 생소한 소재 나온 영어, 가장 어려운 문제 37번

    영어영역은 지난해 수능에 비해 다소 쉽게 출제됐다는 평이다. 전통적인 킬러문항의 난도가 하향 조정됐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기존에 어렵게 출제되던 문법성 판단, 빈칸 추론 유형 등이 상대적으로 쉬워 체감 난도가 높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다른 유형의 문항의 난도가 높아지며 변별력을 유지할 것으로 여겨진다. 순서나 문장삽입과 같은 유형의 난이도가 올라갔다는 평가다. 생소한 소재의 지문이 많았던 것도 수험생이 까다롭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남 평가소장은 “음악, 교육학 등 생소한 소재가 등장해 어려웠을 수 있다”고 밝혔다.

    최고난도 문항으로는 37번 문항이 꼽힌다. 상담교사단 채현서 경기 봉담고 교사는 “37번 문항의 지문은 문장이 길고 어려운 어휘가 포함돼 수험생의 체감 난도가 특히 높았을 것”이라고 했다. 34번과 39번 문항도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34번 문항은 음악 관련 지문에서 빈칸에 들어갈 표현을 추론하도록 한 문제다. 39번은 전반적인 해석뿐만 아니라 지문 속에서 논리적인 연결 고리를 찾기가 까다로웠다는 평이다.

    킬러문항보다는 중간 난도 문항에서 변별력이 갖춰지면서, 등급 간 지각 변동이 다소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 대표는 “1등급 학생 비율은 2019학년도 수능(5.3%)에 비해 다소 늘어날 수 있지만, 2~3등급대 학생은 많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소장 또한 “3등급 이하 학생은 다소 어렵게 느껴 시간 안배에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