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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행복'에 방점 찍은 미래교육… 국내 도입은 "글쎄"

이재 조선에듀 기자

2019.11.0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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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가 제시한 '미래교육', 한국에서 통할까?

"대학을 정시로 보낼지 수시로 보낼지를 놓고 사회 전체가 들썩이는 나라인데, 체육을 교육의 중심에 놓는 게 가당키나 하겠어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제시한 교육의 방향성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혁명 수준의 변화가 없고선 우리가 갈 수 없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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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23일 콘퍼런스 참석 차 내한해 교육의 주안점을 ‘학생의 행복’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교육계는 깊은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경기 고양시에서 고교 국어를 가르치는 김수민(가명·41) 교사가 말했다. 그는 지난달 23~25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 미래교육 콘퍼런스'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OECD는 이 자리에서 '학생의 행복'을 강조한 새로운 교육 계획을 제시했다. 김 교사는 "OECD의 교육관 전환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론 한국의 답답한 교육 현실이 떠올라 한숨이 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OECD가 미래교육을 위한 연구에 착수한 건 지난 2015년부터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하에 각국 교육 전문가들을 모아 'OECD 학습나침반 2030'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최근 발표된 중간 보고서를 보면 미래교육의 윤곽을 확인할 수 있다. 성취도 위주의 교육을 단절하고 평생교육을 강화했다. 또 교육의 목표를 '학생의 행복'과 '개인의 성장'으로 재정립했다.

이번 콘퍼런스를 위해 한국을 찾은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직접적으로 이를 강조했다. 그는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학업적 성공은 단지 일부에 불과하다"며 "성취도가 아닌 행복을 교육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생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법으로 '체육'을 제시한 게 눈에 띄는 변화다. 그간 교육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체육을 학생이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에 포함시킨 것이다. 건강한 학생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는 기본적인 명제를 교육적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이다.

조기성 스마트교육협회장(계성초 교사)은 "체육 활동을 통해 학생이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꾸고, 이로 인해 행복감을 느끼게 되면 자연스럽게 창의성이 발현된다는 게 OECD의 논리"라고 설명했다.

OECD의 이번 발표에 대해 국내 교육 관계자들은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로서는 행복 중심 교육을 국내에 도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시내 한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박진교(44) 교사는 "정답을 알아도 풀 수 없는 문제가 한국의 교육문제"라며 "행복한 교육을 표방하면 행복을 가르치는 사교육이 성행할까 두려울 정도"라고 토로했다. 김진우 쉼이있는교육위원장(세종과학고 교사)은 "작은 제도개선조차 사교육업계와 이해관계가 얽혀 한 발자국도 나아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OECD의 새 교육 목표에) 크게 공감하고 있지만 국내에 도입하기엔 걸림돌이 많다"고 했다.

교육계에서는 연말 공개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의 순위가 전에 없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 PISA에 '학생웰빙보고서' 결과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2016년 OECD가 발표한 학생웰빙보고서에서 처참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전 세계 15세 학생 54만명을 대상으로 삶의 만족도를 물은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비(非)OECD 국가를 포함한 48개국 가운데 47위를 기록했다.

임재환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전 회장은 "우리나라가 한 수 아래로 인식하는 개발도상국보다도 PISA 성적이 나쁠 수 있다"며 "과목별 성취도가 높다 하더라도 OECD가 학생 행복을 교육의 전면에 제시한 이상 우리 교육의 국제적 위상은 예전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교육 거버넌스를 개혁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조기성 회장은 "성과를 중시하는 교육이 아니라 학생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교육, 안정성 있고 예측 가능한 교육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정권과 여론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교육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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