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협업하며 ‘수학 게임’하죠"… 영재들의 ‘수학 축제’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11.03 17:49

- WMO 한국본선, 3일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개최
- 협력하며 수학문제 풀기 … 우수한 학생 세계대회 진출

  • 3일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WMO 한국본선에서 알고리즘으로 큐브봇을 탈출시키는 고!고!큐브봇!(Go!Go!CubeBot!) 미션에 성공한 학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 최항석 객원기자
    ▲ 3일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 WMO 한국본선에서 알고리즘으로 큐브봇을 탈출시키는 고!고!큐브봇!(Go!Go!CubeBot!) 미션에 성공한 학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 최항석 객원기자

    “앞으로 가고 나서 오른쪽으로 이동하자.”
    “그 다음에는 한 번 더 앞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
    “이제 실행해보자.”

    세 명의 아이들이 머리를 맞대 작성한 명령문으로 프로그램을 작동하니, 로봇은 미로를 무사히 빠져나갔다. 아이들의 입에서는 환호성이 흘러나왔다. 3일 서울 한양대 올림픽체육관에서는 갖가지 ‘수학 게임'이 진행됐다. 축제 같은 이곳은 WMO(세계수학올림피아드)의 한국본선인 CMDF(Creative Math Debating Festival) 현장이다. 이 대회에는 '2019 전국 창의융합수학능력 인증시험'에 응시해 좋은 성적을 거둔 3~6학년 초등학생 264명이 참여했다.

    수학 대회 현장이지만 아이들이 가만히 앉아 문제를 푸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초등학생들은 세 명씩 팀을 이뤄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주어진 수학 미션을 해결했다. 아이들은 주변 친구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문제를 풀었다. 이날 대회에 참여한 이수지(대전 한밭초5)양은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니, 혼자 할 때보다 잘 할 수 있다”며 “어려운 문제도 재미있게 풀었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했다. 변화하는 인재상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토론하는 수학, 수학적 의사소통, 놀이로서의 수학’을 구현하려 했다. 오후에는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프로그램인 ‘수학 게임’이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오후 1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7종의 수학 게임이 진행되며 경기장은 활기를 띠었다.

  • WMO 한국본선에서 팀원이 대형 게임 말이 돼 출발한 별로 돌아가는 리터닝 투 더 스타(Returning to the Star)에 참여하는 학생들 모습. / 최항석 객원기자
    ▲ WMO 한국본선에서 팀원이 대형 게임 말이 돼 출발한 별로 돌아가는 리터닝 투 더 스타(Returning to the Star)에 참여하는 학생들 모습. / 최항석 객원기자

    참가자들은 학년에 따라 서로 다른 게임에 참여했다. 3~4학년 학생들은 ▲수학 전략에 따라 게임 대결하는 매스 디베이팅(Math Debating) ▲자석이 들어있는 UFO를 움직여 색깔 칩을 모으는 UFO 미션(UFO Mission) ▲팀원이 대형 게임 말이 돼 출발한 별로 돌아가는 리터닝 투 더 스타(Returning to the Star)를 진행했다. 5~6학년 학생들은 ▲매스 디베이팅 ▲탈출이 어려운 미로를 설계하는 메이즈 메이커(Maze Maker) ▲상대방의 전략을 파악하며 블록을 쌓는 샤이 블록(Shy Block)에 참여했다. 전 학년을 대상으로는 ▲알고리즘으로 큐브봇을 탈출시키는 고!고!큐브봇!(Go!Go!CubeBot!)이 진행됐다.

    아이들은 서로의 의견을 물어가며 게임을 수행했다. 사소한 의사결정도 논의를 거쳤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아 힌트를 사용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는 힌트를 받고 미션에 성공할 확률, 미션 수행에 걸리는 시간 등을 함께 따지는 모습을 보였다. 한 심사위원은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게임에 임하는 점이 인상적”이라며 “잘못된 해결책을 내놨다면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논의하고, 경쟁하는 상대방의 문제풀이에서도 배운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즐기며 수학 게임을 하는 동안, 학부모는 객석에 앉아 아이들을 응원했다. 이들은 자녀의 모습을 담기 위해 연신 핸드폰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경기장 벽면에는 아이들의 이름을 도화지에 크레파스로 써넣은 ‘수제 플래카드’가 줄줄이 부착돼있었다. 한 학부모는 “문제를 풀기만 하는 방식의 수학 대회만 알고 있었는데, 게임으로 수학 대회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니 색다르다”고 했다. 

  • 이번 대회는 ‘토론하는 수학, 수학적 의사소통, 놀이로서의 수학’을 구현하려 했다. 우수한 협업능력을 보여준 팀에게 주어지는 '베스트 팀워크'상을 수상한 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 WMO Korea 제공
    ▲ 이번 대회는 ‘토론하는 수학, 수학적 의사소통, 놀이로서의 수학’을 구현하려 했다. 우수한 협업능력을 보여준 팀에게 주어지는 '베스트 팀워크'상을 수상한 학생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 WMO Korea 제공

    게임이 마무리된 후에는 시상식이 이뤄졌다. 협력에 방점을 둔 대회인 만큼, 성숙하게 협업한 팀에게는 ‘베스트 팀워크’상이 주어졌다. 관심, 협동, 경청, 배려, 대화, 약속 등 여섯 가지를 지표로 삼아 학년별로 한 팀씩 선정했다. 이를 수상한 전민재(서울 가락초5)군은 “누군가는 논리력이 뛰어나고, 또 다른 친구는 퍼즐이나 보드게임을 잘하는 등 팀원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이 달랐다”며 “각자 잘하는 점을 결합해 협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에게는 WMO 세계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2019 전국 창의융합수학능력 인증시험 성적과 오늘 대회 성적을 합산해 참여자 12명을 선발한다. WMO 한국본선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해 본선 진출에 한 발 가까워진 전휘서(서울 목동초5)군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기뻐했다. 그는 “좋은 팀원을 만나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며 “한 명이 의견을 제시하면 다른 친구들이 이를 보완하는 식으로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려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