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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기 전에 총장직선제 쟁취하자.” “학생들도 유권자다. 깜깜이 선거 개정하라.”
지난 17일 숙명여자대학교 순헌관 사거리에 숙명여대 학생들이 모였다. 총장 선출 과정에 학생도 참여하게 해달라는 요구를 하기 위해서다. 요구가 커지면서 이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 10일부터 학생이 참여하는 총장 선출제도 도입을 위한 노숙투쟁도 벌이고 있다. 오전 11시 45분과 오후 4시 15분에는 구호를 외치면서 요구를 담은 문구를 흔드는 활동도 한다.
학생들의 관심은 뜨겁다. 총학생회가 14일 시작한 서명운동엔 나흘만에 2000여명이 참여했다. 농성장 근처를 오가는 학생들은 즉석밥, 도넛, 쌍화탕처럼 소소한 선물을 전달하기도 한다. 실제 농성장 한편에는 학내 구성원들이 보낸 컵라면 상자 등이 쌓여있다. 지난 5월 학생이 참여하는 총장 선출제도 도입 촉구를 안건으로 하는 전체학생총회에는 의결 정족 수의 세배 가까이 되는 2990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 학생 고려 않는 학교 정책 결정 토로
29일 대학가에 따르면, 최근 학생의 참여를 보장하는 총장직선제를 도입하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앞선 대학가의 총장 선출제도 도입 논의가 끝내 교수의 참여에 국한되자, 이에 대한 반발이 터져나오고 있는 셈이다. 숙명여대를 비롯해 경희대와 한국외국어대 등 서울 내 주요 대학 학생들도 이런 요구에 동참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31일 학생 참여를 보장한 총장 선출제도를 요구하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총장 교체 시기를 앞둔 국공립대에서도 같은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 11월 총장 선거에 돌입하는 강원대와 경북대를 비롯해 경상대와 부산대, 부산대, 인천대, 제주대, 충남대, 한국교원대 등이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다시 4년 뒤에나 총장 선거를 치르기 때문에 각 대학 총학생회는 이번 선거에 학생 참여를 도입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총장 선거에 학생이 참여하지 못하면 학습권 등을 침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강신청, 학과통폐합, 캠퍼스 이전 등 학생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대학본부가 학생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선범 한국외대 총학생회 비대위원장은 “교수 중심의 현행 총장 선출제도로는 학생이 총장선거 공약이나 정책은커녕 후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사립대의 경우 학생이 대학 운영을 위한 재정을 떠받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요구가 나오는 배경이다. 지난 9월 발표된 OECD 교육지표(2019)에 따르면, 국내 대학의 민간재원 의존율은 62.4%로 나타났다. OECD 평균(31.8%)보다 두 배가량 높은 수치다. -
◇ 학생참여 요구에 ‘사회주의자냐’ 묻기도
이 같은 학생의 요구는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많은 대학이 교수의 투표로 총장을 선출하는 총장직선제가 교내에 불필요한 파벌을 만들고, 교육 역량을 저하시킨다며 간선제 도입을 요구했다. 총장간선제를 도입하면 각종 대학 재정지원사업 선정평가에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도입을 유도했다.
이에 반발한 한 부산대 교수가 총장직선제 유지를 촉구하며 투신하면서 사태가 급변했다. 이후 교육부는 사실상 총장직선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은 총장직선제를 다시 도입하거나, 직선제에 가까운 간선제를 택하는 등 총장 선출제도를 손봤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생과 직원, 강사 등의 참여는 배제됐다. 교수들은 대학의 운영 주체가 교수인만큼 교수 중심의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에도 학생들은 총장 선출제도에 학생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같은 교수들의 인식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 정책연구에서 전국 876명의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1.2%가 대학 총장 선출 제도로 직선제를 선호했다. 그러나 선호하는 방식은 구성원 직선제(36.1%)와 교수 직선제(35.1%)로 나뉘었다.
황지수 숙명여대 총학생회장은 “학생 참여를 보장한 총장 선출제도 개정 서명을 교수 대상으로 받았는데 인원은 10명을 겨우 넘겼다”며 “일부 교수는 ‘학생은 학교에 대해 잘 모르지 않냐’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총장 선출제도에 관해 논의하는 교수협의체를 찾아가 학생사회의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으나, 교수들은 쳐다보지도 않더라”고 덧붙였다.
총장 선출제도에 학생 참여를 보장한 일부 대학도 요식행위에 그쳤다는 평가다. 학생참여 비율이 턱없이 낮기 때문이다. 조한수 부산대 총학생회장은 “2015년 총장직선제를 시행했지만, 학생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학생 참여 비율(약 1.3%)이 현저히 낮아 학생 관련 공약이나 정책이 없어도 당선이 어렵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학생 참여 비율을 높이자는 요구에 대해 일부 교수는 ‘사회주의자냐’고 되묻는 일도 있다고 한다.
일부 국립대 교수들은 ‘직능민주주의’를 내세워 학생 참여 비율 확대를 거부하고 있다. 직업의 특성과 성격에 따라 표값을 차등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국공립교수연합회 내부 주장으로 알려져 있다. 조 회장은 “차별적인 주장”이라며 “교수의 표만 인정하는 것은 대학을 교육기관이 아닌 연구기관으로 국한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총장 선출 학생 참여’ 요구 … 교수는 “학생이 뭘 아냐”
-학생들 “총장 선출서 배제돼 학습권 등 권리 침해”
-총장직선제 찬성해도 학생 참여는 싫다는 교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