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서술형 수능 도입 제안, 학생들은 ‘기대반 우려반’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10.24 11:17

-김진경 의장,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안으로 논·서술형 수능 제안
-학생들은 ‘정답 교육 탈피’ vs ‘맞춤형 사교육 늘 것’ 갑론을박

  • 23일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에서 학생을 비롯한 400여명의 시민이 우리 교육에 대해 제시한 의견을 참가자들이 살피고 있다. / 최예지 기자
    ▲ 23일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에서 학생을 비롯한 400여명의 시민이 우리 교육에 대해 제시한 의견을 참가자들이 살피고 있다. / 최예지 기자

    국가교육회의가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 방향 중 하나로 논·서술형 문항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도입하는 것을 제안한 가운데, 시험을 치르는 당사자인 학생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에서 ‘논서술형 문항 수능 도입’을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의 한 가지 방안으로 제시했다. 지난 15일 국회 국정감사에선 수능 출제기관인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논술식 등 새로운 수능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학생 의견은 엇갈린다. 일부 학생들은 논·서술형 수능이 최근의 대입제도 논란에 있어 한 가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반겼다. 고등학교 1학년 서지혜양은 “정시나 학종 모두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오지선다식 수능은 암기식 교육을 조장해 미래역량을 기르지 못하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경우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된 계층만이 비교과를 준비할 수 있어 불공정하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이다.

    논·서술 수능을 도입하면 ‘정답 위주’의 교육을 탈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김경훈(부산 해운중2)군은 “지금까지 정답을 골라내는 방향으로만 교육을 받아왔는데, 좀더 다양한 역량을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강(충북 청중공고2)군은 “답이 정해진 시험을 주로 치렀는데, 논·서술형 수능을 도입하면 자기 생각을 풀어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사교육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서영(전남 문태고1)양은 “아무리 논·서술형으로 문제를 내도, 출제 의도에 맞춘 ‘모범답안’은 있을 것”이라며 “이를 지도하는 논·서술형 수능 사교육이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교육 성행은 논·서술형 수능 도입에 찬성하는 학생들도 우려했다. 김군은 “(제시 주제 등) 시험 적중률을 높이는 사교육이 성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학입시에서 논술전형은 사교육을 유발하는 대학별 고사로 여겨져, 교육부는 지속적으로 이를 축소하는 입장을 발표해 왔다.

    교사들은 또 다른 우려를 내놨다. 공정성 논란이다. 권윤호 경기 풍덕고 교사는 “논·서술형 수능은 내용을 깊이 탐구할 것을 요구해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배우는 데 도움이 된다”며 “임용고사 등 국가시험에서 논·서술형이 이미 진행되고 있는 만큼 공정하게 시험을 진행할 역량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객관적 수치를 맹신하는 분위기가 있어 논서술형 수능을 도입한다면 저항이 일 것”이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한켠에선 논·서술형 수능 도입 논의가 갑작스럽다는 입장도 있다. 정성식 전북 이리동남초 교사는 “대통령이 정시를 확대하자고 한 뒤 바로 수능 논·서술형 도입 제안이 나오니, 교육 정책이 과거로 회귀했다 미래로 향했다 널뛰는 듯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