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교육국장 “한국의 혁신학교는 좋은 정책”
고양 =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10.23 16:53

-‘한-OECD 국제교육 콘퍼런스’ 기자회견서 밝혀
-슐라이어 국장 “수능, 공정한 선발제도 아니다”
-김 의장 “논·서술 문항 도입 등 수능 개편해야”

  • 23일 킨텍스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과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최예지 기자
    ▲ 23일 킨텍스 '한-OECD 국제교육컨퍼런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과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이 의견을 밝히고 있다. / 최예지 기자

    “한국의 혁신학교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교육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교육국장이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23일 한-OECD 국제교육 콘퍼런스 참석 차 내한한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콘퍼런스가 개최된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나라의 혁신학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혁신학교를 우리나라가 교육 문제를 위해 해결하기 위해 시도하는 대표적인 정책으로 꼽았다. 혁신학교를 학생들이 서로를 경쟁자로 보지 않고 돕는 행복한 학교, 학생이 학교 생활에 대한 결정을 내리도록 권장되는 민주주의 학교. 학제간 학습이 이뤄지는 학교 등으로 높게 평가했다. 다만 확신이 더딘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그는 “교사와 학생이 함께 교육과정을 설계해 나가는 훌륭한 학교”라며 “그러나 이는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입문제가 혁신학교 확산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슐라이허 국장은 “한국에서는 어린 나이부터 대학 입시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여긴다”며 “부모, 학생, 정부 등 사회 전반이 대학 입시 문제에 이렇게 관심을 쏟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찾기 어렵다”며 “대학입시가 모든 교육적인 시도를 무위로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교육내용은) 민주주의적인 학교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현장에선) 입시에 사로잡혀 있다”며 “혁신학교 정책도 교사, 학생 등이 입시 부담을 안고 있어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슐라이어 국장은 이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공정성을 담보하는 제도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학업성과가 미진해도 시험은 잘 볼 수 있듯이 표준화된 시험이 공정한 것은 아니다”며 “오랫동안 운영돼 신뢰를 쌓았더라도 시대에 적합하지 않은 제도일 수 있다”고 했다.

    대입 부담이 학생의 삶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내놨다. 슐라이어 국장은 특히 한국 학생이 국제적으로 학업성취도에서 괄목할 성과를 냈지만, 일상적으로 큰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PISA(OECD 국제학생평가프로그램) 참여국 중 한국은 최고의 성취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학교에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학생의 비율은 60%에 불과하다.

    슐라이어 국장은 이런 문제를 타파하고 학생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역량을 반영할 수 있는 대입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국가는 대입제도에서 학생의 학교생활을 전반적으로 고려한다”며 “단순히 학생을 선발하고 서열화하는 데 머물기보다 개개인의 특징을 잘 고려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정시 비율 확대를 강조하며 벌어진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김 의장은 “(문 대통령의 발언이) 지난해 대입 개편에 따라 정한 정시 비율 30% 이상 확대 기조를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며 “(대통령의 정시확대 발언은) 30% 이상 범주에서 조정하자는 의미로 보고 있다”고 했다.

    수능 개편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김 의장은 “수능을 암기위주의 시험으로 치르다보니 좋은 학생을 선발할 수 없다는 불신이 수도권 대학에 퍼져 있다”며 “미래역량을 측정하기 위해 논·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등 수능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수능 개선 문제에 관해 발언은 하지 않았지만, 당국과 논의하고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다만 대입제도 개편에 대해선 “교육부의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