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성 평등 인식 격차 심화… 토론 활용한 성 인지 교육해야”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10.17 13:22

-17일 오전 ‘청소년 프로그램의 성 평등 인식제고 방안’ 토론회 열려

  • 17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청소년 프로그램의 성 평등 인식제고 방안’ 토론회에서 청소년과 관련 전문가들이 청소년 성 평등 인식 제고 방안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오푸름 기자
    ▲ 17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열린 ‘청소년 프로그램의 성 평등 인식제고 방안’ 토론회에서 청소년과 관련 전문가들이 청소년 성 평등 인식 제고 방안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다. /오푸름 기자

    “지난해 한 포털사이트에서 10대 여학생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가 ‘페미니즘’ 이었습니다. 젠더(Gender) 갈등의 시대라고 하지만, 젠더 혁명의 시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명화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장)

    “요즘 청소년들은 성 평등 인식 수준이 높아 젠더 이슈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러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반영한 성 인지적 관점의 교육이 필요합니다.” (이다인 대전 둔원고 학생)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청소년 프로그램의 성 평등 인식제고 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여성가족부와 청소년 관련 기관이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남녀 청소년 간 성 평등 인식 격차 심화에 따른 청소년의 성 평등 인식 제고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여성가족부는 이번 토론회 내용을 토대로 청소년을 위한 성 평등 교육자료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청소년과 관련 전문가들은 학교 안팎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프로그램을 성 인지적 관점에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양은 “청소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는 성 평등 인식이 부족한 탓에 남학생과 여학생에게 특정 역할을 부여해왔다”며 “심각하게는 스쿨미투를 비롯한 성 관련 사건이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최근 청소년들이 성 평등을 인지하는 수준은 높아졌지만, 학교나 청소년 기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반영해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 전반에서 성 평등을 지향해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사회 구성원들 간 성 평등 인식 수준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젠더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대 남녀 성 평등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상에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차별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20대 여성은 73.5%, 20대 남성은 33.1%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성 평등 인식 격차는 심화하는 추세다. 최윤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2016년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양성평등실태조사에 따르면, 남성 청소년의 40%가 앞으로 5년 내 우리 사회를 남성 불평등한 사회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남성의 지위와 권력이 점차 감소해 머지않아 남성이 불리한 사회에 이를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인식은 청소년 내의 혐오 문제와도 관련 있다는 주장이다. 최 부연구위원은 “학교 안 혐오 중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은 여성혐오로, 지난 2017년 조사결과에서 서울지역 중학생의 39.6%가 성별 비하를, 24%는 성적인 신체부위에 대한 놀림이나 비하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청소년층에서 심화하는 성 평등 의식의 격차는 우리 사회에 나타난 젠더 갈등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인하대에 재학 중인 김현수 청소년 활동가는 “우리 사회의 젠더 갈등 심화 현상은 청소년기부터 남성중심주의가 고착화하면서 성 평등 의식 확산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어려서부터 제대로 된 성 평등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성 평등 교육의 효과를 높이려면 관련 프로그램을 청소년이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평등 교육 방향과 방식을 청소년 중심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씨는 “수많은 교육기관에서 성인지 감수성을 확대하는 교육보다는 단순히 성범죄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청소년을 성범죄에서 보호하는 차원의 교육을 벗어나 성 평등에 대한 생각과 의견을 나누는 토론 형태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하태호 안산시청소년재단 상록청소년수련관 활동문화팀 대리는 “청소년이 교내 학생회와 동아리 등 자치기구를 통해 성 평등이라는 주제에 대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청소년 관련 기관과 단체에서는 스쿨미투, 젠더 이슈 등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내외에서 청소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교육자의 성 평등 의식 제고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최 부연구위원은 “청소년 프로그램 전반에서의 성 인지 감수성을 높이려면 청소년 상담사와 지도사 등 활동가들의 성 평등 의식을 높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들의 자격취득과정과 보수산정과정에서 성 평등 관련 내용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민정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활동기획부장은 “교육자들이 청소년 개인의 역량보다는 성별을 바탕으로 청소년 활동과 특정 직업 선택을 유도하면서 성 평등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청소년들의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지도자들의 생활이나 진로 지도 방식, 성 차별적 언어 사용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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