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으로 공개채용 했지만 … ‘내정자 논란’은 여전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10.11 09:54

- 대학 대상 정보공개 청구로 이어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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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강사를 공정하게 뽑겠다며 대학이 공개채용 제도를 도입했지만 사실상 내정자가 있었다는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공개채용에 참가한 강사들은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11일 대학가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대학이 진행한 시간강사 공개채용 가운데 상당수 대학이 이미 기존 강사를 내정한 채 공개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지역 대학 여러 곳의 공개채용에 지원한 강사 A씨는 “공개채용을 한다고 밝힌 대학이 기존 강사를 유지하기 위해 형식적인 공개채용을 진행했다”며 “10명을 모집한다고 해도 10명이 거의 정해져 있어 새로 지원한 다른 20명은 그저 들러리만 섰던 경험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공개채용은 그간 채용이 비공개로 진행돼 교수의 입김이 강했던 강사고용을 투명하게 하는 제도다. 대학은 심사위원을 위촉하고 임명하는 절차와 강사 채용 심사 단계·방법 등을 정관이나 학칙으로 규정해야 한다. 대학들은 지난 7월 이후 이력서를 비롯한 연구업적기술서, 교육철학기술서, 추천서 등 각종 서류를 접수받아 공개채용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이는 앞서 지난 8월 1일부터 시행된 시간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안 등 4개 법령 개정안)이 시간강사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강화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강사법 시행에 앞서 강사법 취지에 맞게 강사 공개채용에 선제적으로 나선 셈이다. 강사법 시행은 시간강사의 임용기간을 최소 1년으로 하고, 채용 이후 재임용(3년)을 보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그렇지만 취지와 달리 내정자가 있는 등 공개채용 절차가 불합리하게 진행되자 탈락한 강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답답함에 직접 채용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나서는 경우도 있다. 석·박사 이상의 학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 하이브레인넷 이용자 ‘햇살사이’는 “강사채용 심사를 담당한 교수와 관계가 있는 기존 강사를 채용하기 위해 자격심사를 통과한 저를 탈락시키고 재공고를 통해 전형을 진행해 이를 밝히기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과를 뒤집기 어렵고 앞으론 나쁜 평판이 퍼져 해당 대학에 지원하기 힘들 것”이라며 “그렇지만 문제를 제기해 이 같은 채용이 반복되지 않는다면 다른 누군가에게 조금 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실제 대학 관계자들은 공개채용 이후 정보공개청구가 접수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보공개청구는 국가기관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교육기관인 사립대도 정보공개청구 대상에 포함된다. 서울대 관계자는 “정보공개건수를 정확히 밝히긴 어렵지만 공개채용 관련 수 건의 정보공개청구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전남대 관계자는 “학과별로 심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학과 차원으로 정보공개청구가 들어오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불투명한 채용으로 인한 피해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에 채용된 강사는 3년 간 재임용을 보장받기 때문에, 다음 대규모 공개채용은 3년 후를 기약해야 한다. 이 때 다시 공개채용 기회가 생겨도 강의경력이 없거나 부족한 지원자는 탈락할 우려가 크다. 하이브레인 이용자 ‘허무명’은 “이번 공채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3년 후 공채에서도 강의경력 점수에서 불이익을 받는 악순환이 일어날 것”이라며 “공개채용에 합격해 살아남기는 했지만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다만, 채용 내정이 많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전체 채용 인원이 주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한 강사들의 불만이 커졌다는 해석이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학교마다 채용 기준이 다르고 개개인의 연구나 강의 실적이 다르기 때문에, 입장에 따라 채용 공정성 여부가 갈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