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자사고 지위 유지에… 예비 고1 학부모 입학설명회 ‘북적북적’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9.20 16:40

-20일 서울 종로구 동성고서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 열려

  •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정책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성고에서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가 열렸다. /주민욱 기자
    ▲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폐지정책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성고에서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가 열렸다. /주민욱 기자

    “우리 아이가 입학하고 졸업할 때까지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 상황이 변하더라도 직접 문제 될 것은 없죠.” (김미정·가명·서울 서대문구)

    20일 오후 동성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2020학년도 자사고 입학 설명회에 참가한 예비 고1 학부모의 말이다. 이번 설명회에는 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인용으로 당분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는 경희고와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중앙고, 이대부고, 한대부고 8곳도 참여했다.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택한 경문고는 빠졌다. 폐지 논란에 휩싸였음에도 1000여명에 달하는 학부모가 몰렸다. 다만, 주최 측이 당초 예상했던 1300명보단 적었다.

    김철경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장(대광고 교장)은 “서울 자사고는 2020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을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며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으로 인해 예비 고1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사안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이번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전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은 자사고가 폐지될까 불안해하면서도 아이를 자사고에 보내겠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예비 고1 학부모 고은경(44)씨는 “자사고 지정취소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불안하다”면서도 “일반고보다 교육과정이나 특별활동이 다양하기 때문에 (아이를) 자사고에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특히 일반고의 교육 여건이 부실하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박수진(가명)씨는 “중학교에선 아직도 많은 학생이 자사고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자사고에 가면 일반고보다 학습 분위기가 좋아 대입을 준비하기에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부 학부모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이은영(가명)씨는 “자사고 관계자들이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지 지켜볼 것”이라며 “자사고는 고교 선택지 중 하나로 고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학부모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사고 관계자들은 적극적으로 나섰다. 자사고 21개교 교장들이 단상에 올라 인사를 하는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사회를 맡은 한 자사고 교감은 “자사고 말살정책에도 학교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전하기 위해 교장단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청중의 호응을 유도했다. 교장들이 객석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숙이자 학부모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자학연)에 소속된 21개교 학부모 대표도 연단에 섰다. 전수아 자학연 회장(숭문고 학부모대표)은 “자사고를 선택하는 학부모들은 아이가 자사고에 진학해 좋은 교육환경에서 좋은 친구와 선생님을 만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며 “학교가 없어질까 봐 불안하겠지만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사고 교사들은 ‘입시위주 학교’ ‘특혜·반칙’ 등 비판을 적극적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안재헌 중앙고 교사는 “자사고가 대입을 위해 교육의 본질을 저버리는 입시위주 학교로 특혜를 누린다고들 한다”며 “학업에 열정적인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개별 학생들의 역량을 파악하고 상담하는 등 학교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억울한 입장”이라고 했다. 또 다른 발제자는 예비 고1 학생들이 고교 지원 과정에서 자사고를 선택했을 때 불이익이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안광복 중동고 입학홍보부장은 “공부를 하고 싶은 학생들한테는 (자사고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게 맞다”며 “일반고는 일반고대로, 자사고는 자사고대로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초 경희고와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중앙고, 이대부고, 한대부고 등 자사고 8곳은 서울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결과에 따라 2020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해 자사고 신입생을 모집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 8곳은 재지정평가가 부당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는 교육청 결정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이 자사고의 손을 들어주면서 내년에도 자사고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지난 17일에는 자사고와 일반고 이중지원을 허용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도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됐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가 자사고 지원자의 일반고 이중지원을 금지한 고교 신입생 선발제도에 대해 최종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따른 조치다. 이로써 자사고에 지원한 학생은 탈락하더라도 거주지에 있는 일반고에 갈 수 있게 됐다.


  • /주민욱 기자
    ▲ /주민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