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기업가정신 교육 “창업자의 혁신과 도전을 배워라”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9.16 14:05
  • #. 경기도 오산시에 거주하는 김수현(14)군은 창업을 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아이템은 아직 없지만 단순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회에 공헌을 하는 좋은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창업을 꿈꾼다. 뚜렷한 진로가 없던 김군은 학교에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앙트프리너십)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다. 

    기업가정신은 창업자의 도전적이고 위험을 감수하는 혁신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기업가정신이란 개념이 국내에 도입된 것은 90년대 중후반이다. 이후 박근혜정부가 창조경제를 국정기조로 삼아 창업을 독려하면서 기업가정신도 덩달아 회자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지난해부터 초중고 정규교과목에 기업가정신 교육을 도입했다. 그렇다면 교육현장에선 기업가정신 교육이 어떻게 자리 잡고 있을까. 

    ◇ “주입식보다 참여형으로” … 관심 없던 학생 호기심 가져

    교육현장에서 가르치는 기업가정신은 주로 창업의 기술과 동기부여를 강조한 형태다. 학교에선 정규교과목으로 이론을 가르치고, 동아리나 방과후활동을 통해 실습한다. 중학교는 자유학기제를 활용해 창업 실습 교육을 받기도 한다. 실제 모의창업까지 나서는 경우도 있고, 일부 학교에서는 협동조합을 실제로 만들어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등 실제 창업도 경험할 수 있다.

    김정숙 경기 덕소중학교 2학년 부장교사는 학교의 기업가정신 동아리 학생들과 지난 5월 공정무역 페스티벌을 다녀왔다. 기업가의 태도와 철학을 가르치는 현장교육을 했다. 수업은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참여형 교육으로 진행한다. 기업가정신이 무엇인지 학생 스스로 알아보고 발표하거나 실습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셈이다. 김 부장은 “CSR(기업의 사회적 공헌활동)을 CSI(과학수사대)냐고 되물을 정도로 관심이 없던 학생들이 공정무역에 대해 이야기하고 창업을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인식이 커졌다”고 말했다.

    경기 별내고등학교는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실제 창업까지 성공했다. 협동조합을 꾸려 교내 매점을 인수한 것이다. 별내고 학생들은 협동조합을 꾸려 지난 2016년 2월 계약이 만료된 학내 매점을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이 매점은 당초 인수에 참여한 학생들이 졸업한 현재도 협동조합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안산공업고등학교는 교육과정 전반을 기업가정신을 매개로 연결해 수업을 진행한다. 영어수업에선 해외의 기업가정신 관련 지문을 번역하는 수업을 한다. 수학에선 삼각함수를 활용해 지도를 만들고, 동네 관광지도를 직접 만들어 보는 실습을 한다. 이를 통해 동네 관광자원을 개발해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것이다. 

    이 학교의 기업가정신 교육을 총괄하는 조대범 화학교사는 “이론보다 기존 교과목에 기업가정신을 접목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며 “화학에서 요소를 분리하는 ‘추출’을 활용해 커피나 치즈를 만들고 이를 학교축제 등에서 직접 팔면서 기업가정신을 체득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사의 수업은 학생들이 ‘08프로젝트’라고 따로 별명을 붙일 정도로 인기가 좋다. 08프로젝트는 ‘공(0)업적으로 팔(8)수 있는 것을 만드는 수업’이란 뜻이다. 조 교사는 이 수업을 통해 한해 약 30여명의 학생이 창업에 관심을 갖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 보유기술로 창업 아이템 발굴하는 대학 기업가정신 교육

    대학에선 보다 창업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한다.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 교육을 하는 박정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대학이 가진 기술 가운데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 기술을 학생이 찾고 이를 사업화하는 방법을 가르친다”며 “학기초 정한 아이디어를 3달간 발전시켜 그 결과물을 처음 아이디어와 비교하면서 얼마나 혁신적이고 시장의 의견을 반영했는지를 평가한다”고 말했다. 수업 과정에서 강의실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실제 시장조사를 하거나 의견을 과정에서 수강생들이 재미를 느낀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서울대 의과대학은 최근 의대생의 혁신과 기업가정신 함양을 위한 수업을 개설하기로 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강의의 이름은 ‘혁신, 나도 할수있다’이다. 스타트업 투자회사와 의료기기 전문기업 대표 등을 초청해 특강을 하고 학생들이 관련 활동을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재학생의 혁신성과 기업가정신을 함양해 미래 선도 의료인을 배출하겠다는 게 서울대 의대의 취지다. 

    기업가정신 교육이 늘어나면서 기업가정신을 교육할 교육전문가를 양성하는 과정도 속속 개설됐다. 정부에서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등을 통해 대학과 학교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2019 기업가정신 교육전문가 양성과정’을 개최한다. 

    이 교육은 ‘벤처 디스커버리’라는 창업교재를 바탕으로 창업의 전 과정을 20개 과정으로 구분해 현장의 기업가정신 교육을 이끌어갈 전문가를 육성하는 내용이다. ‘나의 가치를 찾아라’(STEP 1), ‘아이덴티티를 분명히하라’(STEP 3), ‘아이템이 아니라 제품라인을 구성하라’(STEP 10), ‘투자자를 파악하라’(STEP 17) 등이다. 강의 도중 강 교수가 이번엔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한 개선사항을 발표하라고 하자 6명의 조원은 머리를 맞대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교육에 참가한 한 전문대학 창업지원단 관계자는 “대학의 창업강좌를 어떻게 진행할지 고민이 깊었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안성렬 원광대 창업교육센터 교수도 교육에 참석해 “대학생이 실제 창업과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교육”이라며 “기업가정신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창업에 익숙해지고, 더 어린 나이부터 교육을 통해 도전정신을 기를 수 있도록 관련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앞으로 기업가정신 교육의 방향성에 변화를 줄 방침이다. 김진 교육부 진로교육정책과 사무관은 “국내 기업가정신 교육이 창업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올해 연말 연구·선도학교의 성과를 점검하고 학생 만족도를 확인해 기업가정신의 의미를 고취하고 창업교육이 아닌 기업가의 혁신적인 사고를 배울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