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노인 고독사 늘면서 주목받는 ‘이 직업’은?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9.13 14:34

-인생 2막 직업 설계 지침서 ② 유품 정리인
-세상 떠난 이 유품·재산 등 정리해주는 역할

  • 우리나라는 이르면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노인의 고독사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내놓은 ‘시도별 무연고 시신 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노인 고독사 수는 지난 2013년 458명에서 2017년 835명으로 크게 늘었다. 유품 정리인은 이처럼 고독사하는 노년층이 늘면서 등장했다. 1인 가구 증가로 홀로 살다 홀로 죽음을 맞는 이들이 늘어난 것도 유품 정리인의 등장에 영향을 미쳤다.

    유품 정리인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유품과 재산 등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유품을 물리적으로 처리하는 일부터 고인의 재산을 상속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일까지 고인의 삶 전반에 걸쳐 남은 일들을 정리해준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인생 2막 새로운 도전: 베이비부머 직업 탐색 가이드’에서는 유품 정리인을 “문상이나 초상 경험이 있고 죽음에 대한 초연함도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중장년층에게 적합한 직업”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유품 정리인은 보통 유품 정리 업체나 상조회사 등에 속해 일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청소 관련 서비스 업체에서 특수 청소의 일환으로 유품 정리 서비스 업무를 진행하기도 한다. 의뢰를 받으면 현장에 가서 견적을 내는 일부터 시작한다. 이때 현장을 살피고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정한 생활 폐기물 수거 날짜 등을 고려해 현장 정리 작업 일정을 짠다.

    이어 고인 물건에 남은 병균과 악취를 제거하고 유품에 묻은 분비물 등 악성 폐기물 처리, 공기 정화제 뿌리기, 깨끗한 유품 따로 정리하기 등 일련의 순서에 따라 작업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가족을 포함해 고인의 뜻을 최대한 헤아려 업무를 진행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유품을 정리하는 대가로 받는 비용은 공간의 넓이와 유품 규모, 특수 청소 여부에 따라 다르다. 유품 정리만 할 경우 30만원 수준이고 주검의 혈흔과 악취 등을 지우는 특수 청소까지 맡는다면 400만원까지 비용이 오른다.

    유품 정리인이 되기 위해 요구되는 학력이나 자격증은 따로 없다. 다만 대학에서 장례지도학과나 생사의례학과, 사회복지학과, 법학과 등을 나오면 일할 때 큰 도움이 된다. 법학과를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친족상속법과 폐기물관리법 등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알아두면 좋은 법 개념은 미리 익히는 게 바람직하다. 유품 정리인은 대담함도 갖출 필요가 있다. 시체의 악취가 풍기는 공간을 정리하거나 자살 또는 타살 현장 등 끔찍한 장소에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