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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3관왕'… 진주 무지개초의 비결은?

진주=이슬기 기자

2019.09.0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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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너희 뭐 하니?
상상력 화분에 물 주는 중이에요!

재밌게 연극하고 토론하고 과학 용어도 어렵지 않게 '척척'
박쥐 직접 키우며 생태 연구… 멋진 발명가 되는 꿈 키워요

글로켄슈필·꽹과리·마라카스·젬베·트라이앵글·핸드벨·심벌즈·캐스터네츠·소고·탬버린.

지금 눈앞에 10가지 악기가 놓여 있다고 상상해 봐. 이 가운데 마음에 드는 두 가지를 골라서 그 악기의 소리를 설명해 보자. 단, 직접 연주해서 소리 내서는 안 돼. 말로 설명하거나 몸으로 표현하는 것만 가능하다면, 어떻게 소리를 표현할 수 있을까?

어때, 간단할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지?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에서는 이런 문제로 창의력을 겨뤄. 교과서에 나오지도 않는 문제인데, 어떻게 풀어야 할까? 지난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미국에서 열린 올해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대회에서 국내 최초로 개인전 세계 1위, 단체전 세계 1위, 세계 최우수 지도교사상까지 3관왕을 한 진주 무지개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나 보면 그 비결을 알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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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든 과학 연극 보실래요? 세상에 과학만큼 신나는 건 없다고요!" 직접 만지고 체험하면서 마음껏 과학을 즐기는 진주 무지개초 과학발명동아리 '리틀 뉴턴' 학생들. / 진주=김종연 기자

우리 마음대로 연극 만들며 과학과 친해져요

"2050년 특집 생방송,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오늘 의뢰인은 인공 지능(AI)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상담가예요.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 지능은 수많은 상담 사례를 빅데이터로 학습하지요. 상처받은 의뢰인의 기억을 HD 화질로 들여다봅시다. 먼저 DNA 자취와 시냅스*를 분석해서 5D 증강 현실(AR)로 바꾸겠습니다. 삐리 삐리~!"

지난 2일 오후, 경남 진주 무지개초 과학발명동아리 '리틀 뉴턴' 활동이 한창인 창의융합실 안. 동아리 부원 14명은 미래 사회는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지, 어떤 TV 프로그램이 방송될지를 상상하며 직접 구성한 과학 연극을 연습했다. 세포 크기보다 작은 로봇을 몸속에 넣어 기억을 바꿀 수 있게 된 미래를 그린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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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싶은 내용을 정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하다"는 하우영 교사의 목표는 '과학은 즐겁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 실제로 동아리 학생 상당수는 이공계 진학을 희망하고 있었다. / 진주=김종연 기자

"자, 이번에는 연극을 다르게 꾸며보자. 미래에는 또 어떤 일이 가능할까?" 하우영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은 두 팀으로 나뉘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특수 안경은 어떨까?" "외계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통신 장치를 소개하자!" 각 팀은 상황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대사도 생각해 냈다. 30분이 채 지나기도 전에 노래와 율동이 포함된 짧은 연극 두 편이 탄생했다. 발표가 끝난 다음에는 상대 팀 연극을 평가하고 조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려운 용어도 나왔지만, 아이들은 "그동안 재미있는 연극과 노래를 하면서 과학 용어와 친해져 이 정도는 문제없다"며 웃었다.

*시냅스: 뇌에서 신경세포를 잇는 연결 고리. 우리 몸은 시냅스를 통해 각종 신호를 주고받으며, 기억은 시냅스 회로에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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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으로, 숲으로… 살아 있는 과학 속으로

리틀 뉴턴은 지난 2015년 하우영 교사가 담임을 맡은 반 학생들을 중심으로 만든 동아리다. 올해는 졸업생 등 다른 학교에서 찾아와 활동하는 학생까지 더해 부원이 100여 명으로 불었다. 이날 만난 아이들은 모두 동아리 활동이 학교생활에서 가장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리틀 뉴턴은 판에 박힌 실험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체험을 통해 과학 개념을 익히고 과학이 일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본다. 민물고기의 습성이 궁금하면 가슴 장화를 착용하고 강 속으로 뛰어들고, 젠가 게임을 하면서 마찰력을 공부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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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미국에서 열린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3관왕을 차지한 리틀 뉴턴. / 무지개초 제공

과학 연극도 리틀 뉴턴 학생들이 과학 개념을 익히는 독특한 방법 중 하나다.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개인전 세계 1위를 차지한 김가현(6학년) 양은 "교실 안팎에서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면서 재미난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랐다"고 했다.

창의·과학 활동에 재미를 느낀 아이들이 스스로 동아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특징이다.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는 우리나라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대회여서 방학 중에도 매일 학교에 나와 준비했어요. 아침 7시에 등교해서 밤 10시를 넘겨 집에 가는 일이 많았죠. 코피를 쏟은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좋아서 하는 일이니 힘든 줄 몰랐어요. 열심히 한 만큼 결과가 좋아서 뿌듯해요!" 세계 대회에서 3관왕을 차지한 비결을 묻자 장희운(5학년) 양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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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동굴·다리 밑으로 나가거나(왼쪽) 교실에서 박쥐를 관찰하는 어린이들. / 무지개초 제공

리틀 뉴턴은 지난 4년간 전국 대회를 말 그대로 휩쓸었다. 올해에만 대한민국학생창의력챔피언대회 대상,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 최우수상, 대한민국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 대상, 한국학생과학탐구올림픽대회 지역 금상을 받았다. 과학탐구활동 우수 동아리로 선정돼 대만으로 해외과학탐방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 같은 성과 뒤에는 하 교사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연극·체험 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이 과학을 친근하고 즐겁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선생님이 답을 알려주는 대신 학생들이 직접 관찰하고 다른 친구와 힘을 합쳐 탐구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지도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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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뉴턴 학생들은 진주 영천강 부근 건물의 방충망에 걸려 있던 박쥐 '영천이'를 구조해 함께 기르면서 한살이를 탐구하고 있다. "진주는 박쥐의 천국이에요! 박쥐 생태를 탐구하면서 우리가 사는 고장을 다시 보게 됐어요. 처음에는 박쥐가 무서웠지만, 이제는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최예빈·6학년) / 진주=김종연 기자

박쥐 '영천이' 키우며 생태 탐구

올해 리틀 뉴턴의 주요 프로젝트는 경남 지역 박쥐의 생태를 탐구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벗어나 동굴과 숲으로 가 박쥐를 만났다. 초음파 감지기로 직접 박쥐 울음소리를 녹음해 듣기도 했다. 장슬기(6학년) 양은 "영천강 부근에서 채집한 박쥐 '영천이'를 함께 키우며 박쥐의 한살이를 탐구하고 있다"며 "직접 박쥐를 찾아다니고 화석을 발굴하는 등 살아 있는 과학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고나은(6학년) 양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꿈이 바뀌었다. "멋진 발명가가 되고 싶어요! 박쥐들이 방충망에 걸려서 다치지 않도록 돕고, 사람들이 더 편리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앞으로도 리틀 뉴턴의 활약을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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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천강 부근에서구조한 박쥐 '영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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