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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아나운서에게 듣는 '낭독의 비결'

김다혜 기자

2019.09.05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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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앞에서 긴장하는 건 당연!
내용 '내 것'으로 만들면 떨지 않고 읽을 수 있어

전부 암기했더라도 원고 보면서 낭독을
'지휘자'처럼… 목소리 높낮이·속도 조절
갑자기 발표할 땐 천천히 읽는 게 중요

"아버지 가방에 들어가신다, 아, 아니…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

친구들 앞에서 교과서를 소리 내 읽을 때 염소 울음처럼 목소리가 떨리나요? 띄어쓰기를 착각한 적은요? 어떤 어린이는 '에이~ 누가 그래?' 하며 웃겠지만 누군가는 '내 이야기네'라고 공감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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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람들 앞에서 글을 소리 내 읽게 됩니다. 이럴 때 맛깔스럽게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낭독(朗讀)'이라면 도가 튼 현직 아나운서들에게 비결을 들어봤습니다.

내용을 완벽히 이해하세요

낭독을 잘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바로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해 '내 것'으로 만드는 겁니다. 강재형 MBC 아나운서 국장은 "글 내용을 깊이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끊어 읽는 부분을 찾는 등 기술을 쌓는 것은 그다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원고 읽는 기술을 알려주는 스피치 학원에 가봤자 실력이 크게 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겁니다.

강 국장에 따르면 내용을 다 외웠다고 원고 없이 낭독하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강 국장은 "글을 암기해 낭독하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읽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까지 말했습니다. 외운 것을 기억해내는 데 집중하다 보면 글에 담긴 의미까지 신경 쓰기가 어렵거든요.

최근 책 '내 목소리를 좋아하게 됐다고 말해줄래'를 낸 이상협 KBS 아나운서도 "암기를 하더라도, 낭독할 땐 글을 보면서 읽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암기에서 자유로워지면 자신감이 생겨요. 낭독할 때 중요한 점들을 놓치지 않을 수 있거든요."

목소리 신경 쓰지 말고 '느낌'을 전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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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잘 읽겠다'가 아니라, '듣는 사람이 의미를 잘 받아들이게끔 읽겠다'는 생각으로 낭독해 보세요. 이 아나운서는 "낭독은 마음에 닿는 말을 모아 작은 노래를 부르는 일"이라며 "느낌을 잘 전달해 듣는 사람 마음에 의미를 잔잔히 남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말을 해도 의미를 잘 전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아나운서는 "글의 '지휘자'가 됐다고 생각하고 강조할 부분을 목소리 톤(높낮이)·쉼·속도를 조절하며 읽어보라"고 조언했어요. "발음이나 목소리의 좋고 나쁨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중요한 것은 '어떤 태도로 이야기하는가'입니다. 여러분이 할아버지 할머니 이야기에 푹 빠졌던 이유가 발음이 좋았기 때문은 아니니까요."

이 아나운서는 자기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들에게 "자기 목소리만의 귀한 특징을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세상에는 좋은 소리, 나쁜 소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어울리는 소리와 그렇지 않은 소리가 존재할 뿐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쉰 목소리도 개성이 될 수 있죠. 자기 목소리의 매력을 잘 파악해 그에 어울리는 글귀를 읽어보세요."

갑자기 지목되면 '천천히' 읽어보세요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때 목소리가 덜덜 떨리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당당하게 읽으세요. "떠는 것은 나쁜 것도 아니고 부끄러운 것도 아닙니다. 수없이 많은 방송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도 늘 긴장합니다. 어린이들에게 '떨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어른도 사람들 앞에 서면 떨 거예요."(강재형)

덜 긴장하는 요령이 있긴 합니다. 강 국장은 "충분히 준비하면 많이 떨리지 않는다"며 "앞서 말한 것처럼 내용을 잘 파악하면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어요.

선생님께서 갑자기 나를 지명해 "교과서 ○쪽을 읽어보라"고 하신다면? 이처럼 내용을 미처 파악할 시간도 없이 갑자기 낭독을 해야 하면 어떻게 할까요? 강 국장은 "가능한 한 서두르지 말라"고 충고했습니다. "숨을 고르며 '내가 이렇게 천천히 읽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여유롭게 읽어보세요. 서서히 내용을 파악하면서요. 평소 소리 내어 읽는 습관을 들인 친구라면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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