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불 지핀 대입제도 개편 논의 … 부작용만 커질까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9.03 18:17

- 정시 확대 시 사교육 활성화, 문제풀이식 교육 회귀
- 학종 공정성 제고하다 자칫하면 학생부교과전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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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의 입시 논란이 대입제도 개편으로 이어질지 교육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교육현장에선 대입제도 개편 방안으로 정시 비율 확대와 학생부종합전형(학종) 공정성 제고를 유력하게 보지만, 두 방법 모두 부작용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불씨를 당긴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조 후보자 자녀의 입시 논란이 커지자 직접 대입제도 전면 재검토를 시사했다. 문 대통령은 동남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기에 앞서 “입시제도가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며 개선을 당부했다. 사실상의 지시를 받은 교육부는 오는 4일 대입제도 재검토를 위한 내부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개편 시기는 2022학년도 이후가 유력하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미 2022학년도 대입 계획을 발표했기에 변화 시기는 2022학년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편 방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강 수석은 “학종 비율 조정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사교육 팽창 우려 … 대입제도 공정해질지 의문”

    교육현장에서 유력한 개편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우선 정시 비율 확대다. 지난해 교육부는 2022학년도 정시 비율을 30% 이상 올리도록 대학들에 권고했다. 이런 기조를 이어 받아 이번에도 정시 비율을 더 높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다만 정시 비율을 높이면 사교육이 더 늘어날 우려가 있어 섣부른 판단은 어렵다. 수능 문제풀이 중심의 교육이 재연돼 족집게식 사교육이 다시 성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장 교사들의 반발도 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2일 성명을 내고 “대통령 발언 뒤 벌써부터 사교육시장에서 정시 비율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어 개탄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시 비율 확대가 대입제도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학종을 통해 특권층이 명문대를 쉽게 진학하는 불공정성이 문제로 드러났는데, 정시를 확대해도 이 같은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학종에서 문제가 된 특정 지역과 고소득층이 명문대를 독식하는 상황이 다시 연출된다면 공정하고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대입제도 개편이라고 볼 수 있겠느냐” 고 밝혔다.

    ◇ “정량평가로 보완 … 학생부 더 축소하면 평가 어려워”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또 다른 개편책은 학종 공정성을 제고하는 방안이다. 우선 학생부 기재 내용을 규제하는 게 한 방법으로 꼽힌다. 학생의 사회·경제적인 배경에 따라 달라지는 학습 활동을 기록하지 못하게 원천 차단하는 식이다. 다만 교육부가 학생부 기재 내용을 꾸준히 축소해 와, 손 볼 수 있는 부분이 많지는 않다는 게 교육계의 중론이다. 현장 교사들은 추가적으로 학교장이 승인한 외부활동까지 기록을 금지하는 방법 등을 거론하고 있다.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비교과 영역의 중요도를 낮추는 방향도 있다. 대신 정량평가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의무화하는 조치도 가능할 것이라 내다본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비교과 부분에서 공정성 논란이 이는 것이므로 학종이라하더라도 교과 성적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침을 세울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러한 학종 공정성 제고 방식이 자칫 학종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학종은 학생부 기재 내용을 토대로 학생의 잠재력과 적성을 평가하는 전형인데 평가요소를 줄이면 이런 취지를 지키기 어렵단 것이다. 이미 일부 입학사정관들은 축소된 학생부가 학생의 성장 과정을 평가하기에 빈약한 자료라는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은 변화한 학생부로 평가해야 하는 2022학년도에 앞서 평가 자료를 보완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정량평가를 강화하는 것도 의견이 갈린다. 학생부교과전형과 차별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학생부교과전형은 학종과 달리 학생부 교과 성적을 위주로 평가하는 전형이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최승후 경기 대화고 교사는 “학생부 교과 성적 등 정량평가의 비중이 높아지면 학종이 ‘학생부교과전형화(化)’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교육계에선 어떤 방향으로 대입제도가 변화해도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지난해 대입개편을 통해 정시 비율을 늘리고 학종 공정성을 강화한 상황이라, ‘해마다 대입제도가 바뀐다’는 불만도 나온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전면 재검토는 학교 현장, 학부모, 학생의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은 작년에 도출한 대입개편안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