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고등교육 위기이자 기회…한-아세안 협력 강화해야”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2019.08.28 16:59

해당기사 크게보기 해당기사 작게보기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28일 고등교육 협력 강화 주제로 ‘한-아세안 학술 컨퍼런스’ 열려

기사 이미지
28일 서울 중구 한-아세안센터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학술 컨퍼런스’에서 백성기 전 포항공대 총장이 ‘디지털 시대 고등교육의 도전과 기회’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오푸름 기자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고등교육은 커다란 위협과 동시에 전례 없는 기회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백성기 전 포항공대 총장은 28일 서울 중구 한-아세안센터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학술 컨퍼런스'에서 고등교육의 현실을 진단했다. 교육부·한-아세안센터·한국학술교육정보원이 주최한 이번 컨퍼런스는 한-아세안 대화관계 30주년과 오는 11월 개최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렸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한국과 아세안 학계 인사들과 고등교육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기조발제와 총 3개의 세션에 걸쳐 고등교육의 동향과 이러닝(e-learning) 경험 등을 나눴다.

◇고등교육기관, 개방·융합 반영한 혁신 시스템 도입 필요

기조발제자로 나선 백 전 총장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강의에 기반을 둔 고등교육기관이 위기에 처했다"며 "학생 중심 학습 플랫폼으로 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백 전 총장은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고등교육을 이끌어갈 대학의 역할부터 재정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존의 대학이 가르치고(teaching), 연구하고, 서비스를 제공해왔던 역할에서 새로운 기술을 학습하고(learning), 혁신을 이루는 역할로 탈바꿈해야 한다"며 "대학 캠퍼스 자체가 혁신의 장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전 총장은 고등교육기관에 혁신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개방 ▲유연성 ▲다양성 ▲융합이 필요하다고 꼽았다. "전 세계의 유명 대학 사례를 살펴보면 대학의 연구 기술과 자본시장이 결합하면서 혁신이 이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노스캐롤라이나대(UNC)·듀크대(DUKE)를 중심으로 한 리서치 트라이앵글(The Research Triangle)파크는 170개가 넘는 기업, 미국의 핵심 연구기관과 협력해 운영하고 있어요. 현재 4만명이 넘는 고급 기술 인력들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죠. 중국 전역에 30개의 지점이 있는 칭화대 사이언스파크(TusPark)에도 약 400개의 기업에서 2만5000여명의 고급 기술 인력이 혁신을 일궈내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처럼 대학은 개방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과 시장뿐만 아니라 사회를 포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세안사이버대학’으로 협력 활성화해야

이후 세션에서는 한-아세안 고등교육의 협력과 전망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지난해 우리나라에 있는 해외 유학생 수는 14만2205명으로, 이 중 아세안 학생은 1만1354명(13.2%) 수준이다. 서울대에서 직업교육과 관련해 연구하고 있는 키티투치 오리순(Kittituch Orisoon)씨는 "해외 유학생들이 영어 교육과정과 다문화적 환경 부재 등을 어려워하는 만큼 향후 고등교육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에 개설된 전체 1만904개의 강좌 중 영어 강의는 1237개에 불과하다. 그는 또 "앞으로 고등교육에서 한-아세안의 협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질 수 있다"며 "기존에도 있었던 교환학생, 워크숍, 컨퍼런스뿐만 아니라 무크(MOOC)나 한-아세안 대학 간 공동학위제, 복수학위제 등을 점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교육부와 한국학술교육정보원이 추진하는 아세안사이버대학(ASEAN Cyber University·ACU) 프로젝트가 주목받았다. 우리나라의 이러닝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ACU는 한국을 비롯한 아세안 10개국 학생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강의를 수강하고 학점과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2013년 ACU 사업의 실현가능성에 대한 재평가로 인해 당초 목표였던 2015년 개교가 미뤄지면서 내년쯤 출범할 예정이다. 이날 ACU의 설립모델과 실행전략을 제안한 연경심 부산대 글로벌HR개발협력연구소 연구원은 "ACU는 한국의 사이버 대학과 아세안의 온·오프라인 대학들이 파트너 관계를 맺고, 강의부터 교육과정 등을 교류하는 식으로 운영된다"며 "이러한 ACU의 기관들을 모아 하나의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ACU 이름으로 학점을 부여하는 공동강의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때, 각 강의는 온라인 또는 온·오프라인을 섞은 형태의 '액티브 블랜디드 러닝'(ABL)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다음 단계에선 학점을 부여하는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점은행제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특히 온라인 직업기술교육(TVET)에 특화한 교육을 제공하는 게 핵심입니다. 장기적으로는 ACU를 통해 4년제 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합니다. 한국과 아세안의 성인학습자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죠."

ACU의 실현가능성과 관련해 연 연구원은 "혁신적인 교수법, 인적자원과 기업의 수요를 조화롭게 반영한 교육과정을 마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앞으로 한국과 아세안의 고등교육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일부 규제를 풀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이미지
‘2019 한-아세안 학술 컨퍼런스’에서 ‘한-아세안 고등교육의 협력과 전망’을 주제로 세션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오푸름 기자

이메일발송 해당기사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목록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