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핵심 역량 키우는 코딩교육… 공부 아닌 놀이로 접하게 해야"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8.26 08:03

- 박용규 마르시스 대표와 네이더 함다 이볼브 대표 인터뷰

  • "코딩교육은 프로그래머를 기르는 것이 아닙니다. 직면한 문제에 합리적으로 접근해 해결책을 도출하는 논리적인 사고력과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입니다. 그러려면 아이들이 코딩을 놀이로 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박용규 마르시스 대표)

    코딩교육이 정규교과목으로 편성되면서 이를 가르치기 위한 교구와 교재 시장도 확대일로다. 국내에도 50곳 이상이 관련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1998년 문을 연 ㈜마르시스는 2015년부터 미국에서 인기를 얻은 로봇코딩 교구인 오조봇(Ozobot)의 아시아시장 총판을 맡으면서 코딩교육에 뛰어들었다. 지난달 말, 박 대표를 비롯해 오조봇을 개발한 네이더 함다(Nader Hamda) 이볼브 대표를 만나 코딩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 네이더 함다(왼쪽) 이볼브 대표와 박용규 마르시스 대표는 코딩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컴퓨터와 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준호 기자
    ▲ 네이더 함다(왼쪽) 이볼브 대표와 박용규 마르시스 대표는 코딩을 단순한 기술이 아닌 컴퓨터와 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준호 기자

    ◇코딩으로 4C 함양… 타 과목과 접목

    우리나라는 초·중등 교과에 코딩교육을 필수로 도입했다. 인공지능(AI) 등 소프트웨어 관련 분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미래사회 핵심 역량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생은 지난해, 초등학생은 올해부터 의무교육에 돌입했다.

    함다 대표는 코딩교육을 통해 미래사회의 핵심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4C'다.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협업능력(Collaboration), 창의성(Creativity),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on) 등이다. 코딩은 파이선이나 자바, C 등 컴퓨터언어를 습득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게 교육의 핵심이다. 언어 습득도 단순한 암기가 아니라 직접 활용하면서 작동방식을 배우는 형태다. 아무것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를 풀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 프로그램을 짜고, 결과를 바로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4C 역량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다. 함다 대표는 "아이들 성장과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창의성"이라며 "코딩교육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와 창의성을 함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 대표는 코딩교육의 확장성에 주목했다. 코딩교육을 다른 교과목이나 주제에 접목하는 시도는 꾸준히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문화를 소재로 한 보드게임을 코딩해 다문화와 코딩을 동시에 배우는 교육과정도 있을 정도다. 게임을 만드는 과정에서 다문화를 이해하고, 게임을 만들면서 논리적인 사고를 함양하는 게 이 교육과정의 목표. 박 대표는 "코딩교육은 아이들이 쉽고 재밌게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런 특징을 다른 과목과 접목하면 흥미를 유발해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에 나서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어 교육적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교구·교재·교사가 수준 갖춰야 코딩교육 성공"

    두 대표는 모두 코딩이 새로운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언어'라고 강조한다. 박 대표는 "코딩은 컴퓨터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언어"라며 "영어를 배우고, 외국어를 습득하듯 디지털 세상에서 소통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코딩교육의 성공을 위해선 특히 교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다. 아직 생소하다보니 가르치고 전달해야 할 교사가 소극적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술을 교육할 때 학생이 교사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자주 써봤을 것이란 두려움도 있다. 함다 대표는 "코딩교육의 성공을 위해선 교사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간편한 코딩 교구가 필요하다"며 "코딩교육에서 전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딩교육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교구와 교재, 그리고 교사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으로 조합이 돼야만 가능합니다. 아직은 그런 수준을 갖춘 교육이 이뤄지진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박 대표)

    코딩교육의 입문을 어려워하고 있다면 '언플러그드 코딩'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언플러그드 코딩은 말 그대로 플러그를 꽂지 않은 채 진행하는 코딩교육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다루지 않고 종이에 손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활동으로 코딩을 배운다. 코딩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

    이후 단계가 '블록 코딩'이다. 블록 코딩은 복잡한 컴퓨터언어로 구성된 명령어뭉치를 이동시키며 코딩을 하는 것을 뜻한다. 장난감 블록을 쌓듯이 블록을 차곡차곡 쌓는 형태다. 그 이후가 직접 코드를 만지는 '컴퓨터언어 코딩'이다.

    ◇언플러그드·블록 코딩 가능한 로봇코딩 교구

    마르시스가 수입한 오조봇은 언플러그드 코딩과 블록 코딩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교구다. 4가지 색을 인식할 수 있는 오조봇이 색의 조합에 따른 패턴을 명령어로 인식해 작업을 수행한다. 검은 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명령에 따라 가속을 하거나, 정지하거나, 좌·우회전 혹은 유턴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 최근엔 명령에 따라 LED 조명을 발하거나 짤막한 효과음을 내는 기능도 추가됐다. 이처럼 색을 조합해 오조봇을 조작하는 게 언플러그드 코딩 단계라면, 4가지 색의 패턴에 담긴 명령어뭉치를 수정해 새로운 명령을 내리는 색 패턴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게 블록 코딩 단계다.

    미국의 일부 학교는 로봇코딩을 역사교육에 도입하기도 했다. 남북전쟁 등 미국 역사를 주제로 수업하면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남북전쟁에 대해 코딩을 하는 것이다. 남북전쟁이 발발한 배경을 설명하거나 남북전쟁 중 발생한 특정 사건을 로봇을 활용해 재현하는 식이다. 문제를 제시하지만 정답과 해결 방  법은 모두 아이들에게 일임한다.

    마르시스는 이런 오조봇의 국내 교육 활용을 위한 교재를 제작한다. 특히 교사들이 코딩교육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교사용 교재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학부모를 위한 코딩교육 세미나도 연다. 박 대표는 "교사·학부모가 코딩에 적응해 환경이 바뀌더라도 아이들에게 코딩을 잘 가르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