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폐지 2R “교육청 권한 남용” VS. “목적 달성 실패”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8.23 14:42

-23일 배재·세화고 지정취소 처분 가처분신청 심문 첫날
-26일 숭문·신일고, 27일 경희·한대부고, 29일 중앙·이대부고
-자사고·교육청, 내달 6일 고입 공고 앞둬 빠른 결론 예상

  • 23일 오전 서울행정법원에서 배재고와 세화고를 대상으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 가처분신청 심문이 열렸다. 사진은 7월 지정취소에 반대한 학부모들이 시위에 나선 모습. /조선일보 DB
    ▲ 23일 오전 서울행정법원에서 배재고와 세화고를 대상으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 가처분신청 심문이 열렸다. 사진은 7월 지정취소에 반대한 학부모들이 시위에 나선 모습. /조선일보 DB
    서울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취소 처분을 다투는 서울시교육청과 자사고 간의 법적 공방이 막을 올렸다.

    23일 배재고와 세화고는 이날 오전 서울행정법원에서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가처분신청) 심문을 받았다. 두 학교에 이어 26일엔 숭문고와 신일고, 27일엔 경희고와 한대부고, 29일엔 중앙고와 이대부고가 심문을 받을 예정이다. 

    이들 자사고는 지난 6월 치러진 자사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 결과 기준점인 70점에 미달해 일반고 전환을 앞둔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들 8곳에 대한 청문과 지정취소 관련 교육부 동의절차를 거쳐 지난 5일 이들 자사고에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고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통보했다.

    자사고 8곳은 이에 반발해 지난 8일 서울행정법원에 가처분신청과 ‘자사고 지정취소 처분 취소소송 행정소송’(본안소송)을 제기했다.

    자사고 측은 가처분신청 인용을 자신하고 있다. 본안소송을 남겨둔 만큼 법원이 고입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막기 위해 가처분신청을 인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 자사고 8곳에 대한 지정취소와 일반고 전환은 중단돼 본안소송이 끝날 때까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본안소송이 진행되더라도 대법원 판결까진 최소 3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안소송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자사고와 서울시교육청은 모두 고입 일정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법원이 가처분신청 판결을 서두를 것으로 내다봤다.

    자사고들은 가처분신청 소송에서 이번 평가는 서울시교육청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평가라는 주장을 폈다. ▲수정 평가기준에서 교육청 재량평가가 강화돼 자사고 지정취소에 영향을 끼친 점 ▲종전 평가기준에 대한 학교의 신뢰를 훼손해 교육 안정성을 저해한 점 ▲운영방식 개선을 통해 자사고의 바람직한 운영이라는 공익 달성이 가능한 점 ▲자사고 지정취소로 인한 사회적 불이익이 지정 취소처분의 공익보다 큰 점 등이 근거다.

    이날 심문에 임한 자사고 측은 가처분신청이 기각될 경우 본안소송의 승패와 상관없이 사실상 자사고의 정체성을 상실한다고 주장했다. 자사고 측은 “가처분신청이 기각돼 내년 일반고 신입생이 입학한다면, 향후 본안소송에서 승소해도 일반고 학생과 자사고 학생이 공존하는 상황이 된다”며 “일반고 학생을 일방적으로 출교할 수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자사고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본안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사고의 정체성을 유지해 혼란을 방지할 수 있도록 가처분신청을 인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가처분신청 인용은 불가하다고 맞섰다. 자사고 8곳이 다양한 교과과정 운영 등 자사고의 운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게 드러난 만큼 이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게 공익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교육청 측은 “(배재고와 세화고는) 자사고 지정 목적과 달리 특성화 교육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무늬와 형태만 자사고일 뿐 교육은 일반고와 똑같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가처분신청 소송의 쟁점은 바뀐 평가지표와 방식의 적정성 여부다. 새롭게 도입됐거나 배점이 축소 또는 확대된 지표가 자사고의 운영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잣대였는지, 의도적으로 불리한 평가방식을 적용했는지 여부 등이 판결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고 측은 교육청 재량지표 가운데 ‘학부모 학교교육 참여확대 및 지역사회와의 협력’ 등 신설된 4개 항목과 감사지적에 따른 감점 폭이 5점에서 12점으로 늘어난 점 등을 문제제기했다.

    특히 평가지표의 공개 시기가 늦었다는 게 자사고 측의 핵심 주장이다. 이날 심문에서 자사고 측은 재지정 평가 기준점이 앞선 2014년 평가보다 10점 오른 70점으로 높아졌고, 지난 5년의 운영성과를 평가하는 지표가 지난해 12월에야 공개돼 제대로 된 평가 준비가 불가능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평가지표의 배점이 달라졌을 뿐 대부분의 평가지표가 2014년 당시와 유사하다며 공개시기가 늦었다는 자사고의 비판을 반박했다.

    한편 자사고 8곳은 가처분 인용을 자신하는 만큼 2020학년도 입시일정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9월 5일까지 2020학년도 입학전형 계획을 제출해 승인을 받은 뒤 입학설명회를 개최해 자사고 입시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