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교권침해… “혼자 참으면 해결되리라 여기지 마세요”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8.23 10:23

-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증가 … 부당한 간섭, 고소·고발
- 시도교육청 운영하는 민원처리 시스템 활용도 방법

  • 교육분야 법 전문가인 정혜민 변호사, 박종훈 교사는 교권침해가 늘며 교사가 법을 알고 있는 게 중요해졌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 교사를 위한 법 안내서인 ‘교권, 법에서 답을 찾다(푸른칠판)’를 펴냈다. / 이신영 기자
    ▲ 교육분야 법 전문가인 정혜민 변호사, 박종훈 교사는 교권침해가 늘며 교사가 법을 알고 있는 게 중요해졌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 교사를 위한 법 안내서인 ‘교권, 법에서 답을 찾다(푸른칠판)’를 펴냈다. / 이신영 기자

    지금까지는 학생이 교사를 때려도, 가해 학생과 교사가 같은 학교에서 생활해야 했다. 하지만 오는 10월부터는 학생을 강제로 전학 보낼 수 있고,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퇴학 처분도 내릴 수 있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이 개정되면서다. 교권이 침해당하는 일이 급속도로 증가하자 일어난 변화다.

    교권침해에 교사가 법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경우도 덩달아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법’은 교사에게 낯선 존재. 이에 최근 전직 교사인 변호사와 변호사였던 교사가 교사를 위한 법 안내서 ‘교권, 법에서 답을 찾다(푸른칠판)’를 펴냈다. 정혜민(34) 변호사, 박종훈(35) 영림중 교사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교권 전담 변호사와 인권 담당 사무관으로 만난 교육분야 법 전문가다. 이들에게 교권침해 문제의 해결 방향을 들어봤다.

    ◇ 아동학대로 무분별한 고소당하는 교사 늘어

    박 교사는 현장에서 직접 교권이나 학생인권 문제를 다뤄보고 싶어, 변호사에서 교사로 전직한 경우다. 지난해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며 경험한 교육현장은 고통받고 있었다. 그는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억대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이 교사 개인에게 걸리는 등 교권침해 문제가 심각하다”고 했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 증가하고 있는 건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5월 발간한 ‘교권침해 현황과 특성’에 따르면, 전체 교권침해 건수에서 학부모에 의해 발생하는 교권침해는 2014년 1.57%였던 것이 작년 8.56%까지 증가했다. 정 변호사는 “학부모의 부당한 간섭이나 무분별한 고소·고발 사안이 가파르게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작은 일을 꼬투리 잡아 담임을 교체하기를 바란다거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가 갈수록 ‘아동학대’로 고소당했다고 상담을 요청하는 교사의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정 변호사는 교권침해로 인한 악영향이 초등학교에서 특히 크다고 했다. 정 변호사는 “문제제기를 하는 학부모는 교사가 자신의 아이를 맡지 않기를 바란다”며 “그렇게 담임이 교체될 경우 그 반에 있는 모든 아이가 다시 새로운 교사에 적응해야 한다”고 했다. 

    고소·고발되는 경우가 빠르게 느는 것에 비해, 교사가 대처하는 방안을 익히는 속도는 느리다고 봤다. 이에 적절한 대응법을 아는 게 중요하다고 짚었다. 특히 법적인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교사가 ‘혼자 참으면 모든 게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에 교육현장에서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그러나 단호한 대처로 무리한 행동을 한 당사자에게도 불이익이 갈 수 있다는 인식이 공유돼야 교권침해가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각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운영하는 민원처리 시스템이나 분쟁 지원 제도를 활용해 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다만 교육 현장 일각에서 교권을 잘못 이해하는 점은 우려했다. 학생을 수월하게 통제하기 위해, 교권을 과도하게 넓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아이들이 말을 안 듣는다고 교권이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다. 박 교사는 “교권은 법적으로는 명확하다”며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교사에게 주어지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 학생 인권 교육해야 교권 침해하는 학생 없어

    개정된 교원지위법은 학교 측의 단호한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다만 예상되는 부작용으로는 징계에 불복하는 학생과 학부모 측의 법적 대응이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정 변호사는 “불복하기 위해 법적 대응이 늘어나면 교권침해는 마치 학교폭력처럼 학교에서 다뤄야 하는 큰 업무 덩어리가 될 수도 있다”며 “교원지위법 개정으로 과연 학교 현장이 나아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가해 학생을 강제 전학시키는 조치가 자칫 ‘폭탄 돌리기’가 될 우려도 나온다. 박 교사는 “한 학교가 강제 전학 조치를 내리면, 교육청에서 지정한 학교는 강제 전학을 받아야만 한다”며 “그런데 교권침해를 한 학생이 다른 학교에 가서 다시 잘못을 안 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법적인 보완도 중요하지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제도적인 개선이 함께 뒤따라야 합니다. 문제 일으킨 아이들을 지도할 책임이 지금은 교사 개인에게 크게 쏠려 있는데, 지역사회, 학부모 등이 나눌 수 있는 지원 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교권침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요.”

    이들이 생각하는 교권침해를 개선할 방법은 한 가지 더 있다. 바로 학생 인권 교육이다. 정 변호사는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을 침해당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학생 인권이나 교권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고 말했다.

    “학생이 자신의 인권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면, 교권침해도 있을 수 없습니다. 자신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선생님을 포함한 다른 누군가의 인권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갈 길이 멀겠지만, 학생인권 교육 등을 통해 교육 현장에 있는 모두의 인권 감수성이 전반적으로 높아져야 합니다. 그래야 근본적으로 교권침해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고 있습니다.”(박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