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카드 소지 아동은 무료' 캠페인 펼치는 점주들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8.19 11:38

- 서울 한 파스타 가게서 시작 … 전국 200여 개 가게로 확산

  • 오인태 진짜파스타 대표가 캠페인을 상징하는 '선한 영향력' 로고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조선일보 DB
    ▲ 오인태 진짜파스타 대표가 캠페인을 상징하는 '선한 영향력' 로고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 조선일보 DB

    # 경기도 부천의 디저트 가게인 디저트보보에서는 경기도의 급식카드인 '지드림카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게 5000원가량의 디저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가게를 운영하는 김보라씨는 "가게 사정에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은 잘했다 싶다"며 "가격 때문에 먹고 싶어도 먹기 어려운 디저트를 아이들이 즐겁게 먹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말했다.

    급식카드 소지 아동·청소년에게 무료로 식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가 늘고 있다. 급식카드의 한계에 공감한 점주들이 시작한 이 캠페인은 전국 200여곳이 넘는 가게로 펴졌다.

    급식카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형편이 어렵거나 가정 문제로 밥을 거르기 쉬운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식대용 카드다. 서울시 꿈나무카드, 경기도 지드림카드, 부산시 행복드림카드 등이 있다. 지자체와 가맹한 편의점, 식당, 빵집, 떡집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지자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한 끼 지원액은 5000원 안팎. 요즘 물가에 편히 식사하기에는 부족한 액수다.

    이러한 이유로 급식카드 소지 아동은 주로 편의점으로 향했다. 값싼 가격대의 다양한 음식을 원하는 대로 고를 수 있고, 가맹점수도 많아 카드를 제시할 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서다. 가맹 음식점 중 편의점의 비율은 서울 80%, 대구 71%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사정을 이해한 가게 사장들이 급식카드 소지 아동에게 무료로 식사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캠페인은 서울의 한 파스타 가게에서 시작됐다. 진짜파스타에서는 급식카드를 보여주기만 하면 원하는 음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오인태 진짜파스타 대표는 "20대 중반에 서울에 올라와 좁은 고시원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면 다행인 생활을 했다"며 "배고프고 못 먹는 서러움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취지에 공감한 가게 사장이 너도나도 힘을 보태며 캠페인은 확산하는 추세다. 현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가게는 이번 주 기준 전국 214곳. 업종도 다양해졌다. 볼링센터나 만화카페처럼 여가생활을 할 수 있는 시설을 비롯해 공방, 안경원, 미용실, 인테리어 업체, 상조 서비스 업체 등 다양한 가게가 동참하고 있다. 태권도학원, 체육대학 입시학원, 교습학원처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이번 달부터 급식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초등학생에게 무료로 피아노를 가르쳐 주기로 한 김은희 김은희뮤직클래스 대표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라며 “눈치 보지 않고 다른 학생과 똑같이 배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영진 오늘의마카롱 사장은 "복잡한 행정절차 없이 점주의 의사만 있다면 시작할 수 있다"며 "200원, 300원도 큰돈인 아이들에게 원하는 간식을 제공할 수 있어 보람 있다"고 했다.

    소비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가게를 찾으며 호응하는 모습이다. 참여 가게를 정리해 놓은 SNS 게시물에는 '가게에 찾아가서 매출을 올려줘야겠다'는 취지의 댓글이 줄 잇는다. 캠페인을 시작한 진짜파스타에는 이전보다 길게 대기 줄이 늘어섰다. 오 대표는 "예상치 못한 좋은 반응에 매출이 30%가량 늘었다"며 "앞으로도 계속 급식카드 소지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음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