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교원 교육과정 전면 개편 목소리 큰데…정부 지원 사업은 제자리걸음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8.19 09:45

-대다수 사업 운영 대학 '자기보고식' 성과 측정 그쳐
-지원 규모 작아 주목도 낮고, 절차 복잡해 진입장벽 높아

  • 지난달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2019 창의교육정책 현장 전문가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창의교육 선도 교원양성대학 사업을 비롯한 정부의 창의교육 역량강화 지원사업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 지난달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최한 ‘2019 창의교육정책 현장 전문가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서는 창의교육 선도 교원양성대학 사업을 비롯한 정부의 창의교육 역량강화 지원사업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 한국과학창의재단 제공

    # 지난달 13일 열린 ‘창의교육 정책 현장 전문가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교원양성시스템의 점검 필요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교생실습을 마치고 학교에 돌아온 학생이 ‘변화한 학교 수업 현장에 대비하지 않으면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더군요. 현재 사범대의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었죠.” (홍배식 전 인천 숭덕여고 교장·인하대 사회교육과 초빙교수)

    # 교원양성대학 학생들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국교육대학생연합(교대련)은 지난달 2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행 교육과정으로는 교사로서 필요한 역량을 기를 수 없다”며 “교원양성대학의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이 밝힌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원대의 전반적인 교육과정에 대한 예비교원의 평균 만족도는 5점 만점에 2.2점으로 나타났다.

    최근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미래 학교 교육을 책임질 예비교원의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지난 2012년부터 예비 교원이 다니는 교·사대의 교육과정과 교수학습법을 혁신하고, 학교 현장과의 연계를 강화하는 취지에서 ‘창의교육 선도 교원양성대학’ (구 창의·인성교육 선도 교원양성대학)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교·사대의 전반적인 교육과정을 개편할 수 있도록 유일하게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로 사업을 도입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사업이 확대되지 못한 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창의교육 모호해"…뒤늦게 공통 성과 측정 관리 나서

    창의·인성교육 선도 교원양성대학 사업은 지난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발표한 ‘창의·인성교육 기본방안’을 토대로 추진됐다. 이후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창의교육이 인재상과 교육목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면서 사업의 중심은 창의교육으로 점차 옮겨갔다. 사업 명칭도 ‘창의교육 선도 교원양성대학’으로 바뀌었다. 올해 사업을 운영하는 대학은 교대 1곳(공주교대), 사범대 3곳(가톨릭관동대·고려대·서원대)을 비롯해 총 4곳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 올해 초 제출된 최종보고서를 살펴보면, 각 대학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창의교육을 접목하고 있다. 일례로, 중앙대는 예비교원이 가져야 할 창의교육역량을 인지·정서·행동적 요소를 통해 각각 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정 개선 모형을 만들었다. 공주교대의 경우, 연결·실천·성찰·재구성에 기반을 둔 ‘맥락정착적 창의교육(ACT_CARR) 모형’을 적용해 초등학교 현장과의 연계성 강화를 시도했다. 이들 학교를 비롯해 지난해 사업을 수행한 대학 5개교는 예비교사의 창의교육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 52개 과목을 개선했다.

    이처럼 대학이 저마다 다른 교육과정 모델을 도입하고 있는 건 창의교육 자체가 하나의 개념으로 정의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대학은 창의교육의 모호성을 들어 연구 진행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고려대는 지난해 1차년도 보고서에서 “특정 수업에서의 창의교육 실시 여부는 대개 담당 교원의 판단에 의존하고 있으며 목표한 역량이 육성되었는지는 거의 확인하지 않고 있다”며 “창의교육 선도 사업을 추진한 대학의 사례에서도 비슷한 어려움이 드러난다”고 했다.

    더욱이 각 대학에서 개편한 교육과정에 대한 성과 측정은 가장 큰 난제로 꼽힌다. 사업을 수행한 지 10년 가까이 됐지만, 아직 공통적인 성과 측정 도구조차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최근 ‘창의교육 역량강화 지원사업 성과분석을 통한 발전방향’ 연구자 공모에 나섰다. 기존 성과지표를 사업효과 측정을 위한 결과지표로 재설계하고, 체계적인 성과관리에 적용할 공통 성과지표를 개발하는 취지에서다. 문일영 한국과학창의재단 연구원은 “창의교육 역량강화 지원사업의 전체 운영성과를 분석하고, 중장기 발전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과제를 공모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창의교육 선도 교원양성대학 사업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앞으로 추적조사를 실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사업에 참여한 대다수 대학은 ▲창의교육 프로그램 개발 수 ▲교과목 개선 수 ▲참여 학생 수 ▲연수 및 프로그램 만족도 ▲교육과정 만족도 등을 성과지표로 활용해왔다. ㄱ 대학은 창의교육에 대한 인식·창의교수 자기효능감·창의역량·학업도전을, ㄴ 대학은 교수효능감·자기효능감·창의역량·만족도를 중심으로 성과를 측정하는 식이다. 고려대 1차년도 보고서는 “사업 성과 평가에서 모든 대학이 개선 교과목의 학습목표를 고려하지 않는 ‘자기보고식’ 측정도구를 활용했다”며 “창의교육과 밀접한 학습목표의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측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타 대학 확산 효과 少…"사업구조 유연하게 개선해야"

    이처럼 창의교육 성과가 뚜렷하지 않다 보니 확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전체 교·사대의 약 6% 수준이다. 이들 대학이 창의교육 성과 확산을 위한 포럼과 워크숍 등을 한해에 10여차례 개최하지만, 외부 참여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중앙대는 2017년 1차년도 보고서에서 “타 대학으로 사업 성과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서적이나 매뉴얼 등을 통해 실질적인 컨설팅을 제공해주는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며 “학생들이 창의교육 경험을 내재화할 수 있는 워크숍과 포럼의 양적·질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른 정부 지원 사업에 비해 규모가 작은 점도 주목받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다. 창의교육 선도 교원양성대학 사업의 올해 예산은 6억원이다. 1차년도 기준 교당 1억 2000만원을 지원한다. 반면, 지원대상이 비슷한 ‘교원양성대학 시민교육 역량강화사업’과 ‘교원양성대학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지원 사업(SWEET)’의 지원 규모가 훨씬 크다.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운영하는 교원양성대학 시민교육 역량강화사업은 교대 6개교와 사범대 6개교에 총 20억원을 지원한다. 올해 사업 2차년도를 맞은 교원양성대학 소프트웨어 교육 강화 지원 사업은 국립 초등교원양성기관 12개교에 약 24억원을 투입한다. 강원대는 2018년 2차년도 보고서에서 “창의교육시대에 부응하는 교원을 양성하려면 지원대상은 최소 6개교 이상, 교당 지원금액은 2억원 이상, 지원기간은 3년 이상 다년도 지원사업으로 대폭 확대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창의교육 선도 교원양성대학 사업을 통해 교육과정 개편을 추진하려면 신규 지원 대학이 느끼는 진입 장벽도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A대 사범대 교수는 “사업에서 두드러지는 창의교육의 접근방식이 상대적으로 과학 분야에 치우친 경향이 있어 동료 교수 중에는 선뜻 참여 의사를 밝히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사업 수행 경험이 있는 B대 사범대 교수는 “사업을 수행할 여력이 부족한 교·사대 입장에선 진입 장벽이 높아 실질적으로는 지원받을 기회가 부족할 것”이라며 “복잡한 행정 절차 속에서 실질적인 교육과정 개편이나 타 대학 확산에 쏟아야 할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도록 사업 구조를 유연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