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제2의 보람이’ 만들려 공부 시작한 학부모들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8.14 10:24

-관련 강의 학부모 수강생 수배가량 늘어
-부모 과욕에 따른 부작용 우려 ↑
-전문가 “자녀가 직접 영상 연출하게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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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키즈 크리에이터 채널로 이름난 뚜아뚜지TV, 보람튜브, 라임튜브, 어썸하은.
    ▲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키즈 크리에이터 채널로 이름난 뚜아뚜지TV, 보람튜브, 라임튜브, 어썸하은.
    ‘보람튜브 소식을 들으니 부럽네요. 저도 아이를 유튜버로 키우려 하는데, 노하우 있으신 분?’

    ‘회사 그만 두고 딸이랑 유튜버나 해볼까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보람튜브의 성공에 고무된 학부모들이 크리에이터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람튜브는 약 3200만명의 구독자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유튜브 채널로 6살 이보람양의 일상을 다룬다. 지난달 23일 이 채널을 운영하는 이양의 가족 회사 보람패밀리가 95억원 상당의 강남 빌딩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화제가 됐다. 이후 자녀를 ‘제2의 보람이’로 만들거나 직접 유튜버로 활동하기 위해 교육기관을 찾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배우는 분야 다양…시청층 맞춰 목소리·발음 교정도

    유아, 초등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에게 유튜버는 이미 익숙한 직업이다. 지난해 말 교육부에서 발표한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서 유튜버는 초등생 희망 직업 5위에 선정됐다. 지난 2006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유튜버가 희망 직업 상위 10위권에 들어간 건 처음이었다. 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어린이들이 증가하면서 자녀의 꿈을 지지하고 돕기 위해 영상, 편집 기술을 배우는 부모도 속속 생겨났다.

    다만 이번에는 입장이 뒤바뀌었다. 아이가 아닌 부모가 먼저 나서는 양상이다. 올해로 7년째 크리에이터 교육을 펼치는 이준오 강사는 “기존에는 유명 크리에이터처럼 되고 싶다는 자녀를 위해 수업을 듣는 학부모가 대다수였던 반면 최근에는 자식에게 유튜버가 될 기회를 주고 싶다며 크리에이터 교육을 받는 부모가 많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경기 성남, 서울, 인천에서 크리에이터 관련 강의를 하는데 보람튜브 수익이 알려진 뒤 학부모 수강생 수가 3배 정도 늘었다”면서 “보통 한 수업의 정원이 10~20명인데 수강생이 금방 차 추가로 강좌를 개설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관련 강좌를 다루는 교육업체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유튜버가 되는 법을 다루는 책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주요 서점 컴퓨터·IT분야 베스트셀러에는 유튜브 관련 책들이 올라 있다. ‘비됴클래스 하줜의 유튜브 동영상 편집 with 프리미어 프로’(한빛미디어)와 ‘된다! 김메주의 유튜브 영상 만들기’(이지스퍼블리싱), ‘유튜브로 돈 벌기’(길벗) 등이다. 길벗 관계자는 “보람튜브 기사가 나온 직후 ‘유튜브로 돈 벌기’ 판매량 순위가 10위에서 3위까지 뛰었다”고 말했다.

    이들이 배우는 분야는 영상 촬영, 편집에 그치지 않는다. 필요할 경우 시청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목소리와 발음, 메이크업 수업도 추가로 받는다. 화술을 알려주는 키즈스피치 MARS의 황윤성 대표는 “본인의 목소리와 이미지, 채널 시청층에 맞춰 어떻게 콘셉트를 잡고 말할지 배우고자 학원을 찾는다”며 “정보를 전달하는 유튜버의 경우 진지하고 신뢰감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알려준다”고 했다.

    ◇“자녀에게 영상 연출 맡겨보세요”

    그러나 유튜브가 황금빛 미래만 안겨준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크리에이터 교육 전문가들은 “학부모 대다수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 큰 수익을 벌 수 있다고 확신하는데 일확천금을 얻는 사람 수는 전체 유튜버의 1%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연구원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7일 공개한 ‘미래의 직업 프리랜서’ 보고서에 따르면 크리에이터 2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크리에이터를 본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월 평균 소득은 536만원, 부업으로 하는 크리에이터의 소득은 월 333만원이었다.

    536만원이라는 숫자만 보고 ‘역시 유튜버가 답’이라고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보고서는 “전업임에도 5만원밖에 벌지 못하는 크리에이터도 존재했다”고 했다. 즉, 유튜버 간 소득 편차가 크다는 얘기다. 앞서 ‘트렌트코리아 2019’(미래의창)에서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크리에이터의 세계를 소수에게 수익이 몰린 ‘압정형(ㅗ) 구조’라 표현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자녀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때 과욕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실제로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와 유튜브 찍으려고 몇 시간 투자했는데 제대로 협조도 안 하고 놀려고만 한다. 내일 다시 설득해 시도해야겠다’는 글이 올라와 ‘애테크(아이+재테크)’ ‘아동 학대’ 논란을 빚었다.

    크리에이터 교육 강사로 활동 중인 최현정 준정컴퍼니 대표는 “원하는 방향대로 영상을 풀어나가기 위해 시나리오를 짜서 자녀에게 연기를 시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아역배우가 아닌 이상 시키는 대로 잘 따르고 연기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어설프게 유튜브를 시작했다가는 아이에게 짧고 미숙한 경험만 남길 뿐 아니라 영상에 대한 거부감까지 안길 수 있다”며 “영상시대를 살아갈 자녀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긍정적인 교육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크리에이터 활동을 펼쳐야 할까. 주윤주 유튜브 키즈연구소 키윰 대표는 “유튜브 채널을 만들기 전 우리 가족만의 가이드 라인을 확실하게 세우는 게 바람직하다”며 “채널을 만드는 이유,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를 충분히 자녀와 논의해본 뒤 시작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자녀에게 연출을 맡겨도 좋다. 상황 속에 아이를 집어넣기보다는, 아이가 직접 상황을 꾸며 나갈 수 있도록 ‘오늘은 어떤 주제로 촬영을 해볼까?’ ‘다음 장면은 어떻게 찍을까?’ 같은 질문을 이어나가고 생각하도록 이끄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자녀의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어요. 부모와 자녀가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고 교감을 하면서 정서적인 유대감도 커지겠죠. 그야말로 ‘친구 같은 부모’가 될 수 있답니다.”(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