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수능-EBS 연계 70% … 50%, 현장 반응 엇갈려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8.13 11:35

-고등학교 EBS 매몰교육 지적 수용해 연계율 감소
-정시 확대 하면서 연계율 낮추면 사교육 폭증 우려
-“이도저도 못하는 무책임한 여론 눈치보기” 비판도

  • 교육부가 수능-EBS 연계율을 70%에서 50%로 낮추기로 했다. 사진은 방학을 맞아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의 모습. /조선일보 DB
    ▲ 교육부가 수능-EBS 연계율을 70%에서 50%로 낮추기로 했다. 사진은 방학을 맞아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수험생들의 모습. /조선일보 DB
    교육부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EBS 연계율을 기존 70%에서 50%로 낮추기로 하면서 저소득층의 수능 대비를 어렵게 하고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와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교육부는 12일 국어와 수학영역은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을 함께 치르고, EBS 수능 연계율을 70%에서 50%로 축소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2022학년도 수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EBS 수능 연계율이 70%에 달하다보니 고등학교 수업이 EBS 교재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EBS 수능 연계는 2005학년도부터 도입됐다. 도입 당시엔 수능 문제 중 약 30%를 EBS 교재에서 출제했다. 사교육을 받기 힘든 저소득층의 입시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목적이다. 연계율은 꾸준히 올라 2011학년도부터 70%로 고정됐다. 지난해 치른 2019학년도 수능도 EBS 연계율은 70% 수준이다.

    현장에선 수능을 EBS 교재와 연계하면서 교과서를 도외시하고 수업시간에 EBS 문제풀이를 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영어과목은 EBS 지문을 우리말로 번역해 달달 외워 시험을 치르는 등 부작용이 컸다. 임운영 안산 경일관광경영고등학교 영어교사는 “수능은 학생의 역량을 점검하는 시험인데 이런 방식으로 실제 영어역량을 검증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팽배했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도 이번 결정을 반겼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수능과 EBS 교재를 연계한 정책으로 인해 고3 교실의 교과서는 이미 수능-EBS 연계교재가 된 지 오래”라며 “교육과정의 목표인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나 토론 수업 개선을 달성하려면 연계율 축소가 불가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서 국가교육회의에서도 전면 재검토 의사를 밝혔던 만큼 폐지기조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정시비율을 다시 확대하는 가운데 EBS 연계율까지 축소하면 사교육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원에서 고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김지원(45)씨는 “앞으로 대학 입학에서 정시비율을 30%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한 마당에 EBS 연계율을 축소하면 당연히 학원으로 몰려갈 수밖에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올해 사교육비가 사상 최대 규모라는데 EBS 연계율까지 낮추면 무슨 방법으로 사교육을 억제할 생각인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우려를 전달했다. 조성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학교교육과 수업 정상화를 위한 맥락으로 연계율 축소는 불가피하게 이뤄진 것”이라며 “다만 도서벽지 등 취약지역 학생의 수능대비가 어렵고 수능이 출제과목이 많고 상대평가다보니 수험 부담과 사교육비 부담이 여전히 높아 연계율의 급격한 축소나 폐지는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연계방식을 직접연계에서 간접연계로 바꾸면서 사교육비 절감 효과가 거의 실종됐다는 비판도 있다. 직접연계는 EBS 교재의 지문이나 문제를 그대로 수능에 출제하는 방식이다. 간접연계는 EBS 교재속 지문과 주제나 소재가 비슷한 지문을 다른 교재에서 가져오는 방식이다. EBS 교재 뿐만 아니라 다른 교재도 출제영역에 포함되는 셈이기 때문에 연계율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이번 결정이 사교육비 절감에도, 고교교육 정상화에도 기여하기 힘들다는 날선 비판도 있다. 김두용 대구 영남고 교사는 “비율을 낮추고 방식을 바꿔 저소득층의 입시 부담 경감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졌고, 50%를 유지하고 있어 여전히 학교에선 EBS 교재를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교육당국이 사실상 여론의 눈치를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