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 선포…“기초 내용 빠져” 지적 나와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8.07 17:24

-7일 ‘앞으로 30년,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교육 대토론회’ 열려
-연구진,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 국가추진위원회’(가칭) 제안

  • 7일 오후 3시 서울드래곤시티 그랜드볼룸 백두1홀에서 '앞으로 30년,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교육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오푸름 기자
    ▲ 7일 오후 3시 서울드래곤시티 그랜드볼룸 백두1홀에서 '앞으로 30년,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교육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이 토론을 하고 있는 모습. /오푸름 기자

    “미래 과학교육의 범위는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더욱 넓어질 겁니다.” (송진웅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

    앞으로 30년 뒤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 과정에 적용될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Korean Science Education Standards·KSES)이 공개됐다. 7일 오후 3시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앞으로 30년,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교육 대토론회’에서다. 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과학교육표준을 마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토론회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했으며,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했다. 이날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 개발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원회)는 5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한 과학교육표준을 바탕으로 학년별로 갖춰야 할 과학적 소양을 6단계로 제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 사이에선 쓴소리가 이어졌다.

    ◇역량·지식·참여와 실천 바탕으로 과학적 소양 수행 기대

    추진위원회는 과학교육표준 마련에 앞서 미래 인재상을 먼저 도출했다. 연구책임자인 송 교수는 “미래의 과학교육과정에서는 학습경험과 사회적 참여를 함께 강조해야 한다”며 “과학적 소양을 갖추고 더불어 살아가는 창의적인 사람을 미래 인재상으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송 교수는 “과학적 소양은 과학 관련 역량과 지식을 지니고 개인과 사회의 문제해결에 민주시민으로서 참여하고 실천하는 태도와 능력을 말한다”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과학적 소양을 역량·지식·참여와 실천과 같은 3가지 차원으로 구분해 제시했다. ‘역량’의 하위 영역은 ▲과학적 탐구력 ▲과학적 사고력 ▲의사소통과 협업능력 ▲정보처리와 의사결정 능력 ▲초연결사회 대응과 평생학습 능력으로 구성됐다. ‘지식’의 하위영역에는 ▲규칙성과 다양성 ▲에너지와 물질 ▲시스템과 상호작용 ▲변화와 안정성 ▲과학과 사회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과학기술이, ‘참여와 실천’의 하위영역에는 ▲과학 공동체 활동 ▲과학리더십 발휘 ▲안전사회 기여 ▲과학문화 향유 ▲지속가능사회 기여가 포함됐다.

    각 차원에 해당하는 영역에 따라 학년별(6단계)로 과학적 소양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가령, 초등 1~2학년은 ‘지식’ 차원의 ‘시스템과 상호작용’ 영역을 통해 일상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탐색할 수 있다. 이처럼 초·중등 과정에 해당하는 1학년부터 12학년을 두 개 학년씩 묶어 역량·지식·참여와 실천 차원에서 영역별로 수행기대 핵심요소를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식이다.

    이날 공개된 과학교육표준은 향후 공통교육과정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송 교수는 “과학교육표준을 성공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 국가추진위원회’(가칭)를 구성해 현장 안착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이공계 진출자를 위한 별도의 과학교육표준을 개발·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허경호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의융합교육단장은 “이번 과학교육표준에 포함되지 않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고등학교 2~3학년과 대학 연계교육과정에 대한 개발도 필요하다”며 “더욱 넓게는 미래를 대비한 수학·소프트웨어 등 융합교육에 관한 기초연구로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 '앞으로 30년,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교육 대토론회'에서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 연구책임자인 송준웅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오푸름 기자
    ▲ '앞으로 30년,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과학교육 대토론회'에서 미래세대 과학교육표준 연구책임자인 송준웅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오푸름 기자

    ◇전문가 “과학교육표준 보완 필요해”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날 발표된 과학교육표준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진수 기초과학학회협의체 교육정책위원(충북대 물리학과 교수)은 “추진위원회가 벤치마킹한 미국연구평의회(NRC)의 차세대 과학표준(NGSS)과 비교해보면 과학적 소양을 구성하는 각 차원의 하위 영역은 일관성 없이 섞여 있다”며 “예를 들어, 참여와 실천 차원의 하위 영역에 ‘참여’로 판단되는 내용은 있지만, NGSS에서 정의한 과학적 ‘실천’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 위원은 기초과학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번에 발표된 과학교육표준은 전반적으로 과학보다 사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NGSS에 등장하는 자외선, 방사능, 용융점 등 기초적인 내용도 많이 빠져 있죠. 물리학에서는 질량을 가르치지 않고, 화학에선 질량 보존만 가르칩니다. 이처럼 과학교육에서 기초적인 내용을 가르치지 않고도 해당 영역에서 목표로 내세운 과학 커뮤니케이션과 대중화, 과학기술정책에 대한 이해 등을 실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송 교수는 “모든 학생의 수준을 고려해 과학교육표준을 마련하다 보니 일부 빠진 내용이 있다”며 “이공계로 진출하는 학생들을 위한 과학교육표준은 이번 표준안에서 빠진 내용을 적극적으로 보완하는 방향으로 개발·연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과학교육표준이 도입되면서 교사의 부담이 가중돼 교육현장에 혼란을 낳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왔다. 박금재 전국과학교사협회장(안산 석수중 교사)은 “창의융합형 인재양성을 목표로 한 2015개정교육과정과 과학교육표준의 인재상이 각각 다르다”며 “현장에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혼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박 회장은 “이번 과학교육표준은 기존의 교육과정에 과학기술사회학(STS)와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을 더한 느낌이 강하다. 현장에 과학교육표준이 도입되면 교사들은 매우 큰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과학교육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핵심만 가르치고, 나머지는 스스로 공부하도록 돕는 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학교 바깥으로 과학교육의 범위를 확장하려면 실질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문형심 전북교육청 미래인재과 과학수학교육담당 장학관은 “과학교육을 학교에서 다루는 학문으로 한정하지 않고, 그 역할에 따른 책임까지 다루는 건 매우 필요하다”면서도 “이를 실제 교육과정에 적용하려면 평가 시스템과 대학입시제도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