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설립자, 학교 폐교 시 잔여 재산 귀속 가능해질까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8.06 14:00

-교육부, 6일 ‘대학혁신 지원 방안’ 발표
-사립대학 자발적 퇴로 마련 검토

  • /양수열 기자
    ▲ /양수열 기자
    정부가 사립대학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 자진 해산하면, 잔여 재산의 일부를 설립자에게 되돌려주는 사립대 구조조정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간 정부가 사학 운영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며 반대했던 내용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혁신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인해 사립대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며 “도입을 확정한 것은 아니고 도입에 앞서 필요성을 점검하고 공론화하자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위기 사립대에 퇴로 보장 필요성 커져…도덕적 해이 야기 우려도

    현행법에 따르면 사립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은 대학을 폐쇄하고 법인을 해산해도 잔여 재산을 되돌려받을 수 없다. 학교법인은 공익법인이기 때문에 학교를 폐쇄하면 법인 내 다른 학교 재산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다른 학교가 없다면 국고로 귀속된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학령인구가 급감해 대학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사립대의 수를 줄이기 위해 잔여 재산의 일부를 설립자에게 되돌려주고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는 논의가 끊이지 않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현재 여당 교육 관계자들은 당시 이 같은 방안에 반대해왔다. 등록금에 의존해 대학을 부실하게 운영하다 여건이 어려워지자 재산 일부를 되돌려받는 방식은 ‘도덕적 해이’를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반발에 부딪혀 지난 정부에선 관련법 개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학령인구 급감이 현실화하면서 입장이 바뀐 것이다. 유 부총리 역시 의정활동 당시의 방향과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필요성을 인정해 공론화해보자는 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같은 방식이 기존 공영형 사립대 정책과 배치된다는 점이다. 공영형 사립대는 여건이 어려운 사립대 일부에 공적자금을 투입해 공공성을 확보한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하고 사립대 수를 줄이는 국정과제다. 그러나 이번 정부 출범 뒤 실제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했거나 전환을 희망하는 대학이 없어 지지부진한 상태다. 만약 사립대 퇴로를 열어주는 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하려는 사립대는 더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반발도 관건이다. 현재 국회의 여당 의원들은 유 부총리와 마찬가지로 사립대 퇴로 방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었기 때문. 돌연 교육부가 사립대 퇴로 방안을 들고 나오면 이에 비판적인 여당 의원들과도 마찰을 빚을 공산이 크다. 교육부 측은 “앞서 당정청협의 도중 사립대 퇴로 방안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며 “여전히 반발이 우려되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어 건설적인 논의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학문 간 벽 허물고 융합 인재 양성한다

    이밖에도 ‘대학혁신 지원 방안’에는 ▲미래 대비 교육·연구 혁신 ▲지역인재 양성 혁신체제 구축 ▲자율, 책무의 혁신기반 조성 등이 담겼다.

    ‘미래 대비 교육·연구 혁신’에서는 두 가지를 과제로 삼았다.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혁신’과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연구 혁신’이다. 이중 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대학 내 학과, 전공별 경계를 완화해 다양한 학문 간 융합학과를 개설하고 미래 인재를 양성하도록 이끈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대학설립·운영 규정’ 등의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특히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산업 등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대외 의존도가 높은 분야의 핵심 인재를 길러내는 3~4학년 대상 융합전공 과정 신설을 유도한다. 해당 내용은 사회맞춤형산학협력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등 주요 재정지원사업 평가 지표에 반영할 계획이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연구를 위한 제도 혁신에도 힘쓸 계획이다. 내년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4단계 BK21(두뇌한국 21·연구인력 국고지원사업)에 연구 성과를 질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를 도입해 양적 성과를 강조하는 연구 문화의 한계를 극복하려 한다. 교육부는 “이번 방침으로 도전적, 장기적 연구 문화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인재 양성 혁신체제 구축’도 눈에 띈다. 교육부는 각 지자체와 해당 지역의 대학이 협력해 대학의 혁신과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게 내년부터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 사업(가칭)’을 시범 운영한다.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고 지자체와 대학이 이를 통해 지역 실정에 맞는 발전 계획을 자율적으로 수립, 추진하는 방식이다. 사업 세부 추진 방안은 올 하반기에 결정할 예정이다.

    더불어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 제고를 위한 규제혁신’ ‘대학운영의 책무성 제고’라는 과제를 수립해 대학 운영의 투명성과 책무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일단 대학이 자율성을 갖고 미래 사회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과도한 규제를 완화·폐지하는 ‘고등교육 규제혁신 방안’을 마련한다. 이를 위해 지난 7월부터 ‘고등교육 규제 현황’과 대학 현장의 ‘규제개선 수요’에 대해 전면적, 종합적인 현황을 분석 중이다. 또한 필요하다면 내년부터 원칙적 금지, 예외 허용의 ‘포지티브’ 규제 방식에서 원칙적 허용, 예외 금지의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법령 체제를 전환할 생각이다.

    정부는 교육·연구기관으로써 대학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에도 힘쓰기로 했다. 일부 대학의 비리와 연구 부정행위는 엄중하게 조치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립대학의 책무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립대학 회계의 투명성 확대 ▲학교법인 임원의 책무성 제고 ▲사학운영의 공공성 강화 등을 위한 방안을 담은 ‘사학혁신 추진 방안’을 이달 내로 마련할 예정이다.

    유 장관은 “대학의 위기는 곧 국가의 위기이며, 대학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도 제대로 양성할 수 있다”면서 “정부도 대학이 진정한 혁신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