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앞에 앉아있기보다 발로 뛰며 준비했죠”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8.02 16:40

-[나의 학생부종합전형 이야기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19학번 김종하씨

  • 김종하씨는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주제로 토론하는 데 흥미를 느껴 정치외교학과로 진학했다. 사진은 한 토론대회에 참가한 모습.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이가 김씨다. / 본인 제공
    ▲ 김종하씨는 사회문제를 분석하고 이를 주제로 토론하는 데 흥미를 느껴 정치외교학과로 진학했다. 사진은 한 토론대회에 참가한 모습.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이가 김씨다. / 본인 제공

    “독서실 책상 앞에 앉아 문제를 풀기보다는 밖으로 나가 경험을 쌓으며 공부했습니다.”

    경희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합격한 새내기 김종하(19)씨가 고등학생일 때 했던 활동은 다양하다. 학교에서 교지편집부 차장, 자율동아리 부장을 맡은 것을 비롯해 정부 청소년 기자단, 지방자치단체 청소년 참여위원회 등에 참여했다.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되지 않는 외부 대회나 포럼도 찾았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바삐 해온 이유는 이 모든 게 관심사를 확장할 ‘공부’라고 여겼기 때문. 김씨는 “가만히 앉아 공부했더라면 할 수 없었을 특별한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금의 전공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고등학생일 때 브렉시트, 장미대선, 미국대선, 국내 지방선거 등 큰 정치 이슈가 유난히 많았습니다. 특히 1학년이던 2016년 겨울에는 ‘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대한민국을 들썩였습니다. 이때 많은 청소년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고, 저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매일 기사를 정리하고 친구들과 일상생활 속에서 정치를 주제로 토론했어요. 그 과정에서 제가 다른 친구들보다 유독 사회문제를 분석하거나 이를 주제로 토론하는 데 흥미를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의 문제, 개인과 개인 사이의 문제 등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분석하고 토론하는 정치외교학이 제가 가장 배우고 싶은 학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관심사를 어떻게 확장했나.
    “관심이 있는 분야에서 직접 뛰며 다양한 경험을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교지편집부 차장을 맡아 교내 문제에 대해 기사를 썼고, 학생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공동체 내 문제에 대해 주위 학생과 함께 토론하고 조율하는 경험을 했습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특별한 활동에 접근할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인천광역시 중구 청소년 참여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공무원과 직접 지역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검토해봤습니다. 대한민국 청소년 기자단 정치부 기자로 활동할 때는 국회의원 앞에서 청소년 대표로 이야기를 전할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자신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활동은.
    “부장으로 활동하던 토론 동아리에서 ‘전국고등학생 토론대회’에 참가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범죄자의 신상 공개, 확대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찬성과 반대 양측의 근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헌법은 범죄자의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를 모두 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의 많은 문제는 옳고 그름이 정해진 게 아니라 가치가 충돌하는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자신만의 면접 준비 방법이 있다면.
    “따로 예상 질문지나 답변지를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답변할 근본적인 실력을 기르기 위해 희망 전공과 관련한 개념을 숙지하려 노력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고등학교 3년 동안 정치외교와 관련해 배웠던 개념을 복습했습니다. 특히 경제, 법과 정치, 윤리와 사상 과목을 집중적으로 되짚었습니다. 이때 제가 3년간 요점 정리했던 노트가 도움이 됐습니다.

    개념을 복습한 뒤에는 사회문제에 이를 적용해보려 했습니다. 경제와 법과 정치를 담당하는 선생님과 함께 매일 한두 시간씩 토론했습니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부터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최신 이슈까지 다뤘습니다. 이처럼 생각을 미리 정리해두니, 면접에서 답변하기가 수월했습니다.

    예컨대 경희대 학종 면접의 경우 ‘보호무역의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는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복습한 바를 바탕으로 ‘비교우위론’을 들어 자유무역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은 수출하고, 비교열위에 있는 산업은 수입하면 국가적 이익을 볼 수 있다고요. 또한 ‘자유무역을 택할 시 예상되는 문제점은 무엇인가’라는 추가 질문을 받았을 때도, ‘비교열위에 있는 산업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고 답한 뒤 ‘정부가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에서 얻은 이득을 비교열위에 있는 산업으로 돌려야 한다’는 심화된 내용까지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학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다른 전형에 비해 학종을 준비하는 학생은 바쁘게 고교생활을 합니다. 2학년 여름방학 때는 너무 바빴던 탓에 슬럼프가 와서 모두 포기하고 싶기도 했죠. 그러나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대학입시를 준비한다기보다 자신이 택한 진로를 미리 체험하는 시간이라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학종 준비도 될 겁니다.

    또한 기계처럼 학종을 준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친구들이 하기 때문에 동아리를 하고 소논문을 쓰고 대회를 나가는 식으로 다른 사람이 하는 활동을 곧이곧대로 따라 하지 마세요. 대한민국의 모든 학생 중에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으니,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하고 싶은 활동에 도전하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를 자신만의 색깔로 자기소개서, 학생부, 면접에서 풀어낸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진로진학상담교사의 한마디>
    김종하 학생은 학종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학종은 단순히 내신이나 대학입시만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향후 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깊이 고민해 자신만의 색깔이 있는 공부를 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입니다. 이런 공부의 출발은 자신에 대한 이해입니다. 즉, 자신의 관심을 사회나 세계와 연결해야 합니다. 김종하 학생의 공부에서는 이런 점이 두드러집니다.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는 활동이 단기적으로는 시간 낭비고 대학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넓고 깊게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면 결국 학업역량을 쌓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공부한 학생이기에 따로 면접 준비가 필요 없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학종을 준비하는 학생이라면 학생부에 기록될 수 있는 활동만을 하기보다는 자신의 꿈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경쟁력입니다. (이진회 대전대신고 진로진학상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