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수만 좇다가는 아이 학대합니다”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8.01 14:40

- [인터뷰] 65만 구독자 '간니닌니 다이어리' 키즈 유튜버 자녀 둔 고은주씨

  • 영·유아 부모의 유튜브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특히 키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한 가족회사가 95억을 호가하는 빌딩을 사들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를 유튜버로 키우겠다’는 게시물이 여럿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부모가 아이를 유튜브 촬영에 무리하게 참여토록 하며 아동 인권침해 문제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간니닌니 다이어리’를 운영하는 고은주(45)씨는 “돈을 벌기 위해 키즈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겠다는 생각은 위험하다”며 “아이가 유튜브 채널에 등장한다면 부모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밝혔다. ‘간니닌니 다이어리’는 김가흔(13)양과 김리흔(9)양이 주인공인 구독자 65만명의 대표적인 키즈 유튜브 채널. 자극적인 영상이 없어 영·유아 부모 사이에서는 안심하고 보는 채널로 통한다. 최근 3년간의 유튜브 운영 경험을 담아 ‘유튜브! 아이의 놀이터가 되다(21세기북스)’를 펴낸 그에게 영·유아 유튜브 활용 조언을 들어봤다.

  • 65만 키즈 유튜브 채널 '간니닌니 다이어리'의 주인공 가흔이와 리흔이가 학교에 간 시간, 아이들의 엄마인 고은주(45)씨를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 65만 키즈 유튜브 채널 '간니닌니 다이어리'의 주인공 가흔이와 리흔이가 학교에 간 시간, 아이들의 엄마인 고은주(45)씨를 상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아이가 유튜브 채널에 등장한다면 부모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준호 기자

    ◇ 잡지 보고도 확대하는 세대 … 부모가 유튜브 알아야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18년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에 따르면 ‘유튜버'는 초등학생 희망직업 5위에 올랐다. 이처럼 아이들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부모에게 여전히 유튜브는 낯선 매체. 고씨는 “걱정되는 마음에 유튜브를 무작정 금지하는 부모가 많지만, 우선 부모부터 유튜브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요즘 어린아이들은 잡지를 보고도 손가락을 이용해 확대하려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입니다. 이처럼 디지털 기기에 친숙한 아이들에게 유튜브는 뗄 수 없는 매체예요. 부모부터 유튜브를 잘 알고 지도해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유튜브를 시청하고 자주 대화를 나누면서 어떤 매체인지 파악한 뒤, 좋은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세요. 텔레비전이 등장한 초창기만 해도 부모들이 ‘바보상자’라며 무작정 시청을 금지했지만, 지금은 현명하게 시청하는 법을 알 듯이요.”

    좋은 시청 습관을 들이기 위해 고씨가 신경 쓰는 건 두 가지. 첫 번째는 시청 시간이다. 키즈 유튜버인 가흔이와 리흔이가 유튜브를 보는 시간은 하루 30분에서 한 시간 사이다. 고씨는 “아이들과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엄마가 유튜브 시청 시간을 제한하는 데 합의했다”며 “스마트폰 통제 애플리케이션으로 시청 시간을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시청 콘텐츠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한 가지 영상을 보면 이와 비슷한 영상을 연달아 추천하기 때문에, 아이가 한번 자극적인 영상을 보면 그 후로도 유사한 영상을 접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아이가 유해한 콘텐츠를 보지 않도록 지도해야 해요. 이때 부모는 어떤 영상을 봤는지 기록이 남는 ‘라이브러리’ 기능을 참고하면 좋습니다. 이를 확인하고 아이가 보지 말아야 할 영상이 있다면, 왜 해로운지 충분히 설명하고 ‘앞으로 이런 영상은 보지 말자’고 이야기해요.”

  • 고씨는
    ▲ 고씨는 "채널의 아이덴티티를 고민하고 지켜야 무분별하게 조회수를 좇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고씨 앞에 놓인 건 가흔이와 리흔이의 모습을 본 딴 피규어. / 한준호 기자

    ◇ ‘흑역사’ 만들지 않게 노력 …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야

    아이가 영상에 직접 등장하는 키즈 유튜버라면 신경 써야 할 점이 더욱더 많다. 자라고 난 뒤에도 아이들의 기록이 유튜브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고씨는 “아이들이 커서 봐도 부끄럽지 않은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들이 나중에 봤을 때 소위 ‘흑역사’가 되면 안 되잖아요. 유튜브 영상 편집을 아이들 아빠가 고집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편집을 맡기면, 구독자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자극적인 포인트를 살릴 우려가 높아요.”

    같은 이유로 라이브 방송도 하지 않는다. 언어 구사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라이브 방송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댓글을 읽거나 구독해달라는 말 정도지만, 나쁜 방향으로 방송이 진행될 위험은 높다. 교묘하게 작성된 ‘악플’을 읽으면서 이상한 이야기를 함께하게 되는 식이다.

    아이를 잠재적인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다. 고씨는 주기적으로 댓글 관리도 하고 있다. 주 시청자들이 어린이고 아이들이 댓글에 상처받을 수 있는 만큼 악의적인 댓글은 삭제한다. 그는 “이러한 방식도 부족하다고 느껴 최근에는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선플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아이들의 인정 욕구를 이용해 선플을 끌어내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좋은 댓글을 댓글 창 상단에 고정해주는 겁니다. 고정댓글이 되면 많은 사람에게 '좋아요'를 받을 수 있고, 많은 이들에게 자신의 계정이 노출되며 구독자도 덩달아 늘릴 수 있어요. 캠페인 시작 이후 고정댓글이 되기 위해 선플을 다는 친구들이 많이 늘어나며, 댓글 창의 분위기도 좋아졌습니다.”

    ◇ 조회수 좇다간 학대로 … ‘아이의 의사’ 가장 중요

    무엇보다 키즈 유튜브 채널이 엇나가지 않기 위해서는 부모부터 유튜브 운영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로 논란이 된 일부 키즈 유튜버의 영상에 대해 고씨는 “조회수만 고려하면 악성 콘텐츠를 만들게 된다”며 “아이를 울리고, 괴롭히고, 학대하는 게 눈길을 끄는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채널의 아이덴티티를 고민하고 지켜야 무분별하게 조회수를 좇는 일이 없어요.”

    ‘간니닌니 다이어리’의 경우 아이덴티티는 일상 영상이다. 함께 보낸 즐거운 일상을 ‘영상일기’로 남기기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기에, 유튜브가 일상을 해치는 상황을 경계한다. “아이들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촬영을 주말 3시간으로 제한하고, 아이들이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각종 운영 업무는 부모가 도맡고 있어요. 또 아이들이 유튜브를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 순간, ‘간니닌니 다이어리’ 채널을 그만 둘 겁니다. 아이들이 즐겁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