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제출 서류 줄인 대학 느는데 … 학생부 간소화에 자소서 부활할까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8.01 10:00

-2020학년도 수시모집 학종 제출 서류 간소화 추세
-서류 간소화 정책에 학생부 중심 평가 의지 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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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숙명여자대학교는 2020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하나만 보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인 숙명인재I(서류형)을 신설했다. 이 전형은 교사추천서를 받지 않으며, 이전에 운영하던 학종과 달리 자기소개서(자소서)도 폐지했다. 숙명여대는 해당 전형으로 42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학종은 학생의 다양한 능력과 자질을 고려하는 대입 전형이다. 수치로 나타나는 성적만을 고려하지 않고 지원자가 제출한 다양한 서류를 기반으로 평가한다. 이때 학생부를 비롯해 교사추천서와 자소서는 대학이 요구하는 대표적인 서류다. 그런데 최근 학종에서 교사추천서와 자소서를 폐지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 수도권 주요 대학서 교사추천서·자소서 폐지 흐름

    이전에도 대학이 제출 서류를 줄이는 시도가 있었다. 수도권 주요 대학 중에서는 한양대가 처음으로 2014년에 전형 간소화를 이유로 학종에서 교사추천서와 자소서를 모두 폐지했다. 그러나 이 같은 흐름이 확산하지는 않았다. 대학가에서는 ‘학생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려면 학생부 말고도 참고 자료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라서다.

    하지만 2020학년도 수시모집에서는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교사추천서나 자소서를 요구하지 않는 학교가 늘어난다. 연세대 서울캠퍼스는 면접형 학종에서 교사추천서를 폐지한다. 성균관대도 지금까지 선택사항이던 교사추천서를 앞으로는 아예 받지 않기로 했다. 홍익대와 서울시립대도 이번 대입에서 교사추천서를 요구하지 않는다.

    자소서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올해 입시를 치르는 수험생은 수도권 주요 대학 중에서는 한양대 외에 동국대와 숙명여대 등도 자소서 없이 학종으로 지원할 수 있다. 동국대는 학교장추천인재전형에서 자소서를 받지 않기로 했고, 숙명여대는 숙명인재I(서류형)에서 자소서를 없앴다. 전국으로 범위를 넓힐 경우, 자소서를 요구하지 않는 대학은 더 늘어난다. 건양대, 대구가톨릭대, 동아대, 동의대, 목포대, 부산대, 전주대 등이 이번 수시모집 학종에서 자소서를 폐지했다.

    ◇ “서류 간소화 때문 … 학생부만으로 평가 가능”

    대학 관계자들은 정부가 서류 간소화를 요구하며 나타난 변화라고 말한다. 교육부는 지난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탄생한 ‘2022학년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 방안’에서 2022학년도에 교사추천서는 완전히 폐지하고 자소서는 대폭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서류 간소화는 재정지원과도 연계된다. 교육부는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참여 대학 선정 시, ‘대입전형 단순화 및 학생 서류 제출 부담완화’를 5점 지표로 둬 대학의 노력을 확인하고 있다. 교사추천서를 폐지한 한 대학의 입학사정관은 “2022학년도부터 교사추천서가 폐지되는 등 서류가 간소화될 예정이라 미리 학생부 위주로 평가하려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화에는 정책이 주요하게 작용했지만 대학 측은 ‘울며 겨자 먹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교사추천서와 자소서를 폐지해 현행보다 학생부를 평가 근거로 주요하게 삼겠다는 자체적인 의지도 작용했다. 성균관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학종의 취지대로 학생부 중심 평가 방식을 강화하려 교사추천서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입학팀 관계자도 “면접이나 기타 자료가 아닌 학생부로만 평가받을 수 있는 전형을 제시하는 게 취지”라고 말했다.

    앞서 서류 간소화를 추진한 대학이 전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학생부만으로도 충분히 평가가 가능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한몫했다. 한양대 학종의 경우 5년째 오로지 학생부로 학생을 평가하고 있다. 한양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종단연구를 진행해 보니 우리대학에 학종으로 합격한 학생이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학교 적응도나 학점이 높게 나왔다”며 “학생부만으로도 적합한 인재를 뽑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학생부 간소화 여파에 … 자소서 다시 요구하기도

    이처럼 대학이 학종에서 서류를 간소화할 경우, 학생부의 변별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사추천서나 자소서로 의미를 부여하거나 실수를 소명하는 과정은 생략되고, 학생부 기록만이 전달되면서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보조 자료가 없어지므로 학생부 기록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학생부가 점점 간소화되며, 학생부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올해부터 교육부는 소논문과 특기사항 기재를 금지하고, 기재 분량을 줄이는 등 학생부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을 축소했다. 최승후 경기 대화고 교사는 “학생부가 간소화되면서 학생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줄어드니 대학 입장에서는 지원자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특히 교사추천서와 자소서는 학생부의 강조점을 파악하도록 도와주는 보조 자료였는데, 이마저도 없으면 학생부를 독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대학 측도 우려에 일부분 공감한다. 일부 대학은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폐지했던 자소서 등을 다시금 부활시킨다. 부산대 입학과 관계자는 “2020학년도 대학입학전형 기본계획을 세울 당시에는 학생부만으로 학생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다고 여겨 자소서를 폐지했지만, 학생부가 점점 간소화되고 있어 2021학년도부터는 자소서를 다시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한양대도 2022학년도에는 지원자에게 정보를 추가로 요구하는 방향으로 학종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