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 출신 김기영 대표의 IT교실] 대한민국 학교의 공간, 그리고 창의성
기사입력 2019.07.31 08:46
  • 대한민국의 학교는 놀라울 정도로 군대와 공통점이 많다.

    가운데 운동장(연병장)을 중심으로 3-4층짜리의 네모난 건물들이 들어서 있다. 복도는 일자형이다. 구조가 단순해서 통제·감시하기에는 상당히 편리하다. 운동장(연병장)은 주로 축구를 좋아하는 학생(군인)들이 독점한다. 소극적인 친구들은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학교 교실은 군대 내무반과 같이 동일한 모양과 크기로 구성되어 있다. ‘2학년 6반’과 같은 표지판이 없으면 각각의 교실을 구분하기 어렵다. 허락 받지 못한 시간에는 외부로 이동할 수 없다. 학교에서는 학생주임 선생님이 학생의 이동을, 군대에서는 위병들이 병력의 이동을 통제한다. 

    조금만 더 얘기해보자. 우리 아이들과 군인들은 모두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옷을 입는다. 이런 환경에서 창의력은 크게 요구되지 않는다. 필자도 경험했지만, 입대 후 군복을 입는 순간부터 옆에 있는 동기들과 다른 행동을 하지 말자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하였다.

    물론, 군대라는 조직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현상을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전쟁터에서는 ‘창의’라는 단어를 배제해야하기 때문이다. 지휘관들에게는 자유로운 사고가 필요하겠으나, 그들을 따르는 예하 병사들에게는 명령을 정확하게 실행하는 행위가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학교는 다르다.

    학교는 자유롭게 사고하면서, 서로의 다름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방법을 배워야하는 공간이다. 특히 이러한 역량은 정보의 홍수로 인해 ‘지식의 습득’보다 ‘창의적 문제 해결능력’이 훨씬 더 중요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스킬(Skill)들이다.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자아가 형성되는 12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창의력’이 철저하게 배제된 공간에서 살고 있다. 사회는 빠르게 디지털화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실의 풍경은 50년 전과 다를 바 없다.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수십 명의 학생들은 여전히 선생님과 칠판만을 바라고 있고, 일방향적 주입식 교육과 평가는 여전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제2의 스티브 잡스, 제2의 마크 저커버그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한국 정부는 ‘창의적 인재’를 강조하며 창업 활성화를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 고용 창출에 직접적 효과가 있고, 4차 산업혁명의 신산업 육성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2018년 국내 벤처 투자는 3조 원을 돌파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금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혁신’보다는 ‘안정’을 추구한다. 한국의 공무원 시험 합격률은 2.4%로 하버드 대학의 입학률인 4.6%보다도 낮다. 교도소 같은 공간에서 12년을 보낸 우리 아이들이 ‘도전’과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창의성을 말하는 회사가 있고 공간으로 보여주는 회사가 있습니다”

    필자가 최근 인상 깊게 본 광고 카피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창의성을 말로만 하지 말고 공간으로 보여주자. 교육 당국과 유관 기관의 지속적인 고민과 노력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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