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기 대학 정원 감축 4000여명 … 자율 감축 사실상 ‘실패’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7.31 06:00

-대학교육연구소, 2021년 대학 입학정원 계획 분석
-16만명 감축 목표 … 1주기 6만, 2주기 4천에 그쳐
-전문대·지방 위주 감축 지속 … 수도권 되레 늘어

  • 정부가 대학 입학정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2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따른 자율감축 규모는 4305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개최한 수시 대학입학박람회장의 모습. /조선일보DB
    ▲ 정부가 대학 입학정원 감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2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따른 자율감축 규모는 4305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5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개최한 수시 대학입학박람회장의 모습. /조선일보DB
    2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에 따른 대학의 정원감축은 4305명에 불과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2018학년도 대비 -0.9% 수준으로, 사실상 대학들이 정원감축에 나서지 않았다는 평가다.

    31일 대학교육연구소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의 2021학년도 입학정원 및 모집인원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소가 예상한 감축규모는 정부가 대학 기본역량 진단 발표 시 권고한 감축인원 1만명의 절반 수준으로, 당초 감축 계획인 5만명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규모다.

    앞서 박근혜 정부는 2013학년도 56만명에 달한 대학 입학정원을 2023학년도 40만명으로 16만명을 감축한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015학년도~2018학년도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실시해 입학정원 6만명을 감축했다. 2주기엔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개정한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실시해 정원 자율감축 대학을 선정했다. 2022학년도부터 시행할 3주기 정책은 올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2주기 감소폭이 1주기에 비해 현격히 줄어들면서 정원감축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주기와 2주기 정책을 통해 감축한 입학정원이 불과 6만5000여명 수준이다 보니 오는 3주기 정책의 정원감축 압박도 그만큼 커질 공산이 크다. 특히 3년여간 10만명 가까운 입학정원을 섣불리 감축하려 하면 대학가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자료를 분석한 연구소 측은 정부가 2주기 정원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소 측은 “교육부는 2주기 정책을 발표하면서 감축인원 5만명 중 3만명을 시장, 즉 학생의 선택을 받지 않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감축하는 방식으로 해소하겠다고 밝혔다”며 “그러나 정책적 유인책이 없는 상황에서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대학이 솔선해서 정원을 감축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21학년도 정원감축 계획을 내놓지 않은 대학은 전체 대학의 절반을 넘는다. 198개 4년제 일반대 가운데 173곳이 정원감축 계획이 없었고, 135개 전문대학 가운데 46곳도 정원감축에 나서지 않았다. 일반대·전문대학 333곳 중 219곳이 정원감축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또 있다. 1주기와 마찬가지로 정원감축이 주로 전문대학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실제 연구소가 공개한 2021학년도 정원감축 내용을 살펴보면, 전문대학은 입학정원을 줄였지만 일반대는 늘렸다. 2021학년도 전문대학 입학정원은 16만2356명이다. 2018학년도 16만7464명보다 5108명 줄었다. 반면 일반대 입학정원은 2021학년도 31만8114명으로, 2018학년도 31만7311명보다 803명 늘었다.

    일반대 입학정원이 늘어난 직접적인 원인은 상지대와 상지영서대의 통합이다. 일반대와 전문대학인 두 곳이 통합하면서 전문대학이던 상지영서대 정원 일부가 상지대로 흡수됐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하면 일반대 입학정원 증가 규모는 255명이다. 전문대는 반면 상지영서대가 폐교되면서 입학정원 1000여명이 줄었고, 이 밖에도 전문대학이 정원감축에 나서 감소폭이 일반대보다 크게 나타났다.

    오병진 전문대교협 기획실장은 “1주기에 이어 2주기에도 정원감축이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전문대학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전문대학은 1주기 평가부터 정부의 감축 계획을 충실히 이행해온 점을 감안한 3주기 정책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지역적 편차도 드러났다. 2021학년도 대학들이 줄이기로 한 정원감축 4305명 가운데 부산·울산·경남의 감축규모가 1018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 강원 808명, 대구·경북 754명 등이다. 수도권은 370명을 줄이기로 했다. 비율로 환산하면 9%에 불과한 수치다. 이 결과 2021학년도 수도권의 입학정원 비중은 38.8%에서 39%로 도리어 오르는 것으로 예측됐다. 정원감축 정책을 실시하면서 전문대학과 지방대 위주로 고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눈에 띄는 점은 정원 외 감축이다. 정원 내 입학정원 감축에 소극적이나 수도권 대학들이 정원 외 입학정원 감축엔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다. 수도권 대학의 2021학년도 정원 외 입학정원 감축 규모는 무려 1만9497명이다. 비율로는 38.1%에 달한다. 정원 내 입학정원 감축에 앞서 정원 외 입학정원을 줄여 학령인구 감소 정책에 동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에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정원 외 입학정원 충원율이 낮기 때문이다. 2018학년도 입시를 기준으로 수도권 대학의 정원 외 충원율은 64.1%다. 실제 정원 외 입학정원 가운데 30%가량은 충원을 못 한 ‘허수’란 얘기다. 이 때문에 이번 정원 외 입학정원을 38.1% 감축한 것도 실은 충원율에 맞춰 거품을 줄이는 조치로 풀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