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고 청문 이틀째… “평가 기준·지표 전달 시기 불공정”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7.23 14:11

-23일 숭문·신일·이대부고 청문 진행
-지정 취소 반대 학부모 집회 지속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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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일보 DB

    서울시교육청은 23일 오전 9시 30분 학교보건연구원에서 숭문고에 대한 청문을 시작으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운영성과(재지정) 평가 지정 취소 청문 이틀째 일정을 시작했다. 대상은 숭문고를 비롯해 신일고와 이대부고다. 신일고 청문은 오후 1시 30분, 이대부고 청문은 오후 4시부터다.

    이번 청문은 지난 9일 서울교육청이 권내 13개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실시한 결과 재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자사고 8곳에 대한 청문이다. 22일 경희고와 배재고와 세화고에 대한 청문을 실시했고, 24일엔 중앙고와 한대부고 청문을 한다.

    청문은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자사고에 소명기회를 주는 절차다. 교육청이 청문 결과를 교육부로 전달하면, 교육부는 청문 내용과 평가 결과 등을 토대로 지정 취소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린다. 그렇지만 서울교육청은 청문은 학교 입장을 듣는 자리라며 사실상 지정 취소 철회를 배제했다.

    이날 처음 청문에 임한 숭문고에서는 교장과 교감 등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 등이 참여했다. 서울교육청에선 재지정 평가 담당 부서인 교육혁신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청문은 서울교육청이 지정한 외부 변호사가 주재했다.

    숭문고는 전날 청문에 임한 경희고와 배재고, 세화고와 마찬가지로 평가 절차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재지정 평가 기준·지표 전달 시기가 늦었고, 평가 대상 시기가 부적절했다는 것이다. 이번 재지정 평가 기준·지표는 지난해 12월에야 공표됐음에도, 지난 5년간의 운영성과를 소급해 평가했다는 주장이다.

    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모든 자사고가 평가의 공정성과 정당성이 결여됐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 재량지표 8개를 모두 기재했는데도 최하 점수를 받은 경우도 있다”며 “평가자료를 검토했다면 만점도 기대할 수 있는데 전혀 반영이 안 돼 소명자료로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자사고 학부모들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자사고 지정 취소 반대 집회를 이어갔다. 숭문고 학부모는 ‘학교는 우리 것’ ‘교육선택권 박탈 자사고 평가 중단’ ‘정치적 평가 이념 평가 자사고 평가 거부’ 등 푯말을 들고 지정 취소에 항의했다.

    전날 열린 경희고와 배재고, 세화고 청문은 예정된 시간을 넘겨 오후 7시께 종료됐다. 특히 마지막으로 청문에 임한 세화고는 당초 4시~6시 청문 예정이었으나 약 1시간을 넘긴 릴레이 청문을 진행했다. 김재윤 세화고 교장은 “모든 학교가 공통적으로 절차가 부적절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청문에도 불구하고 자사고와 교육당국을 둘러싼 소송전 가능성은 오히려 커지는 분위기다. 이미 청문에 앞서 서울자율형사립고연합회가 공동행동을 강조하며 지정 취소 시 소송에 돌입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22일 청문에 임한 고진영 배재고 교장도 “청문에서 우리 의견이 잘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청문 과정에서 준비된 내용이 소송에서 그대로 (쟁점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교육부는 앞서 청문을 마무리한 전주 상산고와 안산 동산고, 군산 중앙고에 대한 지정 취소를 심의할 지정위원회를 25일 개최한다. 관심은 상산고의 지정 취소 여부다. 상산고는 전라북도교육청의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점수 80점에 0.39점 못 미친 79.61점을 받아 탈락했다.

    문제는 전북교육청 기준점수가 다른 지역 기준점수보다 10점이나 높았다는 것이다. 강원과 부산 등 재지정 평가를 실시한 다른 교육청은 교육부의 권고에 따라 기준점수를 70점으로 정했다. 79.61점이라면 무난한 통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점수다. 그러나 전북교육청은 자사고 운영은 더 뛰어나야 한다며 재량에 따라 80점으로 정해 형평성 논란에 처했다.

    교육부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산고는 지정 취소 시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고, 전북교육청은 교육부가 지정 취소를 반려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