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도 바쁜 아이들이 심리학 배운 이유는?
오푸름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7.16 11:13

-김여람 前 민사고 심리학 교과 겸 상담 교사 인터뷰

  • 10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모임공간에서 만난 김여람 작가는 “현재의 삶에서 긍정적인 동기를 찾는 마음의 습관을 들이면 성취를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
    ▲ 10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모임공간에서 만난 김여람 작가는 “현재의 삶에서 긍정적인 동기를 찾는 마음의 습관을 들이면 성취를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

    “현재에 몰입하고 즐겨야 대학입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여름방학, 수시 원서접수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은 초조하고 불안한 감정이 앞선다. 민족사관고등학교에서 4년간 심리학 교과를 담당하며 상담 교사를 지낸 김여람(33) 작가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성적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학교생활과 대학입시를 통해 성장통을 겪는 아이들에게 긍정 심리는 위안을 주는 동시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지지대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학 수업과 상담을 통해 현재의 삶에서 행복을 찾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민사고 행복수업(생각정원)’을 최근 펴냈다.

    ◇'음미' 통해 창의력 향상할 수 있어

    사람들은 흔히 ‘민사고’라고 하면 국내외 대입 준비에만 몰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100% 정답은 아니다. 김 작가는 “대입을 준비하기도 빠듯한 학생들 사이에서 심리학 수업의 인기가 높아 긍정심리학, AP심리학(심리학입문), 선택교과 심리학, 사회심리세미나, 심리학 논문작성 등 관련 교과목이 다양하게 개설돼 있다”며 “민사고에서 심리학을 가르치는 이유는 국어·영어·수학 공부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삶의 자세와 태도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의 수업 중 가장 인기 있었던 건 2, 3학년 전문교과인 '긍정심리학'이다. 긍정심리학은 행복을 중심으로 회복탄력성이나 자기통제력과 같은 인간의 긍정적인 심리를 다룬다. 김 작가는 "인간의 행복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되는 돈, 사회적 분위기나 문화 같은 요소와 행복의 연관성에 대한 실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토론 수업을 벌인다”며 “이어지는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긍정심리학에서 배운 내용을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현재의 삶에서 만족감을 찾더라”고 했다. 이러한 변화는 성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앞서 지난 2012년 구재선(중앙대), 서은국(연세대) 교수는 연구논문 '행복은 4년 후 학업성취를 예측한다'에서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고3 시기 성적을 좌우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어느 날, 긍정심리학 수업을 들은 2학년 학생이 저를 찾아와 두 가지를 약속했어요. 하나는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또 하나는 지금 하는 일에 몰입해 즐기겠다는 것이었죠. 성적에 대한 압박과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학생 입장에선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학생은 제일 어려워했던 이과 수학에 이를 적용했어요. 수학 과목을 공부하는 마음가짐을 바꾸면서 학생은 그 학기에 보란 듯이 1등을 차지했습니다. 학업 강도가 높아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긍정 심리가 단단한 내면을 선물해준 셈이죠.”

    김 작가는 긍정적인 정서가 성적 상승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의 반경을 확장시켜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심리학에서 음미는 현재의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는 걸 의미합니다. 맛있는 음식, 커피 한 잔, 따스한 햇볕, 좋아하는 음악 등을 음미하고, 일주일에 세 번씩 활동 공책에 자유롭게 적어보는 숙제를 내줬죠. 어떤 학생은 새 소리를, 또 다른 학생은 이제 막 피어난 새싹의 모습을 기록했어요. 주변을 여유롭게 둘러보며 음미하다 보면 생각과 행동의 틀이 차츰 넓어져요. 필요했던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처음 만나는 친구를 사귀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등 창의력의 밑바탕이 되는 자원을 축적하죠.”

  • /이경호 기자
    ▲ /이경호 기자

    ◇목표 실현에 앞서 긍정적인 동기 찾아야

    그러나 대입을 눈앞에 두고 현재에 집중하는 긍정 심리를 온전히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일부 학생들은 시험을 치를 때면 불안감을 호소한다. 상담 교사이기도 했던 김 작가는 학생들에게 여러 심리치료 기관에서 효과를 입증한 시험불안 해소법을 제시했다. “먼저, 불안감이 그 자체로 부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그다음엔 불안감을 느끼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명확하게 정리하면 도움이 됩니다. 가령,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높은 기대감이 부담스러운지, 시험을 망치면 인생도 망칠 것 같은 느낌이 드는지 자신의 마음을 돌아봅니다. 이후 주변에 있는 멘토나 인생 선배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으세요. 실제로는 들어맞지 않는 생각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불안감을 덜어낼 수 있죠.”

    장기적으로는 성적이나 칭찬, 용돈 등 외적 보상보다 학습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과 같은 내적 보상을 바탕으로 목표를 실현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한 학생이 오랜 기간 노력한 끝에 가장 좋은 성적을 받고 나서 다시 성적이 떨어지는 걸 지켜본 적이 있어요. 높은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점수 1점에 매달리고, 마음속으로 친구와 자신을 비교하며 일희일비하다 보니 성적은 내림세를 보였죠. 성적이라는 외적 보상에 집착하면서 배움의 즐거움이 사라지는 과잉정당화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 성적에도 큰 영향을 미쳤죠. 결과보다는 과정 자체에 몰입하고 즐겨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또한 김 작가는 기쁨에 다가가는 마음의 습관을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어떤 동기를 좇느냐에 따라 삶의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성취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삶과 불안에 쫓기는 삶이 있죠. 이를테면 똑같이 경영학과에 가고 싶은 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이유는 다릅니다. 한 학생은 창업가로서 성공하고 싶어 경영학과를 택할 수도 있고, 다른 학생은 취업에 실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로 경영학과에 진학하기를 희망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목표를 실현하고자 할 때 긍정적인 동기와 의도를 갖췄는지 스스로 점검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