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만 파고들어 한양대 합격했죠”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7.12 10:20

[나의 학생부종합전형 이야기 ②] 한양대 물리학과 19학번 김영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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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씨는 다양한 교외 대회에 참가하며 자신의 적성을 확인했다. 사진은 지난해 국제 영재올림피아드에 참가한 모습. 아랫줄 맨 왼쪽에 있는 이가 김씨다. / 한국과학기술지원단 제공
    ▲ 김영민씨는 다양한 교외 대회에 참가하며 자신의 적성을 확인했다. 사진은 지난해 국제 영재올림피아드에 참가한 모습. 아랫줄 맨 왼쪽에 있는 이가 김씨다. / 한국과학기술지원단 제공
    김영민(19)씨는 고등학교 3년 내내 물리를 파고들었다. 그 결과 내신 성적은 중위권이었지만 한양대학교 물리학과에 학생부종합전형(학종)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는 게 학종을 대비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합격한 전형에 대해 설명해 달라
    “한양대의 학종은 조금 특이합니다. 학생부 100%로 학생을 평가해요.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고, 면접도 진행하지 않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적용하지 않는데요. 저의 경우 이 점이 한양대를 지원하는 데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리학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중학생 때 브라이언 그린의 ‘엘러건트 유니버스(Elegant universe)’라는 책을 읽고 이론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특히 책에서 ‘이론물리학은 시간과 공간의 기원과 특성을 연구한다’는 문장이 뇌리에 남았죠. 이후 고등학교 1학년 때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코스털리츠 브라운대 교수의 강의를 듣고 이론물리학자가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관심을 어떻게 확장했나
    “책을 찾아 읽으면서 이론물리학에 대해 자세히 알기 위해 노력했어요. 또 한국물리학회 대중강연을 포함해 각종 물리학 관련 행사에 참석해 물리학자들이 실제로 어떤 일을 하는지를 파악했습니다.

    물리 실험도 직접 해보려 했습니다. 다만 학교에 실험기기가 없어 십수 명의 대학 교수님께 이메일로 ‘실험기기를 빌려 사용할 수 있는지’를 여쭤봤습니다. 답변이 아예 오지 않거나 답이 와도 거절당하기 일쑤였어요. 다행히도 이런 노력을 대견하게 생각하는 교수님 한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의 실험실에서 고등학생으로서는 하기 어려운 실험을 할 수 있었죠.

    학생부에 기록되지는 않지만 교외 대회도 많이 참여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주관하는 ‘휴먼테크 논문대상’, 한국석유화학협에서 주관하는 ‘화학탐구프런티어페스티벌’ 등입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내 적성에는 물리가 맞다’고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교내활동으로는 무엇을 했나
    “자율동아리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습니다. 제가 원하는 진로와 관련된 동아리가 교내에 없어 관심사가 비슷한 친구들을 모아 동아리를 창설했습니다. 동아리 회장으로서 다양한 활동을 진행했는데요.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진행한 사이언스데이에 참여한 게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자석유체 만들기 부스를 운영해, 액체가 돼도 자성을 잃지 않는 자석을 만드는 실험을 선보였습니다. 부스를 찾은 어린이들이 흥미로워해 보람을 느꼈습니다.

    R&E(Research&Education) 활동도 유익했습니다. 자석유체와 엽록소에 대해 연구하고, 다당류로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방법을 탐구했습니다. 이 외에도 친구들과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평상시에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지식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제대로 된 물리 공부를 할 수 있어서 대학 생활이 정말 재밌습니다. 지금은 대학에서 진행하는 학부생 논문 발표대회 등에 관심이 있어요. 열심히 물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이론물리학자라는 꿈을 이루고 싶습니다.”

    -학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저는 학교 시험에서 관심 있는 과목만 공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제 관심 분야에 최선을 다했기에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학종을 준비하는 여러분도 관심사를 찾아 본인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세요.”

    <진로진학상담교사의 한마디>
    많은 학생이 학종을 단순히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면 학생부에 기록할 수 있는 활동만 하죠. 그러나 학종의 취지는 도전 정신, 자기 주도성, 과정 중심의 경험, 지식을 활용한 문제 해결 역량을 평가하는 것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김영민 학생도 진정성 있는 활동으로 이러한 역량을 기른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의 경험은 자연스럽게 학생부의 교과 세부능력 특기사항이나 창의적체험활동에 녹아 들어 있을 것입니다. 간혹 자소서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경우가 있지만, 학종의 핵심 서류는 학생부입니다. 최근 자소서를 요구하지 않는 대학이 증가하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대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학별 전형의 특징을 정확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이진회 대전대신고 진로진학상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