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랭킹에 ‘혁신’을 … 전 세계 60개 대학 총장 모였다
이재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7.04 16:39

-인천대, 2회 한자대학동맹 콘퍼런스 송도캠퍼스서 개최
-연구 아닌 대학 미래 가치 담은 ‘WURI’ 랭킹 출범
-미네르바스쿨 등 혁신대학 초청해 열띤 논의 펼쳐

  • 인천대는 3일부터 5일까지 인천대 송도캠퍼스에서 한자대학동맹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인천대 제공
    ▲ 인천대는 3일부터 5일까지 인천대 송도캠퍼스에서 한자대학동맹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인천대 제공
    “대학이 배출한 학생이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인구감소까지 나타나 앞으로 대학의 입학자원은 크게 감소할 것입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대학의 수를 늘려야 합니까, 줄여야 합니까?”

    조동성 인천대학교 총장이 질문을 던지자 객석이 고요해졌다. 조 총장은 3일부터 5일까지 열린 2회 한자대학동맹 콘퍼런스 둘째 날 ‘창조와 혁신의 시대, 고등교육의 도전’을 주제로 한 좌담회에서 이같이 물었다. 답변이 나오지 않자 조 총장은 대학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정부는 대학의 수를 줄이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제 생각은 그렇지 않다”며 “위기에 빠진 전통적인 형태의 대학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혁신적인 대학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한자대학동맹 콘퍼런스는 ‘대학교육 혁신과 새로운 대학랭킹 시스템 도입’을 주제로 3일간 열렸다. 전 세계 63개 대학이 직접 송도에 모여 대학교육의 미래와 혁신을 논의했다. 국내에서는 인천대를 비롯해 27개 대학이 참여했고, 해외대학은 36곳이 뜻을 모았다. 이 중에는 별도의 강의실 없이 7개국에 기숙사를 두고 대학을 운영해 ‘혁신 모델’로 꼽히는 미네르바스쿨도 있다.

    콘퍼런스 참가자들은 대학교육의 미래와 새로운 대학랭킹 시스템 ‘WURI’(World’s Universities with Real Impact)를 주제로 열띤 논의를 진행했다. WURI는 인천대와 한자대학동맹이 협력해 개발한 대학랭킹 시스템이다. 기존 THE 등 대학랭킹 시스템이 연구력 평가에 치중해 대학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담지 못하고 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WURI는 이런 기존 대학랭킹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의 사회공헌과 창업, 윤리적 교육 등을 새롭게 평가영역으로 포함했다. 대학의 과거 성과가 아닌 미래의 가치를 평가하고 혁신사례를 공유해 확산하려는 의도다. 내년 3월 본격적으로 대학의 사례를 전달받아 평가에 착수할 전망이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4일 2회 한자대학동맹 콘퍼런스에 기조발제자로 참가해 고등교육을 통한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연설했다. /인천대 제공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4일 2회 한자대학동맹 콘퍼런스에 기조발제자로 참가해 고등교육을 통한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연설했다. /인천대 제공
    이날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고등교육을 통한 글로벌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기조연설했다. 대학이 세계시민성을 육성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급변하는 국제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변화와 개혁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국가가 해결하기 어려운 다양한 형태의 세계적인 범위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학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호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협력해 세계적인 문제에 대한 세계전체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학생의 세계시민성 향상 교육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 전 총장은 “전 세계 모든 어린이는 공평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누구도 교육을 받지 못해 뒤처지지 않도록 대학의 연합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인천대와 한자대학동맹과 손잡고 WURI를 개발하는 것 역시 지역과 국가를 벗어난 세계적인 협력이라고 추켜세웠다.

    또 정치지도자들의 인식 개선도 대학의 역할이라고 주장했다. 반 전 총장은 “일부 나라는 경계에 갇혀 있다”며 “미국 우선주의로 대표되는 자국우선주의는 세계시민성이 아닐 뿐만 아니라 좋은 리더십도 아니기 때문에 대학이 미래의 정치지도자들에게 세계시민성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의 기조연설에 이어 열린 좌담회에서는 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사회를 맡았다. 조 총장과 벤 넬슨 미네르바스쿨 창립자, 알렉산더 카트라이트 미주리대 총장, 피터 슈페르버 데겐도르프 공과대학 총장 5명이 연단에 올라 대학교육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벤 넬슨 미네르바스쿨 설립자는 기존 대학들이 경직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년을 보장받은 교수들이 교육에 관심을 쏟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벤 넬슨은 “정년을 보장받은 일부 교수들은 학문연구에 많은 자유를 누리고 대학의 많은 자원을 마음껏 활용하지만, 교육엔 소홀하다”며 “물론 연구도 교수들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교육적으로 더 기여를 해 학생을 가리는 게 문제다”고 전했다. 이어 “전통적인 대학교육으로는 학생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없다”며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거나 연구 중심이 아닌 실생활에 지식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좌담회에 이어 지속가능성을 위한 고등교육과 기업가정신의 도전을 주제로 각 대학 총장의 발제가 이어졌다. 최병욱 한밭대 총장은 ‘우리나라 고등교육기관의 대체 가능성’을 주제로, 이브라힘 엘칼라 카이로 바드르 대학 부총장은 ‘개발도상국의 개인보호와 대학랭킹의 영향에 대한 도전’을, 야오 케이스케 기타큐슈대 총장은 ‘대학교육의 공감교육 경험을 통한 학습’을, 권덕칠 루터대 총장은 ‘ISO 9001 인증 획득을 통한 삼일대의 혁신’을 주제로 연단에 섰다.

    이번 콘퍼런스는 이날 행사에 이어 5일 대학의 미래와 WURI의 구체적인 평가 방식을 설명하는 워크숍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한자대학동맹은 12세기~13세기 북해와 발트해 일대에 융성한 도시국가들이 만든 상업적인 도시동맹인 한자동맹이 설립한 대학들의 연대체다. 인천대는 올해 개교 40주년을 맞아 한자대학동맹 회원교를 초청해 2회 대회를 열었다. 인천대는 앞서 지난해 1차 한자대학동맹 콘퍼런스에 초청됐고 올해부터 1년간 회장교를 맡는다.

  • 2회 한자대학동맹 콘퍼런스에 참가한 전 세계 60여개 대학 총장과 기관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대 제공
    ▲ 2회 한자대학동맹 콘퍼런스에 참가한 전 세계 60여개 대학 총장과 기관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인천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