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아들 위해 인생 조언 엮은 윤태진 서울대병원 교수
하지수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7.04 09:54
  • 윤태진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부교수가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여섯살 난 아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윤 교수는 아들에게 쓴 글 가운데 강조하고 싶은 부분으로 ‘마음껏 경험하라’는 이야기를 꼽으며 “아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아가길 원한다”고 말했다./한준호 기자
    ▲ 윤태진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부교수가 서울 종로구 마로니에 공원에서 여섯살 난 아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윤 교수는 아들에게 쓴 글 가운데 강조하고 싶은 부분으로 ‘마음껏 경험하라’는 이야기를 꼽으며 “아들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알아가길 원한다”고 말했다./한준호 기자
    대학병원 교수로 일하는 아빠는 늘 바빴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집을 나서 자정 무렵에야 돌아왔다. 아이의 성장과정에 항상 함께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다. 아빠는 퇴근 후 아들에게 하고 싶은 삶의 조언들을 시간 날 때마다 하나 둘 적어나갔다. 2년에 걸쳐 완성된 300쪽 분량의 원고는 최근 ‘아들아, 삶에 지치고 힘들 때 이 글을 읽어라’(다연)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다.

    저자 윤태진(44)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부교수는 “책의 내용은 하나의 조언일 뿐 인생의 모든 길은 아이 스스로 만들어 갈 것”이라면서 “그래도 유치원생인 아들이 커서 삶에 지치고 힘든 순간에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힘을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삶의 길을 더 걸어간 뒤에, 아이가 좀 더 자란 후에 글을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인생이라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잖아요. 마음먹었을 때 하고 싶은 말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죠.”

    ◇칭찬 듣는 방법 터득해 공부에 흥미 붙였으면

    윤 교수의 글에는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 조언들이 다양하다. 이중 눈길을 끄는 내용은 칭찬이 학습 능력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부분이다. 윤 교수는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자신의 이름조차 쓸 줄 몰랐다. 어린 나이에도 남들보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러다 1학년이 끝나갈 무렵 밥상 앞에서 어머니가 툭 던진 말이 학습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됐다. “담임 선생님을 만났는데 내년부터는 네가 반에서 일등을 할 거라는구나. 생뚱맞게 무슨 말씀이신지….”

    가슴에 ‘나도 잘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이 생겼고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교사의 인정과 칭찬을 원료 삼아 그는 앞으로 나아갔다. 2학년 때부터 성적이 올랐고 초·중·고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윤 교수는 “이때 공부를 잘하려면 칭찬을 듣는 환경에 놓이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부모들은 어른들 기준에서 완벽하지 않더라도 자녀에게 ‘잘 좀 해라’는 말 대신 ‘잘하네’라는 말을 계속 해주길 바랍니다. 연쇄반응이 일어나 칭찬을 받지 않은 분야까지도 성과를 낼 수 있어요. 물론 아들 스스로도 칭찬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다양한 경험 통해 성공·실패 맛보고 성장하길

    꾸준한 독서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과를 낸 인물들이 한결같이 성공 비결로 꼽는 요소다. 윤 교수도 아들에게 성장 과정에서 책 한 권을 가슴에 품고 다닐 것을 강조했다. 영화, 드라마도 때로는 인생의 나침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윤 교수는 “특히 대학생 시절에는 일본 만화 ‘마스터 키튼’을 눈여겨봤다”며 “언제나 정의의 편에 서서 불의와 싸우고 차분히 일을 해결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설명했다. “주인공의 모습을 따라 하려고 애썼어요. 난관에 부딪힐 때는 ‘키튼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며 문제를 풀어나갔죠. 이렇게 배우려는 마음가짐만 갖는다면 어디서든 교훈을 얻을 수 있음을 아들이 알아주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윤 교수는 “아들에게 성장 과정에서 아르바이트를 포함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는 사실도 꼭 말해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삶의 지혜는 대부분 경험에서 우러나옵니다. 그러니 여러 활동을 하며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를 맛보고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온종일 벽돌을 나르다 집에 가 온몸에 파스를 붙인 채 잠을 청하고, 뜨거운 기름통 앞에서 감자를 튀겨보거나 매서운 추위 속에서 온종일 전단을 돌려 보기도 하면서 말이죠.”

    윤 교수에게는 이번 책 출간 역시 성장에 도움을 준 하나의 경험이었다. 그는 “책이 나오고 나서 아들에게 기분을 물으니 ‘여전히 아빠가 자신과 놀아주지 않아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고 답하더라”면서 “예상과는 다른 답변에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더 아들과 시간을 보내는 아빠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아들을 위한 책을 내면서 저를 돌아보고 교육에 대해 새롭게 느끼는 계기가 된 거죠(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