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작하는 BK21 4단계 … 지방대 참여 어려워질까
최예지 조선에듀 기자
기사입력 2019.06.28 19:11

- 'BK21 플러스 사업 후속사업 세부기획 연구 결과' 발표

  • 최해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BK21 플러스 사업 후속사업 세부기획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최예지 기자
    ▲ 최해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가 'BK21 플러스 사업 후속사업 세부기획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최예지 기자
    “소규모 연구팀이 참여할 수 있는지는 언제 알 수 있을까요?”
    “지방대학원 할당제는 폐지한 건가요?”

    내년부터 시작하는 BK21 4단계 사업에서는 소규모 연구팀이나 지방대학원 할당제가 유지될지 불투명하다. 이 둘은 지방대가 그간 BK21사업에 참여해왔던 핵심 통로였다. 이러한 사항이 차기 사업을 1년 앞두고도 결정되지 않자 지방 학계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8일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한 'BK21 사업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하 심포지엄)'에서다.

    BK21 사업은 정부 유일의 대학원 지원 사업으로, 1999년 1단계를 시작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현재 진행 중인 3단계 사업인 BK21 플러스는 내년 끝난다. 교육부는 내년 9월부터 7년간 이뤄질 4단계 사업 시작을 앞두고 정책연구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BK21 플러스 후속사업 기획 기초 연구(이하 기초 연구)'를 진행해 사업의 큰 그림을 그렸다. 이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BK21 플러스 사업 후속사업 세부기획 연구(이하 세부기획 연구)'로 평가와 성과지표를 개발하는 등 사업을 구체화했다.

    ◇  사회 문제 해결할 '혁신성장선도인재양성형' 유형 신설

    심포지엄에서 세부기획 연구책임자인 최해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선 BK21 4단계 사업의 기본 방향을 다섯 가지로 제시했다. ▲세계 수준 연구중심대학 육성 ▲대학원 혁신 지원을 통한 대학원 체질 개선 ▲대학원 교육 내실화를 통한 혁신 인재 집중 육성 ▲사회문제 해결을 통한 국민 삶의 질 향상 ▲정량평가에서 대표업적 평가로 전환해 도전적·장기적 연구 유도 등이다.

    연구진은 두가지로 나뉘는 지원유형도 공개했다. 미래인재양성형(이하 미래형)과 혁신성장선도인재양성형(이하 혁신형)이다. 최 교수는 "미래형의 목적은 기존 사업 방향과 동일하게 핵심학문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고, 혁신형은 혁신 성장과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목표한다"고 했다.

    예산 비중은 미래형의 경우 70%, 혁신형은 30%로 뒀다. 미래형 안에서는 과학기술과 인문사회 지원 비율을 8대2로 나눴다.

    ◇ 양적 평가 축소, 질적 평가 도입 … 대학 본부도 지원

    “정량지표는 거의 없습니다.” 연구진은 이번 발표에서 정성적인 평가를 바탕으로 한 질적 평가 도입을 강조했다. 최 교수는 “평가 패널의 전문성을 믿고 질적 평가를 시작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가 시 SCI 논문 편수나 임팩트 팩터를 비롯한 기존의 정량지표는 배제한다. 대신 정성적으로 평가한다. 교수는 1인당 최대 2건의 대표 연구 업적물을 제출해야 하며, 이때 우수성을 실적당 100 단어 이내로 기술해야 한다.

    교수의 교육 역량을 보기 위해 대학원생 또는 졸업생의 연구 실적도 평가하기로 했다. 대표 최근 3년간 석사, 박사 연평균 졸업생 수에 해당하는 대표 연구 업적물을 제출해야 한다. 졸업생당 제출할 수 있는 건수는 최대 1건이다. 이때 대학원생은 학술대회 발표 논문을 제출할 수 있다. 다만 혁신형의 경우에는 신설 학과가 대거 포함돼 연구 성과가 보장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대학원생의 연구 역량을 평가하지 않기로 했다.

    또한 사업단뿐 아니라 대학 본부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엄격한 학사관리와 교육과정 개편을 명목으로 '대학원 혁신 지원비'를 신설한다. 이는 대학 총장이 전략적 우선순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다.

    ◇ 지방대학원 할당제 빠져 … 유학생 참여 제한 않기로

    4단계 사업에서 크게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이는 사항 중 하나는 지원 단위다. 지금은 과 단위의 사업단과 교수 3인 이상의 소규모 연구집단인 사업팀으로 참여 가능하다. 하지만 연구진은 사업단으로만 운영할 계획을 밝혔다. 연구진은 사업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참여 교수를 7인 이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하지만 여전히 사업팀 폐지는 쟁점 사항이다. 소규모 연구팀을 중심으로 BK21 사업에 참여해온 지방대에서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진은 참여교수 수를 5인으로 하는 소형 교육연구단을 허용하는 2안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다만 이 경우에는 사업비 상한액을 설정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평가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지방대학원 할당제 운영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현행 BK21플러스에서는 사업유형별 예산의 35%와 사업단·팀의 45%를 지방대 몫으로 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은 이번 4단계 세부기획 연구 결과에서는 담기지 않았다.

    이에 질의응답 시간에 지방대 교수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들은 사업팀 유지 여부를 언제 알 수 있는지, 지방대학원 할당제가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연구진은 ‘결정된 바가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 교수는 “교육부와 기재부가 협의한 예산 금액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제가 답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 저도 답답하다”고 밝혔다. 또한 지방대학원 할당제에 대해 연구진 내 합의가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연구진 사이에서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항”이라며 “국회에서 정치적으로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학원생 ‘구인난’을 배경으로 지방 학계에서 요구했던 일부 사항은 반영했다. 교수 대비 학생 수나 외국인 대학원생 규정은 기초 연구보다 완화했다. 기초 연구에서는 교수 대비 학생수를 '연구단에 참여하는 교수 수의 3배 이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세부기획 연구에서는 하한선을 두지 않기로 했다. 외국인 대학원생도 기초 연구에서는 40%를 넘기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세부기획 연구에서는 제한하지 않는 것으로 했다.

    한편, 4단계 사업 기본계획 시안은 10월과 11월경에 발표한다. 이때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도 함께 진행한다. 내년 1월과 2월 중에는 기본계획을 확정해 공고한다.

  • 참여교수의 대표 업적물 정성평가(안)/세부기획 연구진 제공
    ▲ 참여교수의 대표 업적물 정성평가(안)/세부기획 연구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