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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반도체 계약학과 무산… 플랜B ‘전공트랙’ 검토

이재 조선에듀 기자

2019.06.27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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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종속’ 내부 반발 의식, ‘학사위’ 안건 상정 안 해
-‘설계전공트랙’ 선회… 계약학과 달리 채용 의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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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DB

서울대학교 내 시스템 반도체 계약학과 설치가 사실상 무산됐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대 공대는 정부·삼성전자와 협력해 시스템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계약학과 설치방안을 서울대 학사위원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학과 개설 등 학사제도를 개편하려면 단과대학장이 참여하는 학사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다른 단과대의 반대가 커 통과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대 관계자는 “공대에서 내부 논의를 거쳐 학사위원회 상정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다른 단과대의 의견을 수렴해본 결과 통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시스템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과 기업에 계약학과 설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계약학과는 기업이 대학에 학생 장학금과 학과 운영비를 지원해 필요한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제도다. 졸업생을 100% 채용하는 채용조건형과 재직자를 파견해 직무교육을 하는 재교육형으로 나뉜다. 서울대 공대는 삼성전자와 함께 시스템 반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100%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설치할 계획이었다.

서울대 공대의 이런 계획은 다른 단과대의 반발에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인문·사회계열 교수는 물론 공대 내부에서도 대학이 기업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며 논란이 일었다. 대학이 학문연구 등 본연의 기능을 상실하고 기업의 인력양성소로 전락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공대는 계약학과 설치를 포기하는 대신 시스템 반도체 설계전공트랙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시스템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후속조치로 내놓은 것으로, 학과가 아닌 학과 내 전공으로 시스템 반도체 관련 과목을 개설하는 방식이다. 기업은 교육과정 설계를 지원하고, 과목을 이수한 학생을 채용한다. 앞서 강원대와 건국대 등 13개 대학이 설계전공트랙을 설치해 지난 25일 출범식을 개최했다.

서울대 공대 한 관계자는 “전공과목 개설은 단과대의 권한이기 때문에 학사위원회 등 승인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어 설치가 쉽다”며 “다만 계약학과와 달리 기업채용은 의무가 아닌 선택이고, 학비 지원도 없다”고 설명했다.

산업계에선 서울대의 계약학과 무산이 안타깝다는 분위기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연구조합 연구지원본부장은 “산업과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게 대학이 기업에 종속되는 것이냐”며 “산업·사회와 동떨어져 고립을 자초하는 배타적인 논리”라고 비판했다.

한편 계약학과 설치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진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다고 반박했다. 일부 교수가 반대입장을 드러낸 것은 맞지만, 실제 계약학과 설치안을 보지도 못해 입장을 정하지도 못했단 것이다. 이재영 서울대 인문대학장은 “계약학과 설치 찬반에 앞서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진행하는지 계획조차 접하지 못했다”며 “계약학과 여부를 떠나 대학의 학사제도 개편은 정해진 절차와 신중한 논의를 거쳐 진행돼야 하는데 이런 절차 없이 단순히 인문·사회계열 교수들이 반대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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